삶의나침반

논어[325]

샌. 2019. 1. 16. 11:26

유비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서 찾아왔다. 선생님은 병을 핑계로 거절했다. 전갈하는 사람이 문을 나가자 거문고를 타며 노래를 불러 그가 들을 수 있도록 하였다.

 

孺悲欲見孔子 孔子辭以疾 將命者出戶 取瑟而歌 使之聞之

 

- 陽貨 18

 

 

이 대목은 읽을 때마다 고개가 갸웃해진다. 병을 핑계로 거절했으면 됐지, 굳이 노랫소리를 듣게 해서 놀릴(?) 필요가 있었을까. 아픈 사람이 거문고를 타며 노래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모욕적인 대우를 받은 셈이다. 병을 핑계 댄 것은 거짓이고, 실제는 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매몰찬 공자의 모습이다.

 

유비가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대우를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공자는 호오(好惡)가 분명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얼버무리지는 않았다. 일부 무리와는 각을 세우고 비난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제일 줏대 없는 사람이 호인(好人)이라 불리는 사람인지 모른다. 내 의중을 정확히 전달하고, 그 뒤에 들을 욕은 과감히 듣자. 욕을 듣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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