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자공이 말했다. "선생님이 말씀을 안 하시면 우리들은 무엇을 받아서 전하오리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하늘이 무엇을 말하더냐? 사시는 오고 가고, 만물은 거기서 자라는데 하늘이 무엇을 말하더냐?"
子曰 予欲無言 子貢曰 子如不言 則小子何述焉 子曰 天何言哉 四時行焉 百物生焉 天何言哉
- 陽貨 17
노자의 불언지교(不言之敎)가 떠오른다. 가르침은 말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말의 한계 또한 공자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말이 많아지면 핵심에서 멀어진다. 나아가 말로 전해질 수 없는 것도 있다.
이 대목에서는 왠지 공자의 지친 모습이 보인다. 공자의 제자라고 해서 하나 같이 가르침 대로 따르기만 했을까? "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선생으로서 공자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장면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