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824

마르코복음[44]

일행은 가파르나움으로 갔다. 집에 이르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길에서 무슨 일로 다투었습니까?" 하고 물으셨다. 그러나 그들은 잠자코 있었다. 길에서 자기네 가운데 누가 제일 큰 사람이냐를 두고 서로 다투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앉으신 다음 열두 제자를 불러놓고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고자 하면 모든 이 가운데 말째가 되어 모든 이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 어린이를 데려다 그들 가운데 세우고 껴안으며 말씀하셨다.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이 가운데 하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이요,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사람입니다." - 마르코 9,33-37 공자에게는 안회가 있었고, 붓다에게는 가섭이 있었다. 무릇 스..

삶의나침반 2022.04.23

마르코복음[43]

일행은 거기서 떠나 갈릴래아를 지나갔는데, 예수께서는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셨다. 실은 제자들을 가르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인자는 사람들 손에 넘겨지고 사람들이 그를 죽일 것입니다. 그러나 인자는 죽임을 당했다가 사흘 뒤에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제자들은 이 말씀을 알아듣지 못했고 묻기조차 두려워했다. - 마르코 9,30-32 수난과 부활에 대한 두 번째 예고다. 이 부분은 예수의 말씀이 아니라 마르코복음의 기자가 포함된 초대교회의 케리그마라고 나는 생각한다. 예수의 생애와 전체 말씀의 맥락을 살펴볼 때 예수는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내다보았다고 볼 근거가 없다. 복음서에 삽입된 부활 예고 장면은 생뚱맞게 등장한다. 제자들조차 이 말씀의 의미를 알아듣지 못했다고 마르코는 적는다. 그렇다면 예..

삶의나침반 2022.04.13

마르코복음[42]

일행이 제자들에게 돌아와서 보니, 많은 군중이 둘레에 모여 있고 율사들이 그들과 시비를 벌이고 있었다. 군중이 모두 예수를 보고 몹시 놀라 달려와서 인사드렸다. 예수께서 "저들과 무슨 시비를 벌이고 있습니까?" 하고 물으셨다. 군중 가운데서 한 사람이 대답했다. "선생님, 벙어리 영이 붙은 제 아들을 선생님께 데려왔습니다. 어디서고 이 영이 아이를 사로잡으면 거꾸로뜨리는데, 아이가 거품을 내뿜고 이를 갈며 몸이 뻣뻣해집니다. 그래서 선생님 제자들에게 그놈을 쫓아내 달라고 했으나 그들은 쫓아내지 못했습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아, 믿음이 없는 세대로다. 내가 언제까지 당신들과 함께 있어야 한단 말이오? 언제까지 당신들에게 시달려야 한단 말이오? 아이를 데려오시오." 사람들이 아이를 데려왔다. 영이 ..

삶의나침반 2022.03.25

마르코복음[41]

제자들이 물었다. "어째서 율사들은 엘리야가 먼저 와야 한다고 말합니까?"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엘리야가 먼저 와서 모든 것을 바로잡는다고요? 그러면 인자에 대해서는 성서에 어떻게 씌어 있습니까? 많은 고난을 겪고 멸시를 당하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말하거니와, 과연 엘리야가 이미 왔지만 성서에 씌어 있듯이 사람들이 그를 제멋대로 다루었습니다." - 마르코 9,11-13 예수가 메시아인지 아닌지를 두고 논쟁이 있었던 것 같다. 예수의 입으로 앞으로 자신이 고난을 받고 죽는다고 했으니 제자들 생각으로는 영광의 메시아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 아직 엘리야가 오지 않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예수는 세례 요한이 엘리야였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한 말도 한다. 역사적 예수는 자신이 메시야라거나 하..

삶의나침반 2022.03.10

마르코복음[40]

엿새 뒤,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따로 데리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셨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다. 옷은 이 세상 어떤 마전장이도 그처럼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번쩍였다. 그때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베드로가 예수께 여쭈었다. "랍비, 저희가 여기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랍비께, 하나는 모세에게, 하나는 엘리야에게 드리겠습니다." 사실 베드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모두들 겁에 질려 있었다. 이윽고 구름이 일어나 그들을 감싸더니 구름에서 소리가 울렸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그들이 얼른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고 곁에 예수만 계셨다. 산에서 내려올 때 예수께..

삶의나침반 2022.02.28

마르코복음[39]

예수께서 또 말씀하셨다. "진실히 말하거니와, 여기 있는 사람 가운데 더러는 죽기 전에 하느님 나라가 권능을 떨치며 오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 마르코 9:1 다음에 나올 마르코복음 13장에 종말에 관한 예수의 말씀이 자세히 들어 있다. 여기서는 종말의 때가 임박했다는 사실을 전한다. '여기 있는 사람 가운데 죽기 전에' 세상의 종말을 볼 수 있다는 것은 50 년 안에는 세상의 끝이 도래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 예언은 틀렸다. 그때로부터 2천 년이 지나고 있건만 아직도 세상은 건재하다. 유대인들이 메시아를 고대하는 한편 하느님의 심판으로 세상의 악을 쓸어버리는 종말의 때를 기다리기도 했으리라. 종말에 관한 예수의 말씀을 보면 예수도 종말을 믿었던 듯하다. 그것도 확고하게 곧 닥칠 사실에 대해 의심..

삶의나침반 2022.02.19

마르코복음[38]

그러고는 제자들과 군중을 가까이 불러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기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합니다.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나와 복음을 위해 목숨을 잃는 사람은 구할 것입니다. 사람이 온 세상을 벌어들인들 목숨을 해치게 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무엇을 목숨 값으로 내놓을 수 있겠습니까? 간음하고 죄 짓는 이 세대 가운데 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면 인자도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거룩한 천사들과 함께 오게 될 때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입니다." - 마르코 8,34-38 스승 예수를 따른다는 의미의 핵심이 여기에 나온다. 나는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여러 말씀 중에서 제일 소중한 부분을 고르라면 이 말씀을 선택하겠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

삶의나침반 2022.02.07

마르코복음[37]

그리고 제자들을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곧, 인자는 마땅히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와 대제관과 율사들에게 버림받아 죽임을 당했다가 사흘 뒤 다시 일으켜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말씀을 분명히 하시자 베드로가 그분을 잡아당기며 책망하기 시작했다. 예수께서 돌아서서 제자들을 보시고는 베드로를 꾸짖으셨다. "물러가라, 사탄아!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들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 마르코 8,31-33 이 장면에서는 갑자기 "쾅!" 하고 울리는 운명의 북소리가 들린다. 예수는 자신의 수난과 죽음을 예고하고, 베드로로 대표되는 제자들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책망한다. 하느님의 길과 인간의 길이 극명하게 나누어진다. 이즈음에 예수는 예루살렘에 쳐들어가서 낡고 굳어진 유대교의 성(城)을 허물기로 결심했을 터였다...

삶의나침반 2022.01.30

마르코복음[36]

예수와 제자들은 필립보의 가이사리아 근처 촌락으로 떠났다. 길에서 예수께서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합니까?" 하고 물으시자 제자들이 "세례자 요한이라고들 하는데, 더러는 엘리야라고도 하고 더러는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도 합니다" 하였다. "그러면 그대들은 나를 누구라고 하겠습니까?" 하고 물으시니, 베드로가 "그리스도이십니다" 하였다. 예수께서는 당신에 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경고하셨다. - 마르코 8,27-30 갑자기 복음서의 호흡이 급해지고 예수의 말씀도 비장해진다. 자신의 죽음을 이때부터 예견한 듯하다. 예수의 생애에서 분기점이 되는 시기다. 평화롭게 보이던 갈릴래아에서의 활동은 끝났다. 예수를 따르던 군중이나 제자들은 주로 예수를 예언자 중 한 사람으로 보았던 듯하다. 예언자는 메시아..

삶의나침반 2022.01.14

마르코복음[35]

그리고 그들은 베싸이다로 갔는데, 사람들이 맹인을 예수께 데려와서 만져 주십사고 간청했다. 예수께서 맹인의 손을 잡고 마을 밖으로 데려가 눈에 침을 바르고 손을 얹어 주신 다음, "무엇이 보입니까?" 하시자 그가 보기 시작하며 "사람들이 보입니다. 나무 같은 것이 걸어다니는 것을 알아보겠습니다" 하였다. 예수께서 다시 눈에 손을 얹어 주시자 그는 똑똑히 보게 되었다. 눈이 성해져서 모든 것을 훤히 보게 되었다. 예수께서 그를 집으로 보내며 "마을로 들어가지는 마시오" 하고 이르셨다. - 마르코 8.22-26 예수가 치유자였던 것은 분명하다. 복음서에 예수의 치유 활동이 다수 기록되어 있는 걸 보면 갈릴래아 민중에게 예수는 환자의 병을 고쳐주는 치유자로 기억되고 있는 것 같다. 당시에는 예수 외에도 보수를..

삶의나침반 2022.01.06

마르코복음[34]

제자들이 빵을 가져오는 것을 잊어버려서 배 안에는 빵이 한 개밖에 없었는데, 예수께서 "주의하시오, 바리사이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시오" 하고 엄명하시자 "빵이 없구나" 하고들 서로 수군거렸다. 예수께서 알아차리고 말씀하셨다. "빵이 없다고 왜 수군거립니까? 아직도 알아듣지 못하고 깨닫지 못합니까? 그토록 마음이 둔합니까? 눈이 있어도 못 보고 귀가 있어도 못 듣습니까? 생각나지 않습니까? 내가 오천 명을 위해 빵 다섯 개를 떼었을 때 남은 빵조각을 몇 광주리에 가득 담았습니까?" 그들이 "열둘입니다" 하였다. 또 "사천 명을 위해 빵 일곱 개를 떼었을 때는 몇 바구니에 가득 담았습니까?" 하시니, "일곱입니다" 하였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아직도 깨닫지 못합니까?" - 마르코 8,14-21..

삶의나침반 2021.12.29

마르코복음[33]

바리사이인들이 와서 시비를 걸기 시작했는데, 그분을 떠보려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예수께서 당신 영으로 한숨을 쉬고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찾는가? 진실히 말하거니와, 이 세대에는 표징이 주어질 리가 없습니다!" 그러고는 그들을 버려두고 다시 배에 올라 호수 건너편으로 떠나셨다. - 마르코 8,11-13 4천 명을 먹인 기적 뒤에 바로 이어 나오는 대목이다. 예수를 주목하고 있었던 바리사이인들이 이 기적을 몰랐을 리가 없다. 내가 보기에 예수의 특별함을 이보다 더 명징하게 드러내 보이는 기적이 없다. 그런데도 바리사이인들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요구한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첫째, 마음이 닫혀 있으면 어떤 기적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

삶의나침반 2021.12.24

마르코복음[32]

그 무렵 많은 군중이 다시 모여 있었는데 먹을 것이 없었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가까이 불러 말씀하셨다. "군중이 측은합니다.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있었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입니다. 굶주린 채 집으로 헤쳐보냈다가는 길에서 기진해 버리겠습니다. 더구나 먼 데서 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자들이 대답했다. "여기는 외딴 곳인데 어디서 빵을 구해다가 이 사람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겠습니까?" 예수께서 "그대들은 빵이 몇 개나 있습니까?" 하고 물으시니 그들이 "일곱 개 있습니다" 하였다. 예수께서 군중에게 명하여 땅바닥에 자리잡게 하시고, 빵 일곱 개를 들어 사례하신 다음,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며 나누어 주게 하시니, 그들이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 작은 물고기도 몇 마리 있었는데, 예수께서 역시 축..

삶의나침반 2021.12.16

마르코복음[31]

예수께서는 다시 띠로 지역을 지나 시돈을 거쳐 갈릴래아 호숫가로, 데카폴리스 지역 한가운데로 가셨다. 그런데 사람들이 귀먹은 반벙어리를 데려와서 손을 얹어 주십사고 간청했다. 예수께서 그를 군중 가운데서 따로 데리고 나오시어,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었다가 침을 뱉어 그의 혀를 만지셨다. 그러고는 하늘을 우러러보고 한숨을 쉬시며 "에파타", 곧 "열려라" 하시자 그의 귀가 열리고 굳은 혀도 풀려 말을 제대로 했다. 예수께서는 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명하셨다. 그러나 엄히 명하실수록 그들은 더욱더 널리 알렸다. 사람들은 매우 놀라서 이렇게 말했다. "그분이 모든 일을 좋게 하셨구나. 저 귀머거리들은 듣게 하시고 저 벙어리들은 말을 하게 하셨구나." - 마르코 7,31-37 복음서에는 예..

삶의나침반 2021.12.06

마르코복음[30]

예수께서 거기를 떠나 띠로 지역으로 가셨는데, 어떤 집에 들어가서 아무도 모르게 묵으려 하셨으나 결국 숨어 계실 수 없었다. 그런데 어린 딸이 더러운 영에 사로잡혀 있다는 한 부인이 소문을 듣고 와서 예수 발치에 엎드렸다. 그리스 사람으로 시로페니키아 출신인 그 부인이 딸한테서 귀신을 쫓아내어 주십사고 간청하니 예수께서 "먼저 자녀들이 배불리 먹어야지, 자녀들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셨다. 그러자 부인이 "예, 주님. 그렇지만 상 아래 강아지들도 아이들이 먹다가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하였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돌아가시오. 바로 그 말로 말미암아 딸한테서 귀신이 떠났습니다." 부인은 집으로 가서, 아이가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 귀신이 떠난 것을 알았다...

삶의나침반 2021.11.22

마르코복음[29]

바리사이들과 예루살렘에서 온 율사 몇이 예수께 몰려왔는데, 그분 제자들이 더러 부정한 손, 곧 씻지 않은 손으로 빵을 먹는 것을 그들이 보았다. 본디 바리사이와 모든 유대인은 조상 전통을 지켜, 한 웅큼 물로라도 손을 씻지 않고는 먹지 않는다. 시장에서 돌아와서도 몸을 씻지 않고는 먹지 않는다. 그밖에도 지켜야 할 전통이 많이 있으니, 잔이나 옹자배기, 놋그릇이나 침대 따위도 노상 씻는다. 그래서 바리사이와 율사들이 "어째서 당신 제자들은 조상 전통을 따르지 않고 부정한 손으로 빵을 먹습니까?" 하고 묻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이사야가 위선자인 당신들을 두고 잘도 예언했으니, 이렇게 씌어 있습니다. '이 백성이 입으로는 나를 섬기지만 마음은 멀리 떠나 있도다. 헛되이 나를 떠받드나니 사람의 계명을 가르..

삶의나침반 2021.11.04

마르코복음[28]

일행이 뭍을 향해 호수를 건너서 겐네사렛에 이르러 닻을 내리고 배에서 내리니 사람들이 곧 예수를 알아보고 그 지방 일대를 두루 뛰어다니며 앓는 이들을 침상에 눕혀 가지고 그분이 계시다는 곳으로 나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촌락이든 고을이든 농가든 예수께서 들어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너른 터에 병자들을 데려가 놓고는 당신 옷단에 달린 술이라도 만지게 해 주십사고 간청했고, 만지는 사람마다 나았다. - 마르코 6,53-56 예수는 가파르나움과 겐네사렛 지역을 수 차례 왕복하며 활동하신 것 같다. 갈릴래아 호수를 중심으로 한 이곳이 예수 운동의 중심 지역이었다. 당연히 예수에 대한 이런저런 소문이 퍼져 있었을 것이다. 일반 민중들에게 예수는 어떤 분으로 인식되어 있었을까. 이 대목을 보면 민중들은 병고에서 벗어..

삶의나침반 2021.10.25

마르코복음[27]

그리고 곧 예수께서 제자들을 재촉하여 먼저 배를 타고 건너편 베싸이다로 가게 하시고, 그동안 당신은 군중을 헤쳐 보내셨다. 그들과 헤어진 뒤에는 기도하러 산으로 물러가셨다. 날이 저물어 배는 호수 복판에 있었고, 예수께서는 홀로 뭍에 계셨다. 바람이 마주 불어와서 제자들이 노 젓느라고 몹시 고생하는 것을 보시고 예수께서 밤 사경에 호수 위를 걸어 그들에게로 가셨다. 그리고 곁을 지나쳐 가시려는데 제자들이 예수께서 호수 위를 걸으시는 것을 보고 유령인 줄 생각하여 비명을 질렀다. 모두들 질겁을 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곧 말을 걸어 "힘내시오, 나요. 겁내지 마시오" 하셨다. 그리고 와서 배에 오르시니 바람이 그쳤다. 제자들은 몹시 질려 넋을 잃었다. 그들은 마음이 무디어 빵 기적에 대해 아직 깨닫지 못하..

삶의나침반 2021.10.17

마르코복음[26]

사도들이 예수께 돌아와 모여서 행하고 가르친 것을 모두 보고 드렸다. 그러자 예수께서 "따로 외딴곳에 가서 좀 쉬도록 하시오" 하고 이르셨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먹을 겨를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행은 배를 타고 따로 외딴곳으로 물러갔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들이 가는 것을 보았고, 갈 곳을 알아챈 이들도 많았다. 그들은 모든 고을에서 나와 잰걸음으로 함께 달려서 일행보다 먼저 그곳에 이르렀다. 예수께서는 배에서 내리며 많은 군중을 보고 측은히 여기셨다. 목자 없는 양떼 같았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그들을 여러 모로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어느덧 저녁이 되자 제자들이 다가와 말씀드렸다. "이곳은 외딸고 이미 때가 지났으니 사람들을 헤쳐보내어 주변 농가와 마을에 가서 스스로 먹을 것을 사도록 하시지요." 예수께..

삶의나침반 2021.10.06

마르코복음[25]

헤로데 왕이 예수 소문을 들었다. 그분 이름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이 죽은 이 가운데서 살아났구나. 그러기에 기적을 이루는 힘이 솟아나지" 하였다. 더러는 "엘리야다"라고도 하고, 더러는 "옛 예언자 가운데 한 분과 같은 예언자다"라고도 하였다. 이런 소문을 듣고서 헤로데는 말했다. "내가 목을 벤 요한 그 사람이 살아났구나." 사실 헤로데가 사람을 보내어 요한을 붙잡아다 감옥에 묶어 두었던 것은 동기간인 필립보의 아내 헤로디아로 말미암은 일이었다. 헤로데가 그 여자와 결혼했는데 그래서 요한이 "동기의 아내를 데리고 살아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하곤 했기 때문이다. 헤로디아는 앙심을 품고 요한을 죽이려 애썼으나 그럴 수 없었다. 헤로데가 요한이 의롭고 성스러운 사람임을 알아보고 ..

삶의나침반 2021.09.27

마르코복음[24]

예수께서는 촌락들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르치셨다. 그리고 열두 제자를 가까이 불러 둘씩 짝지어 보내며 더러운 영 제어하는 권능을 주셨다. 아울러 길을 떠날 때 지팡이말고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 것을 명하셨으니, 곧 빵도 자루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 것이며 다만 신발은 신되 속옷도 두 벌 껴입지 말라고 하셨다. 이어서 말씀하셨다. "일단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그곳을 떠날 때까지 머물러 있으시오. 또한 어느 곳이든 여러분을 받아들이지 않고 여러분의 말도 듣지 않거든 거기를 떠나면서 발밑에 붙은 티끌을 털어 증거로 남기시오." 그리하여 제자들은 떠나가서 사람들에게 회개하라고 선포했다. 또 많은 귀신을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발라 고쳐 주었다. - 마르코 6,7-13 제자를 파견함으로써 예수는 하느님 ..

삶의나침반 2021.09.20

마르코복음[23]

예수께서 거기를 떠나 고향으로 가셨다. 제자들도 따라갔다. 안식일이 되자 회당에서 가르치기 시작하셨는데 많은 사람이 듣고 무척 놀랐다. "이 사람이 어디서 힘을 얻어 이런 일을 하는가? 이 사람한테 내린 지혜는 어떤 것일까? 그 손에서 이런 기적들이 이루어지다니? 이 사람은 고작 장인이며, 마리아의 아들로 야고보, 요세, 유다, 시몬과 형제간이 아닌가? 그 누이들도 여기서 우리와 함께 지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그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예언자는 자기 고향과 친척들과 자기 집 밖에서는 푸대접받는 일이 없습니다." 고향에서 예수께서는 병자 몇 사람에게 손을 얹어 고쳐주셨을 뿐, 아무 기적도 행하실 수 없었고 그들이 믿지 않는 데 놀라워하셨다. - 마르코 6,1-5 예수에 대한 몇..

삶의나침반 2021.09.06

마르코복음[22]

예수께서 배를 타고 다시 호수 건너편으로 가시자 많은 군중이 모여와서 호숫가에 있었다. 그런데 야이로라는 회당장이 와서 뵙고 엎드려 간청했다. "제 어린 딸이 다 죽게 되었습니다. 와서 손을 얹어 주시어, 아이가 구원받아 살도록 해 주십시오." 예수께서 그와 함께 그곳을 떠나시는데, 많은 군중이 뒤따르며 그분을 밀쳤다. 그 가운데 한 부인은 열두 해 동안 하혈을 해 왔는데 여러 의사를 찾아다니며 숱한 고생을 하고 가진 것을 모두 털어 썼지만 아무 효험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었다. 그 부인이 예수 소문을 들은 바 있어, 군중 속에 끼여들었다가 뒤에서 그분 옷을 만졌다. 속으로 "옷만 만져도 구원받겠지" 했던 것이다. 그러자 곧 피 나던 곳이 말랐고, 부인은 병고에서 나은 것을 몸으로 느껴..

삶의나침반 2021.08.29

마르코복음[21]

그들은 호수 건너편 게라사인 지방으로 갔다. 예수께서 배에서 내리시자, 더러운 영에 사로잡힌 사람이 무덤에서 나와 마주 왔다. 그는 무덤에 살았는데, 이제 누구든 쇠사슬로도 묶어둘 수 없었다. 이미 여러 번 쇠고랑과 쇠사슬로 묶인 적이 있지만, 쇠사슬도 끊고 쇠고랑도 부수어 버려서 아무도 그를 휘어잡지 못했다. 그는 밤낮없이 늘 무덤과 산에서 소리를 지르며 돌로 제 몸을 짓찧곤 했다. 그런데 그가 멀리서 예수를 보고는 달려와 절하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 당신이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하느님 이름으로 말합니다. 제발 괴롭히지 마십시오." 예수께서 "더러운 영아,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시니, 그가 "군단입니다..

삶의나침반 2021.08.20

마르코복음[20]

그날 저녁이 되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호수 건너편으로 갑시다" 하셨다. 그들은 군중을 남겨 두고 배에 타신 예수를 그대로 모시고 갔는데 다른 배들도 함께 갔다. 그런데 거센 회오리바람이 일어 파도가 배 안으로 덮쳐 들어와서 배가 곧 물로 가득하게 되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이 깨우며 "선생님, 우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이 안 되십니까?" 하였다. 예수께서 일어나 바람을 꾸짖고 호수더러 "잠잠해져라, 조용히 있어라" 하시자 이내 바람이 멎고 아주 고요해졌다. 그러고 나서 "왜 겁냅니까? 아직도 믿음이 없습니까?" 하셨다. 그들은 몹시 질려 두려워하며 서로 말했다. "도대체 이 분이 누구시길래 바람과 호수조차 복종할까?" - 마르코 4,35-41 예수의 활동 ..

삶의나침반 2021.08.11

마르코복음[19]

또 말씀하셨다. "누가 등불을 가져다가 됫박 밑에나 침대 밑에 놓겠습니까? 등경 위에 놓지 않겠습니까? 숨겨진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누구든지 들을 귀가 있거든 들으시오." 또 말씀하셨다. "새겨들으시오. 여러분이 되어 주는 되만큼 여러분에게 되어 주실 것이고 거기에 더 보태어 주실 것입니다. 가진 사람에게는 더 주실 것이고, 갖지 못한 사람에게는 가진 것마저 빼앗으실 것입니다." 또 말씀하셨다. "하느님 나라는 이와 같습니다. 어떤 이가 땅에 씨를 뿌리고 나서 자고 일어나고 하는 가운데 밤과 낮이 가는데, 그가 모르는 사이에 씨는 싹이 터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땅이 절로 열매를 맺게 합니다. 처음에는 줄기가 자라고, 다음에는 이삭이 패고, 또 다음에는 이삭에 낟알이 ..

삶의나침반 2021.08.01

마르코복음[18]

예수께서 다시 호숫가에서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하도 많은 군중이 모여든지라, 그분은 배에 올라 호수에 자리잡으시고 군중은 모두 호숫가 뭍에 있었다. 예수께서 비유를 들어 많은 가르침을 베푸셨다. "들어 보시오. 씨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습니다.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은 길가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쪼아 먹었습니다. 어떤 것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는데 흙이 깊지 않아 싹이 곧 돋아나기는 했지만 해가 솟자 타버렸습니다. 뿌리가 없어서 말랐습니다. 또 어떤 것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우거지자 숨이 막혀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져 무럭무럭 자라서 열매를 맺는데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로 맺었습니다." 이어서 말씀하셨다.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으시..

삶의나침반 2021.07.19

마르코복음[17]

예수께서 집으로 돌아오시니 군중이 다시 모여드는 바람에 일행은 먹을 겨를도 없을 지경이었다. 예수의 친척들은 소문을 듣고 그분을 붙들러 나섰다. 사실 그분이 미쳤다고들 말하고 있었다. 한편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율사들은 "그가 베엘제불에 사로잡혔다"느니, "귀신 두목의 힘을 빌려 귀신을 쫓아낸다"느니 하였다. 예수께서 그들을 가까이 불러 놓고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떻게 사탄이 사탄을 쫓아낼 수 있습니까? 한 나라가 갈라지면 그 나라는 지탱할 수 없고 한 집안이 갈라지면 그 집안은 지탱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사탄도 자신을 거슬러 일어나 갈라지면 지탱할 수 없고 끝장이 납니다. 먼저 힘센 자를 묶어 놓지 않고서는 아무도 힘센 자의 집에 들어가서 세간을 털 수 없습니다. 묶어 놓아야 그 집을 털게 ..

삶의나침반 2021.07.05

마르코복음[16]

예수께서 산에 올라 마음에 두신 이들을 가까이 부르시니 그들이 당신 앞으로 나아왔다. 그리고 열둘을 뽑아 사도라고 이름 지으셨으니, 이는 그들로 하여금 당신과 함께 있게 하시려는 것이요 또한 그들을 보내어 복음을 선포하고 귀신 내쫓는 권능을 갖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열둘을 뽑으셨는데, 시몬에게는 '베드로'라는 이름을 주셨고,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 형제에게는 '보아네르게스'라는 이름을 주셨으니 '천둥의 아들들'이라는 뜻이다. 그밖에 안드레아, 필립보, 바르톨로메오, 마태오, 토마,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타대오, 열혈당원 시몬, 그리고 당신을 넘겨준 유다 이스가리옷이었다. - 마르코 3,13-19 예수의 열두 제자 명단은 세 복음서에 나오는데, 복음서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시몬(베드로) 제베대..

삶의나침반 2021.06.21

마르코복음[15]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호숫가로 물러가시니, 갈릴래아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뒤를 따랐다. 또한 유대와 예루살렘과 이두매아, 요르단 강 건너편, 그리고 띠로와 시돈 근방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예수께서 행하신 모든 일을 전해 듣고 몰려왔다. 예수께서는 군중이 마구 밀어붙이지 못하도록, 당신이 타실 작은 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분부하셨다. 예수께서 많은 사람을 고쳐 주셨으므로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이 너도나도 그분을 만지려고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더러운 영들도 그분을 뵐 적마다 앞에 엎드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를 질렀다. 예수께서는 당신을 드러나게 알리지 말라고 그들을 크게 꾸짖으셨다. - 마르코 3, 7-12 갈릴래아 민중들이 주로 예수를 따라 다녔지만 여기 나오는 대로 먼 이..

삶의나침반 2021.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