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803

마르코복음[23]

예수께서 거기를 떠나 고향으로 가셨다. 제자들도 따라갔다. 안식일이 되자 회당에서 가르치기 시작하셨는데 많은 사람이 듣고 무척 놀랐다. "이 사람이 어디서 힘을 얻어 이런 일을 하는가? 이 사람한테 내린 지혜는 어떤 것일까? 그 손에서 이런 기적들이 이루어지다니? 이 사람은 고작 장인이며, 마리아의 아들로 야고보, 요세, 유다, 시몬과 형제간이 아닌가? 그 누이들도 여기서 우리와 함께 지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그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예언자는 자기 고향과 친척들과 자기 집 밖에서는 푸대접받는 일이 없습니다." 고향에서 예수께서는 병자 몇 사람에게 손을 얹어 고쳐주셨을 뿐, 아무 기적도 행하실 수 없었고 그들이 믿지 않는 데 놀라워하셨다. - 마르코 6,1-5 예수에 대한 몇..

삶의나침반 2021.09.06

마르코복음[22]

예수께서 배를 타고 다시 호수 건너편으로 가시자 많은 군중이 모여와서 호숫가에 있었다. 그런데 야이로라는 회당장이 와서 뵙고 엎드려 간청했다. "제 어린 딸이 다 죽게 되었습니다. 와서 손을 얹어 주시어, 아이가 구원받아 살도록 해 주십시오." 예수께서 그와 함께 그곳을 떠나시는데, 많은 군중이 뒤따르며 그분을 밀쳤다. 그 가운데 한 부인은 열두 해 동안 하혈을 해 왔는데 여러 의사를 찾아다니며 숱한 고생을 하고 가진 것을 모두 털어 썼지만 아무 효험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었다. 그 부인이 예수 소문을 들은 바 있어, 군중 속에 끼여들었다가 뒤에서 그분 옷을 만졌다. 속으로 "옷만 만져도 구원받겠지" 했던 것이다. 그러자 곧 피 나던 곳이 말랐고, 부인은 병고에서 나은 것을 몸으로 느껴..

삶의나침반 2021.08.29

마르코복음[21]

그들은 호수 건너편 게라사인 지방으로 갔다. 예수께서 배에서 내리시자, 더러운 영에 사로잡힌 사람이 무덤에서 나와 마주 왔다. 그는 무덤에 살았는데, 이제 누구든 쇠사슬로도 묶어둘 수 없었다. 이미 여러 번 쇠고랑과 쇠사슬로 묶인 적이 있지만, 쇠사슬도 끊고 쇠고랑도 부수어 버려서 아무도 그를 휘어잡지 못했다. 그는 밤낮없이 늘 무덤과 산에서 소리를 지르며 돌로 제 몸을 짓찧곤 했다. 그런데 그가 멀리서 예수를 보고는 달려와 절하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 당신이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하느님 이름으로 말합니다. 제발 괴롭히지 마십시오." 예수께서 "더러운 영아,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시니, 그가 "군단입니다..

삶의나침반 2021.08.20

마르코복음[20]

그날 저녁이 되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호수 건너편으로 갑시다" 하셨다. 그들은 군중을 남겨 두고 배에 타신 예수를 그대로 모시고 갔는데 다른 배들도 함께 갔다. 그런데 거센 회오리바람이 일어 파도가 배 안으로 덮쳐 들어와서 배가 곧 물로 가득하게 되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이 깨우며 "선생님, 우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이 안 되십니까?" 하였다. 예수께서 일어나 바람을 꾸짖고 호수더러 "잠잠해져라, 조용히 있어라" 하시자 이내 바람이 멎고 아주 고요해졌다. 그러고 나서 "왜 겁냅니까? 아직도 믿음이 없습니까?" 하셨다. 그들은 몹시 질려 두려워하며 서로 말했다. "도대체 이 분이 누구시길래 바람과 호수조차 복종할까?" - 마르코 4,35-41 예수의 활동 ..

삶의나침반 2021.08.11

마르코복음[19]

또 말씀하셨다. "누가 등불을 가져다가 됫박 밑에나 침대 밑에 놓겠습니까? 등경 위에 놓지 않겠습니까? 숨겨진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누구든지 들을 귀가 있거든 들으시오." 또 말씀하셨다. "새겨들으시오. 여러분이 되어 주는 되만큼 여러분에게 되어 주실 것이고 거기에 더 보태어 주실 것입니다. 가진 사람에게는 더 주실 것이고, 갖지 못한 사람에게는 가진 것마저 빼앗으실 것입니다." 또 말씀하셨다. "하느님 나라는 이와 같습니다. 어떤 이가 땅에 씨를 뿌리고 나서 자고 일어나고 하는 가운데 밤과 낮이 가는데, 그가 모르는 사이에 씨는 싹이 터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땅이 절로 열매를 맺게 합니다. 처음에는 줄기가 자라고, 다음에는 이삭이 패고, 또 다음에는 이삭에 낟알이 ..

삶의나침반 2021.08.01

마르코복음[18]

예수께서 다시 호숫가에서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하도 많은 군중이 모여든지라, 그분은 배에 올라 호수에 자리잡으시고 군중은 모두 호숫가 뭍에 있었다. 예수께서 비유를 들어 많은 가르침을 베푸셨다. "들어 보시오. 씨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습니다.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은 길가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쪼아 먹었습니다. 어떤 것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는데 흙이 깊지 않아 싹이 곧 돋아나기는 했지만 해가 솟자 타버렸습니다. 뿌리가 없어서 말랐습니다. 또 어떤 것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우거지자 숨이 막혀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져 무럭무럭 자라서 열매를 맺는데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로 맺었습니다." 이어서 말씀하셨다.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으시..

삶의나침반 2021.07.19

마르코복음[17]

예수께서 집으로 돌아오시니 군중이 다시 모여드는 바람에 일행은 먹을 겨를도 없을 지경이었다. 예수의 친척들은 소문을 듣고 그분을 붙들러 나섰다. 사실 그분이 미쳤다고들 말하고 있었다. 한편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율사들은 "그가 베엘제불에 사로잡혔다"느니, "귀신 두목의 힘을 빌려 귀신을 쫓아낸다"느니 하였다. 예수께서 그들을 가까이 불러 놓고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떻게 사탄이 사탄을 쫓아낼 수 있습니까? 한 나라가 갈라지면 그 나라는 지탱할 수 없고 한 집안이 갈라지면 그 집안은 지탱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사탄도 자신을 거슬러 일어나 갈라지면 지탱할 수 없고 끝장이 납니다. 먼저 힘센 자를 묶어 놓지 않고서는 아무도 힘센 자의 집에 들어가서 세간을 털 수 없습니다. 묶어 놓아야 그 집을 털게 ..

삶의나침반 2021.07.05

마르코복음[16]

예수께서 산에 올라 마음에 두신 이들을 가까이 부르시니 그들이 당신 앞으로 나아왔다. 그리고 열둘을 뽑아 사도라고 이름 지으셨으니, 이는 그들로 하여금 당신과 함께 있게 하시려는 것이요 또한 그들을 보내어 복음을 선포하고 귀신 내쫓는 권능을 갖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열둘을 뽑으셨는데, 시몬에게는 '베드로'라는 이름을 주셨고,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 형제에게는 '보아네르게스'라는 이름을 주셨으니 '천둥의 아들들'이라는 뜻이다. 그밖에 안드레아, 필립보, 바르톨로메오, 마태오, 토마,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타대오, 열혈당원 시몬, 그리고 당신을 넘겨준 유다 이스가리옷이었다. - 마르코 3,13-19 예수의 열두 제자 명단은 세 복음서에 나오는데, 복음서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시몬(베드로) 제베대..

삶의나침반 2021.06.21

마르코복음[15]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호숫가로 물러가시니, 갈릴래아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뒤를 따랐다. 또한 유대와 예루살렘과 이두매아, 요르단 강 건너편, 그리고 띠로와 시돈 근방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예수께서 행하신 모든 일을 전해 듣고 몰려왔다. 예수께서는 군중이 마구 밀어붙이지 못하도록, 당신이 타실 작은 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분부하셨다. 예수께서 많은 사람을 고쳐 주셨으므로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이 너도나도 그분을 만지려고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더러운 영들도 그분을 뵐 적마다 앞에 엎드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를 질렀다. 예수께서는 당신을 드러나게 알리지 말라고 그들을 크게 꾸짖으셨다. - 마르코 3, 7-12 갈릴래아 민중들이 주로 예수를 따라 다녔지만 여기 나오는 대로 먼 이..

삶의나침반 2021.06.10

마르코복음[14]

예수께서 다시 회당에 들어가셨는데, 거기 한쪽 손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이 그분을 고발하려고, 안식일인데도 그분이 그를 고쳐 주실지 지켜보고 있었다. 예수께서 손 오그라든 사람에게 "일어나 가운데로 나오시오" 하시고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식일에 선한 일을 해야 합니까, 악한 일을 해야 합니까? 목숨을 구해야 합니까, 죽여야 합니까?" 그러나 그들은 잠자코 있었다. 예수께서 노기를 띠고 둘러보신 다음 그들 마음이 완고함을 슬퍼하시며 그 사람에게 "손을 펴시오" 하셨다. 그가 손을 펴자 손이 다시 성해졌다. 바리사이들은 밖으로 나가서 곧바로 헤로데 도당과 함께 모의하여 예수를 없애 버리기로 했다. - 마르코 3,1-6 예수와 바리사이들의 갈등이 점점 고조된다. 바리사이들은 예수를 고발할 핑곗거..

삶의나침반 2021.05.28

마르코복음[13]

안식일에 예수께서 밀밭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는데, 제자들이 길을 내며 이삭을 자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바리사이들이 "보시오, 어째서 이 사람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까?" 하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다윗과 그 일행이 궁핍하고 굶주렸을 때 다윗이 어떻게 했는지 읽어 본 적이 없습니까? 에비아달 대제관 때 어떻게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서, 제관 말고는 못 먹도록 차려둔 빵을 먹고 또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주었습니까?" 이어서 말씀하셨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생겼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인자는 또한 안식일의 주인입니다." - 마르코 2,23-27 내가 보기에는 예수와 제자들이 고의적으로 안식일의 규정을 위반한 것 같다. 종교적 규율 속에서 자기 만족에 ..

삶의나침반 2021.05.18

마르코복음[12]

그런데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자주 단식을 했다. 사람들이 와서 물었다.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 제자들은 단식을 하는데, 어째서 당신 제자들은 단식을 하지 않습니까?"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에는 혼인잔치 손님들이 단식할 수 있습니까?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은 단식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터인데, 그때 그 날에는 단식할 것입니다. 아무도 헌 옷을 생베 조각으로 깁지 않습니다. 그러면 새 헝겊이 헌 옷을 잡아당겨 그 옷이 더 고약하게 찢어집니다. 또 아무도 새 포도주를 헌 가죽부대에 담지 않습니다. 그러면 포도주가 가죽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도 가죽부대도 못 쓰게 됩니다. 새 포도주는 새 가죽부대에 담는 법입니다." - 마르코 2,18-22 좋은 신앙심의 ..

삶의나침반 2021.05.04

마르코복음[11]

예수께서 다시 호숫가로 나가시자 군중이 모두 모여 왔고, 예수께서 그들을 가르치셨다. 그리고 거리를 지나가다가 알패오의 아들 레위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나를 따르시오" 하시자, 그가 일어나 따라왔다. 그리고 그의 집에서 잡수시게 되었는데, 많은 세리와 죄인이 예수와 그분 제자들이랑 더불어 먹었다. 많은 사람이 예수를 따라왔기 때문이다. 바리사이파 율사들이 예수께서 죄인과 세리랑 어울려 잡수시는 것을 보고 제자들에게 말했다. "저분은 세리와 죄인이랑 어울려 먹소?" 예수께서 듣고 말씀하셨다. "의사란 건강한 이가 아니라 앓는 이에게 필요합니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습니다." - 마르코 2,13-17 예수의 식탁에 함께 한 사람들을 보면 예수가 얼마나 파격적인 분인지 알 수 있다...

삶의나침반 2021.04.22

마르코복음[10]

며칠 뒤 예수께서 가파르나움으로 돌아가셨는데, 그분이 집에 계시다는 소문이 퍼져서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문 앞에도 빈자리가 없었다. 예수께서 말씀을 들려주고 계신데 마침 네 사람이 중풍병자를 떠메고 데려왔다. 그러나 군중 때문에 예수께 다가갈 수 없어서 그분이 계신 곳 위의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어, 중풍병자가 누운 침상을 달아 내려보냈다. 예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죄가 용서받았습니다." 율사 몇 사람이 거기 앉아 있다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어쩌자고 이런 말을 하는가? 하느님을 모독하는구나. 하느님 한 분 말고 누가 감히 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이 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예수께서 금방 당신 영으로 알아차리고 말씀하셨다. "왜 마음속에 그런 생각을 품습..

삶의나침반 2021.04.13

마르코복음[9]

한 나병환자가 예수께 와서 무릎 꿇고 간청했다. "선생님은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측은히 여겨 손을 펴서 만져주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시오." 그러자 곧 나병이 물러가고 그는 깨끗해졌다. 예수께서 곧 그를 내보내며 엄히 경고하셨다.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도록 주의하시오. 다만, 가서 제관에게 몸을 보이고, 모세가 지시한 것들을 갖다 바쳐 깨끗해졌다는 증거가 되게 하시오." 그러나 그가 떠나가서 널리 알리고 이야기를 퍼뜨리기 시작했으므로 예수께서는 드러나게 고을로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 외딴곳에 머물러 계셨다. 그래도 사람들이 사방에서 그분을 찾아왔다. - 마르코 1,40-45 예수가 하느님 나라 운동을 시작하며 여러 고을을 찾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난..

삶의나침반 2021.03.22

마르코복음[8]

이른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께서 일어나 바깥 외딴 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셨다. 시몬과 그 일행이 찾아 나섰다가 뵙고는 "모두들 선생님을 찾고 있습니다" 하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다른 데로 가까운 촌락들을 찾아갑시다. 거기서도 복음을 선포해야겠습니다. 사실 나는 이 일을 하러 왔습니다." 그리고 온 갈릴래아에 있는 회당들을 찾아다니며 복음을 선포하고 귀신을 쫓아내셨다. - 마르코 1,35-39 고독한 예수의 모습이 읽힌다. 사람들은 복음에 귀 기울이기보다 병을 고치고 귀신을 쫓아내는 행위에 더 환호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예수를 따르는 주된 이유였다. 하루 중 가장 조용한 시간에 예수는 외딴 곳을 찾아가 기도를 한다. 여기서 기도는 무엇에 대한 간구이기보다 자신의 소명을 확인하면서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

삶의나침반 2021.03.11

마르코복음[7]

그때 마침 더러운 영에 사로잡힌 사람이 회당에 있다가 외쳤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이 우리와 무슨 상관입니까? 우리를 없애려 오셨습니까? 나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하느님의 거룩한 분이십니다." 예수께서 "잠자코 떠나가라" 하고 꾸짖으시자 더러운 영이 그에게 경련을 일으켜 놓고 큰 소리를 지르며 떠나갔다. 사람들이 모두 놀라 서로 캐물으며 "이게 웬일이냐? 권위 있는 새로운 가르침이다. 저분이 더러운 영들에게 명령하시니 그들도 복종하는구나" 하였다. 그분 소문이 곧 갈릴래아 근방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그들은 곧 회당에서 떠나 야고보와 요한과 함께 시몬과 안드레아의 집으로 갔는데 마침 시몬의 장모가 열이 나서 누워 있었다. 사람들이 곧 사정을 말씀드렸다. 예수께서 다가가 손을 잡아 부인을 일으..

삶의나침반 2021.02.21

마르코복음[6]

그리고 그들은 가파르나움으로 들어갔는데, 곧바로 안식일에 예수께서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셨다. 사람들은 그분 가르침에 무척 놀랐다. 율사들과는 달리 권위를 지닌 분으로서 가르치셨기 때문이다. - 마르코 1,21-22 예수의 공생애 첫 활동은 가르치는 일이었다. 가파르나움은 갈릴래아 호수 북쪽에 있는 도시로 예수 운동의 중심이 되는 곳이었다. 이곳 회당에서 한 예수의 말씀은 전해지지 않는다. 대신 모인 사람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사람들이 예수의 가르침에 무척 놀랐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가르침과 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 추정컨대 유대교의 엄격한 하느님 관념에 대해 다른 시각의 해석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징벌을 내리시는 하느님이 아니라 사랑하고 용서하고 위로하시는 하느님을 강조하지 않았을까. 그리..

삶의나침반 2021.02.03

마르코복음[5]

예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다가 보시니 시몬과 안드레아 형제가 호수에 그물을 던지고 있었다. 그들은 어부였다. 예수께서 "내 뒤를 따르시오.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습니다." 하시자 곧 그들은 그물을 버려두고 그분을 따랐다. 예수께서 또 조금 더 가시다가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 형제를 보셨는데, 그들은 배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곧바로 예수께서 부르시니 그들은 아버지 제베대오를 삯꾼들과 함께 배에 남겨두고 뒤좇아갔다. - 마르코 1,16-20 시몬과 안드레아,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의 제자 그룹 중에서도 핵심 멤버다. '곧'이라는 말에서 보듯 이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 운동에 동참한다. 사전에 예수와 어떤 식으로든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삶의나침반 2021.01.22

마르코복음[4]

요한이 잡힌 뒤 예수께서는 갈릴래아로 가서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셨다. "때가 차서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습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시오." - 마르코 1,14-15 당대의 로마 역사가 요세푸스가 기록한 대로 세례자 요한의 체포와 처형은 역사적 사실이다. AD 29년쯤이었을 것이다. 반면에 예수에 관한 기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당시에 주목을 받은 인물이 누구였는지 추론해 볼 수 있다. 요한은 두려움이 없었다. 정치나 종교 권력층에 대한 독설을 서슴치 않았다. 요한의 투옥이 예수에게 영향을 주었을까? 예수는 예루살렘에서 멀리 떨어진 갈릴래아에서 첫 활동을 시작한다. 중앙의 주목을 덜 받아서 위험 요소가 적은 이점이 있을 것이다. 복음서 곳곳에서 예수는 자신의 이적을 알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소문이 ..

삶의나침반 2021.01.10

마르코복음[3]

그리고 곧 영이 예수를 광야로 내보냈다. 그분은 광야에 사십 일 동안 계시면서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또한 들짐승들과 함께 지내셨는데 천사들이 그분을 시중들었다. - 마르코 1,12-13 세례 요한을 떠난 예수는 광야를 찾아간다. 광야는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량한 곳이다. 광야는 죽음의 이미지와 연관되지만 그러하므로 영적 공간이기도 하다. 신과 대면하고 싶을 때 사막이나 광야를 찾는 일은 자주 있었다. 내면의 불안이나 두려움과 싸우면서 자신의 소명을 확인하는 과정이 예수도 필요했을 것이다. 내적으로 단단해지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가 아니었을까. 이제 민중 앞에 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삶의나침반 2021.01.02

마르코복음[2]

예언자 이사야의 글에, 보라, 내 심부름꾼을 먼저 보내니 그가 네 길을 닦아 놓으리라. 광야에서 부르짖는 소리니라. "주님의 길을 마련하고 굽은 길을 바르게 하여라." 하고 씌어 있는 대로,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 나타나 죄를 용서받기 위한 회개의 세례를 받으라고 선포했다. 그래서 온 유대 지방 주민과 예루살렘 사람 모두가 그에게 나아가 죄를 고백하며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았다. 요한은 낙타털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띠를 띠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었다. 그는 이렇게 선포했다. "나보다 굳센 분이 내 뒤에 오십니다. 나는 허리 굽혀 그분 신발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습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물로 세례를 베풀었지만 그분은 성령으로 세례를 베풀 것입니다." 그 무렵 예수께서 갈릴레아 나자렛에서 요르단 강으로 와서 ..

삶의나침반 2020.12.21

마르코복음[1]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이렇게 비롯되었다. - 마르코 1,1 마르코복음서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한때 아무개 목사를 따른 적이 있었는데, 그분의 강연장에서 성서 읽기에 대한 충고를 들었다. 마르코복음서만 100번을 집중적으로 읽으라는 것이었다. 바로 실천에 들어갔다. 2년 정도 걸렸을 것이다. 읽은 횟수를 체크하다가 말았으니 정확하지는 않지만 거의 100번을 채웠다. 평균하면 일주일에 일독을 한 셈이었다. 거의 20년 전이었다. 이제 다시 마르코를 읽으려 한다. 대학생 때 개신교 교회를 통해 기독교를 접한 이래 예수가 어떤 분이신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그에 대한 답은 내 신앙의 정체성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역사적 예수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복음서를 통해 우리는..

삶의나침반 2020.12.12

금강경[32]

"수보리여, 어떤 사람이 십억이나 되는 가없는 우주를 일곱 가지 보배로 가득 채워 모든 부처님께 공양 올린다고 해도 위 없이 바른 깨달음에 마음 낸 선남자 선여인이 이 가르침 가운데 네 구절의 게송만이라도 거뜬히 받아 지녀 즐겨 읽고 절로 외우면서 이웃과 함께 나눈다면 이 공덕이 앞의 공덕보다 뛰어날 것입니다. 어떻게 함께 나눌 것입니까? 모양에도 생각에도 걸리지 말고, 언제 어디서나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왜 그러하겠습니까? '나'라고 하는 모든 것들 꿈이요 허깨비요 물거품이요 '나'라고 하는 모든 것들 그림자요 이슬이요 번갯불이니 이렇게 보아야 하리 이렇게 보아야 하리." 님께서는 이와 같이 가르침을 마치셨네. 님께서 이렇게 가르침을 마치시자 행복하여 두 손 모은 장로와 모임에 함께한 비구 비구니와..

삶의나침반 2020.11.05

금강경[31]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누군가 '여래는 스스로 있는 나, 죽지 않는 나, 바뀌지 않는 나, 숨 쉬는 나, 이런 모든 나에 대한 견해를 가르친다'라고 생각한다면 이 사람은 내가 말하는 참뜻을 잘 알았다고 하겠습니까?" "그렇지 않겠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그런 사람은 여래께서 말씀하신 참뜻을 바르게 알았다고 할 수 없겠습니다. 행복하신 분께서 말씀하시는 '스스로 있는 나', '죽지 않는 나', '바뀌지 않는 나', '숨 쉬는 나'는 참으로 그런 나가 아니라 그런 나라고 이름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위 없는 깨달음에 마음 낸 님들은 있고 없는 모든 것들을 이와 같이 알고, 이와 같이 보고, 이와 같이 믿고, 이와 같이 깨달아서 그것들에 대해 '그것은 어떤 것이다'라는 생각을 내어서는..

삶의나침반 2020.10.05

금강경[30]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십억이나 되는 가없는 우주를 다 부수어 더 나눌 수 없는 작은 먼지로 만든다면 이 먼지들이 많지 않겠습니까?" "행복하신 분이시여, 참으로 많겠습니다. 저 먼지들이 참으로 '나'가 있는 먼지라면 부처님께서는 먼지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부처님께서는 '먼지는 먼지가 아니라 다만 먼지라 이름할 뿐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신 십억이나 되는 가없는 우주란 곧 우주가 아니라 우주라 이름할 뿐이겠습니다. 우주가 참으로 '나'가 있는 우주라면 그것은 곧 길이 바뀌지 않는 한 덩어리의 우주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래께서는 '한 덩어리의 우주는 곧 한 덩어리의 우주가 아니라 한 덩어리의 우주라고 이름할 뿐이다'라..

삶의나침반 2020.09.14

금강경[29]

"수보리여, 어떤 사람이 '여래가 온다,' '여래가 간다,' '여래가 앉는다,' '여래가 눕는다'고 말한다면 이 사람은 내가 말하는 뜻을 바르게 알지 못한 사람입니다. 어디로 감도 없고 어디에서 옴도 없는 님, 그런 님을 '여래'라 부르기 때문입니다. - 금강경 29('지금 여기'에 사는 삶, 威儀寂靜分) '여래'는 한자로 '如來'다. 잘은 모르지만 '(세상을 구하러) 오시는 분' 정도쯤 될까. 그렇지만 여래 자신은 옴도 감도 없다고 한다. 여래는 따로 바깥에 있는 분이 아니라는 뜻이 아닐까. 오셔서 나와 하나가 되었으니 이제는 너와 나가 구분되지 않는다. 그분이 오시면 '나'는 사라지고 그분의 빛으로 환해진다. 기독교에서도 예수의 오심을 기다리는 것은 내 안에 계신 예수를 보지 못한 탓이 아닐까. 하늘..

삶의나침반 2020.09.05

금강경[28]

"수보리여, 어떤 보살이 갠지스 강 모래알 수만큼 많은 세계를 가득 채운 일곱 가지 보배를 부처님께 공양 올린다 해도, 만일 누군가가 있고 없는 모든 것에는 '나'가 없다는 깨달음을 잘 견디어 이룬다면, 이 보살이 받는 복덕은 앞의 보살이 받는 복덕보다 뛰어날 것입니다. 수보리여, 위 없이 바른 깨달음에 마음 낸 보살들은 뛰어난 복덕마저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보살은 어떻게 복덕마저 받지 않는 것입니까?" "수보리여, 보살은 스스로 짓는 복덕을 탐내거나 그것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복덕마저 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 금강경 28(받지도 탐내지도 않는 복덕, 不受不貪分) 달마대사를 만난 양 무제는 자랑스레 물었다. "짐은 즉위한 이래 수많은 절을 짓고 경전을 출판하였..

삶의나침반 2020.08.25

금강경[27]

"수보리여, 그대가 만일 여래는 거룩한 모습을 갖추었기에 위 없이 바른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면, 수보리여,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여래는 거룩한 몸 모습을 갖추었기에 위 없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것이 아닙니다. 수보리여, 그대가 만일 위 없이 바른 깨달음에 마음 낸 사람은 모든 것의 끝남과 없어짐을 말한다고 생각한다면, 수보리여,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위 없이 바른 깨달음에 마음 낸 사람은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그것의 끝남과 없어짐을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금강경 27(끝남도 없고 없어짐도 없어, 無斷無滅分) 두 번째 대목에 주목한다. 번뇌에서 해방되는 게 깨달음의 목적은 아니다. 세속의 온갖 망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깨달음은 그 너머에 있다. 끝나거..

삶의나침반 2020.08.12

금강경[26]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래의 서른두 가지 몸 모습으로 여래를 볼 수 있겠습니까?" "그렇겠습니다. 여래의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몸 모습으로 여래를 뵐 수 있겠습니다." "수보리여, 만일 여래의 서른두 가지 몸 모습으로 여래를 볼 수 있다면 전륜성왕도 여래라 할 수 있겠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제가 이제 부처님 말씀을 이해하기로는 서른두 가지 거룩한 여래의 모습만으로는 여래를 뵐 수 없겠습니다." 이 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네. 모습으로 나를 보려 하거나 말씀으로 나를 찾으려 하면 이는 잘못된 길을 가는 사람 끝내 여래를 볼 수 없으리. - 금강경 26(모습이 아닌 진리의 몸, 法身非相分) 수보리의 대답이 갑자기 엉뚱하다. 지금까지의 수보리를 볼 때 이런 대답이 나올 리 없다. 수보..

삶의나침반 2020.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