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마르코복음[30]

샌. 2021. 11. 22. 10:29

예수께서 거기를 떠나 띠로 지역으로 가셨는데, 어떤 집에 들어가서 아무도 모르게 묵으려 하셨으나 결국 숨어 계실 수 없었다. 그런데 어린 딸이 더러운 영에 사로잡혀 있다는 한 부인이 소문을 듣고 와서 예수 발치에 엎드렸다. 그리스 사람으로 시로페니키아 출신인 그 부인이 딸한테서 귀신을 쫓아내어 주십사고 간청하니 예수께서 "먼저 자녀들이 배불리 먹어야지, 자녀들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셨다. 그러자 부인이 "예, 주님. 그렇지만 상 아래 강아지들도 아이들이 먹다가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하였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돌아가시오. 바로 그 말로 말미암아 딸한테서 귀신이 떠났습니다."

부인은 집으로 가서, 아이가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 귀신이 떠난 것을 알았다.

 

- 마르코 7,24-30

 

 

띠로는 예수가 주로 활동한 갈릴래아 지역에서 북서 방향에 있는 도시다. 현재 레바논에 속해 있는데, 갈릴래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번화한 곳이었다. 여기서도 예수는 비밀리에 움직이신 것 같다.

 

예수를 찾아온 어느 그리스 부인에게 한 예수의 응대는 차갑다. 처음 대하는 이방인 여자에게 '강아지'라니, 차마 예수의 언행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때는 당연했을지 몰라도, 지금의 관점에서는 인종차별주의자의 발언으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 "자녀들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약자를 보듬으며 하느님의 보편적 사랑을 전하는 예수가 이런 말을 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내가 예수를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도 생긴다.

 

몇 가지 유추해 볼 수는 있다. 부인의 진심을 테스트해 보기 위한 언어였을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부인의 믿음을 드러내기 위한 일종의 장치였을 수 있다. 이방인의 굳은 믿음을 보여줌으로써 제자들이나 따르는 유대인들에게 교훈으로 삼기 위한 목적이다. 어찌 됐든 이 부인의 대처는 예수만큼이나 현명했다. "상 아래 강아지들도 아이들이 먹다가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그만큼 딸을 살리려는 절박함이 컸는지 모른다.

 

예수의 말은 당시의 시대 환경에서는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일반적인 발언이었을 수도 있다. 예수 역시 하느님이 선택한 유대인이라는 자부심이 강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수의 말 속에는 분명 어떤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예수의 따끔한 지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대이기 때문에 거침없이 했으리라 본다. 치유의 씨앗은 이미 부인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말로 말미암아' 딸한테서 귀신이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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