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마르코복음[51]

샌. 2022. 7. 18. 10:34

제베대오의 아들들인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께 다가와 여쭈었다.

"선생님, 저희 소청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예수께서 "무엇을 바랍니까?" 하고 물으시니 그들이 대답했다.

"선생님이 영광스럽게 되실 때 하나는 오른편에, 하나는 왼편에 앉혀 주십시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청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들 있구려. 내가 마시는 잔을 마실 수 있으며 내가 받는 세례를 받을 수 있습니까?"

그들이 "할 수 있습니다" 하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과연 내가 마시는 잔을 마시고 내가 받는 세례를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 오른편이나 왼편에 앉는 것은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정해진 사람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 마르코 10,35-40

 

 

야고보와 요한이라면 예수의 수제자에 해당한다. 비장한 예루살렘 입성의 길에서 그들은 다른 꿈을 꾼다. 우리나라 정치판을 봐도 권력 핵심부에서는 '좌XX 우XX'로 불리는 자들이 있어 왔다. 야고보와 요한의 머릿속에도 그런 욕망이 있었는지 모른다.

 

제자들의 얼토당토 않은 언행을 보면 '뭐, 이런 놈들이 있나'라는 욕이 나올 정도다. 가족과 재산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나선 처음의 결단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모습이다. 마르코복음서는 이런 제자들의 우매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아마도 마르코복음서의 저자는 바울에 가까운 인물이었는지 모른다. 열두 제자와 바울이 갈등 관계였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예수의 제자라면 허물이 있더라도 덮어두는 게 보통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예수는 야고보와 요한의 어의 없는 청탁에 한숨이 나왔을 것이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쳐다보는 제자가 어떻게 보였을까. 그렇다고 나무란다고 될 일도 아님을 안다. 자리에 앉히는 것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넌지시 회피한다. 욕심이 앞서면 예수는 수단이 된다. 현대의 많은 예수 따르미들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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