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마르코복음[48]

샌. 2022. 6. 15. 11:04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께 데려와서 어루만지시게 하려 하자 제자들이 나무랐다. 예수께서 보고 언짢아하며 말씀하셨다.

"어린이들이 내게 오도록 그냥 두시오. 막지 마시오. 하느님 나라는 이런 이들의 것입니다. 진실히 말하거니와 어린이처럼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결코 거기 들어가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고는 어린이들을 껴안고 손을 얹어 축복하셨다.

 

- 마르코 10,13-16

 

 

성경에 나오는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다. 이 어린이들 역시 몸이 성치 못한 아픈 아이들이었는지 모른다. 예수와 닿으면 병이 낫겠다는 부모의 바람으로 데려왔을 것이다. 그러나 제자들이 막았다. 그만큼 당시에는 어린이들이 존중은커녕 인간적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예수는 제자들의 행동을 언짢아하며 하느님의 나라는 어린이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것임을 선언한다. 보편적 인식 구조를 깨부수는 말씀이다. 미숙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어린이한테서 예수는 하느님 나라를 발견한다. 이 구절 뒤에 부자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어린이는 돈 많고 많이 배운 사람들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다. <장자>에 나오는 갓 태어난 송아지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기존 관념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존재다.

 

그나저나 예수의 제자들은 끝까지 예수와 마찰을 일으킨다. 그만큼 함께 지냈으면 예수의 속내를 어느 정도 짐작이라도 할 수 있으련만 제자들의 불통은 계속된다. 위대한 스승 밑에 이 정도로 아둔한 제자들은 역사상 없었다. 나중에는 스승을 팔아먹는 놈까지 나타났으니 두 말해서 무엇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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