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마르코복음[36]

샌. 2022. 1. 14. 11:11

예수와 제자들은 필립보의 가이사리아 근처 촌락으로 떠났다. 길에서 예수께서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합니까?" 하고 물으시자 제자들이 "세례자 요한이라고들 하는데, 더러는 엘리야라고도 하고 더러는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도 합니다" 하였다. "그러면 그대들은 나를 누구라고 하겠습니까?" 하고 물으시니, 베드로가 "그리스도이십니다" 하였다. 예수께서는 당신에 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경고하셨다.

 

- 마르코 8,27-30

 

 

갑자기 복음서의 호흡이 급해지고 예수의 말씀도 비장해진다. 자신의 죽음을 이때부터 예견한 듯하다. 예수의 생애에서 분기점이 되는 시기다. 평화롭게 보이던 갈릴래아에서의 활동은 끝났다.

 

예수를 따르던 군중이나 제자들은 주로 예수를 예언자 중 한 사람으로 보았던 듯하다. 예언자는 메시아가 아니라 메시아의 도래를 알리는 사람이다. 그런데 베드로는 용감하게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단언한다. 그리스도는 유대인의 메시아와 같은 말이다. 유대인이 고대하는 메시아란 유대를 압제에서 해방하고 하느님의 왕국을 다스리는 실제적인 '킹'을 뜻한다. 당시는 아직 기독교가 생기기 전이다. 당연히 현재 기독교인이 믿는 '인간의 원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셔서 그를 믿기만 하면 구원받는' 개념으로서의 그리스도는 아니다.

 

예수를 신비한 능력을 가진 예언자로 보느냐, 아니면 메시아로 보느냐는 큰 차이가 있다.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의 태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예수는 둘 중 어느 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은 예언자나 메시아로 규정할 수 없는 다른 차원에 속한다. 제자 중 누구도 예수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했다. 예수가 자신에 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하고 경고한 것은 - 특히 베드로에게 - 이런 오해가 엉뚱한 사태로 번질지 모르는 염려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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