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803

사기[2-1]

내가 가난하게 살 때 일찍이 포숙과 장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익을 나눌 때마다 내가 더 많은 몫을 차지하곤 했지만, 포숙이 나를 욕심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던 것은 내가 가난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일찍이 포숙을 대신해서 어떤 일을 도모하다가 그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지만 나를 어리석다고 하지 않았던 것은 유리할 때와 불리할 때가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일찍이 세 번이나 벼슬길에 나갔다가 세 번 다 군주에게 내쫓겼지만 포숙이 나를 모자란 사람이라 여기지 않았던 것은 내가 때를 만나지 못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일찍이 세 번 싸움에 나갔다가 세 번 모두 달아났지만 포숙이 나를 겁쟁이라고 하지 않았던 것은 내가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공자 규가 졌을 때, ..

삶의나침반 2023.07.05

사기[1]

요즘 시대에 들어서면서 하는 행동은 규범을 따르지 않고 오로지 법령이 금지하는 일만을 일삼으면서도 한평생을 편안하게 즐거워하며 대대로 부귀가 이어지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걸음 한 번 내딛는 데도 땅을 가려서 딛고, 말을 할 때도 알맞은 때를 기다려하며, 길을 갈 때는 작은 길로 가지 않고, 공평하고 바른 일이 아니면 떨쳐 일어나서 하지 않는데도 재앙을 만나는 사람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나는 매우 당혹스럽다. 만일 (이러한 것이) 하늘의 도라면 옳은가? 그른가? - 사기 1, 백이열전(伯夷列傳) 이제부터 을 읽는다. 우선 접근하기 용이한 '열전'에서 시작한다. '열전'은 전에 읽어본 적이 있어서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텍스트는 김원중 선생이 옮기고 민음사에서 나온 다. 총 70편의..

삶의나침반 2023.06.29

마르코복음[81]

(주간 첫날 새벽에 예수께서 부활하신 다음 처음으로 막달라 여자 마라아에게 나타나셨다. 일찍이 일곱 귀신을 쫓아내 주셨던 여자였다. 그가 가서 예수와 함께 지냈던 이들에게 소식을 알렸다. 그들은 슬퍼하며 울고 있었는데 예수께서 살아계시며 그에게 나타나셨다는 말을 듣고도 믿지 않았다. 그 뒤 그들 가운데 두 사람이 길을 가고 있을 때 예수께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셨다. 그들은 시골로 가던 중이었는데, 되돌아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렸으나 그들의 말도 믿지 않았다. 마침내 열한 사람이 음식상을 받고 있을 때 예수께서 나타나 불신과 완고한 마음을 꾸짖으셨다. 부활하신 당신 모습을 본 사람들의 말을 그들이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온 세상에 가서 모든 이에게 복음을 선포하시오. 믿고 세례 받..

삶의나침반 2023.06.18

마르코복음[80]

안식일이 지나자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살로메가 무덤에 가서 예수께 발라 드리려고 향료를 샀다. 주간 첫날 이른 새벽, 해가 떠오를 무렵에 그들은 무덤으로 갔다. 그들이 "누가 우리를 위해 무덤 입구에서 돌을 굴려내어 줄까요?" 하면서 눈을 들어 바라보니 돌은 이미 굴려져 있었다. 그 돌은 매우 컸다. 무덤으로 들어가 보니 웬 젊은이가 흰 예복을 입고 오른편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몹시 놀랐다. 젊은이가 말했다. "너무 놀라지 마시오. 여러분은 십자가에 처형되신 나자렛 사람 예수를 찾고 있지만, 그분은 부활하여 여기 계시지 않소. 보시오, 그분을 안장했던 곳이오. 그분 제자들과 베드로에게 가서 '예수께서는 말씀하신대로 여러분에 앞서 갈릴래아로 가실 것이니, 거기서 뵙게 될 것입니다..

삶의나침반 2023.06.04

마르코복음[79]

그날은 준비하는 날, 곧 안식일 전날이었다. 날이 저물어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이 왔는데, 명망 있는 의회 의원이고 그 역시 하느님의 나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용기를 내어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신을 청했다. 빌라도는 벌써 죽었느냐며 놀라서, 백부장을 불러 숨진 지 한참 되었느냐고 물었다. 이렇게 백부장에게 알아보고 나서 요셉에게 시신을 내주었다. 요셉은 삼베를 사다가 시신을 내려서 싼 다음, 바위에 뚫린 무덤에 안장하고는 무덤 입구에 돌을 굴려 놓았다.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가 예수께서 어디에 안장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 마르코 15,42-47 예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려 무덤에 안장한 사람은 의회 의원인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이었다. 전날 밤 의회에서는 예수의 십자가 처형..

삶의나침반 2023.05.22

마르코복음[78]

정오가 되자 어둠이 온 땅을 덮더니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오후 세 시에 예수께서 큰소리로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하고 부르짖으셨다. 번역하면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라는 뜻이다. 곁에 있던 이 가운데 몇이 듣고 "저것 봐, 엘리야를 부르네" 하였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달려가 해면을 식초에 적시어 갈대 끝에 꽂아서 예수께 마시라고 갖다 대면서 "자, 엘리야가 와서 그를 내려주나 봅시다" 하였다. 예수께서 큰소리를 지르며 숨지셨다. 이때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갈래로 찢어졌다. 마주 서 있던 백부장이 예수께서 외치며 숨지시는 것을 보고 말했다.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 여자들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막달라 여자..

삶의나침반 2023.05.03

마르코복음[77]

군인들이 예수를 총독 관저인 궁전 뜰 안으로 끌고가서 온 부대를 불러모았다. 그러고는 자색 옷을 입히고 가시관을 엮어 씌우더니 "유대인의 왕 만세!" 하며 굽실거렸다. 또 갈대로 머리를 치고 침을 뱉으며 무릎 꿇어 절했다. 그렇게 놀리고 나서 자색 옷을 벗기고 겉옷을 입힌 다음 십자가형에 처하러 데리고 나갔다. 그들은 지나가던 한 사람을 붙잡아 강제로 예수의 십자가를 지웠다. 그는 키레네 사람 시몬으로서 알렉산드로와 루포의 아버지인데 마침 들에서 오던 길이었다. 그들은 예수를 '골고타'라는, 번역하면 '해골터'라는 곳으로 데려갔다. 그들이 몰약 탄 포도주를 드렸으나 그분을 받으시지 않았다.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그분 겉옷을 나누어 가졌는데 각자 차지할 몫을 놓고 주사위를 던졌다. 이윽고 그들이..

삶의나침반 2023.04.20

마르코복음[76]

바로 그 새벽에 대제관들이 원로들과 율사들과 함께, 곧 온 최고회의가 결의를 하여, 예수를 묶어 데려가서 빌라도에게 넘겼다. 빌라도가 "당신이 유대인 왕이오?"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 "당신이 그렇게 말합니다" 하고 대답하셨다. 대제관들이 여러 가지로 그분을 고발했다. 빌라도가 다시 물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소? 보시오, 얼마나 여러 가지로들 고발하고 있는지!" 그러나 예수께서 더는 아무 대답도 하시지 않으니 빌라도는 이상하게 여겼다. 축제 때마다 사람들이 청하는 죄수 하나를 풀어주는 관례가 있었다. 마침 폭동중에 살인을 한 폭도들과 함께 바라빠라는 자가 구속되어 있었는데 군중이 올라가서 관례대로 해 주기를 청하자 빌라도는 "유대인 왕을 풀어주라고요?" 하고 대꾸했다. 사실 그는 대제관들이 예수를 ..

삶의나침반 2023.04.09

마르코복음[75]

베드로가 안뜰 아래쪽에 있는데 대제관의 하녀 하나가 오더니 베드로가 불 쬐고 있는 것을 보고 유심히 살피며 "당신도 나자렛 사람 예수와 함께 있었지요" 하였다. 그는 부인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고 못 알아듣겠소." 그리고 바깥 뜰로 나가는데, 그때 닭이 울었다. 하녀가 그를 보고는 곁에 있는 이들에게 "저 사람은 그들과 한패입니다" 하고 다시 말하자 베드로는 다시 부인했다. 잠시 뒤, 곁에 있던 이들이 또 베드로를 보고 "정말 한패로구려. 당신도 갈릴래아 사람이니까요" 하였다. 그러자 베드로는 저주하고 맹세하면서 "나는 당신들이 말하는 그 사람을 모르오" 하였다. 바로 그때 닭이 두 번째 울었다. 베드로는 예수께서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그대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입니다" 하신 말씀..

삶의나침반 2023.03.26

마르코복음[74]

그들은 예수를 대제관에게 끌고 갔는데, 모든 대제관과 원로와 율사들이 모여 왔다. 베드로는 멀찍이서 뒤따라와 대제관 저택 안뜰에까지 들어가서 하인들과 함께 앉아 불을 쬐고 있었다. 대제관들과 온 의회가 예수를 죽이려고 그분께 불리한 증언을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불리한 거짓 증언을 했지만, 증언들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몇 사람이 일어나 불리한 증언을 했다. "우리가 들었는데, 이자가 '손으로 지은 성전을 헐어버리고 손으로 짓지 않는 다른 성전을 사흘 만에 세우겠다'고 말합디다." 그러나 그들의 증언 역시 일치하지는 않았다. 대제관이 한가운데 일어나 물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소? 이 사람들이 얼마나 불리한 증언을 하고 있소?" 그러나 예수께서는 잠자코 계시며 아무 대답도 하..

삶의나침반 2023.03.17

마르코복음[73]

미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열두 제자 가운데 하니인 유다가 찾아왔다. 또 그와 함께, 대제관과 율사와 원로들이 보낸 군중도 칼과 몽둥이를 들고 다가왔다. 그분을 넘겨줄 자는 '내가 입 맞추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니 붙잡아 단단히 끌고 가시오" 하고 미리 암호를 일러두었다. 그들이 손을 내밀어 예수를 붙잡았다. 이때 거기 있던 이 가운데 하나가 칼을 뽑아 대제관의 종을 쳐서 귓바퀴를 잘라 버렸다. 예수께서 나서서 말씀하셨다. "강도라도 잡으려는 듯이 나를 잡으러 칼과 몽둥이를 들고들 나왔단 말이오? 내가 날마다 당신네 가까이 성전에서 가르쳤으나 나를 붙잡지들 않더니만, 결국 성서 말씀은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모두 예수를 버리고 달아났다. 어느 젊은이는 알몸에 삼베를 두른 채 예수를 따라가..

삶의나침반 2023.03.05

마르코복음[72]

그들은 게쎄마니라는 곳으로 갔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내가 기도하는 동안 여기 앉아 있으시오" 하시고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려가서 떨고 번민하기 시작하며 말씀하셨다. "내 영혼이 근심에 싸여 죽을 지경입니다. 그대들은 여기 머물러 깨어 있으시오." 그러고는 조금 더 나아가 땅에 엎드려, 할 수만 있다면 수난 시간이 비켜가게 해 주십사고 기도하셨다.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슨 일이든 하실 수 있사오니, 이 잔을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시지 말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소서." 예수께서 돌아와 보시니 제자들은 자고 있었다. 그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시몬, 자고 있습니까? 한 시간도 깨어 있지 못하겠습니까?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시오. 영은 간절히 원하..

삶의나침반 2023.02.20

마르코복음[71]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모두 걸려넘어질 것입니다. 성서에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들이 흩어지리로다'라고 씌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는 부활한 다음 그대들에 앞서 갈릴래아로 갈 것입니다." 베드로가 말했다. "모두 걸려넘어질지라도 저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진실히 말하거니와 오늘 이 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그대는 세 번 나를 모른다고 할 것입니다." 베드로가 더 힘주어 말했다. "함께 죽어야 하더라도 결코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또한 모두 그렇게 말했다. - 마르코 14,27-31 최후의 만찬 자리는 침통한 분위기였다. 죽음을 예고하는 스승 앞에서 말로는 함께 하겠다고 큰소리치지만 그들은 내심 떨리고 두려웠을 것이다. 예루살렘에 올라올 때만 해도 이런 상황은 전혀..

삶의나침반 2023.02.13

마르코복음[70]

저녁이 되어 예수께서 열두 제자와 함께 거기로 가셨다. 그들이 자리잡고 먹을 때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진실히 말하거니와, 그대들 가운데 하나, 나와 함께 먹는 사람이 나를 넘겨줄 것입니다." 제자들이 근심하여 차례로 예수께 "저는 아니겠지요?" 하고 말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열둘 가운데 하나, 나와 함께 대접에 빵을 담그는 사람입니다. 인자는 자신에 관해 씌여 있는 대로 떠나갑니다. 그러나 인자를 넘겨주는 그 사람은 불행합니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을 위해서는 좋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먹고 있을 때 예수께서 빵을 들고 축복하신 다음 떼어주며 말씀하셨다. "받으시오. 내 몸입니다." 또 잔을 들고 사례하신 다음 주시니 모두 돌려 마셨다. 이때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많은 사람을..

삶의나침반 2023.02.05

마르코복음[69]

무교절 첫날, 곧 해방절 양을 잡는 날, 제자들이 예수께 여쭈었다. "저희가 물러가서 당신이 해방절 음식을 드시도록 준비하려는데 어디가 좋겠습니까?" 예수께서 제자 둘을 보내며 이르셨다. "성 안으로 가시오. 어떤 사람이 물 항아리를 지고 마주 올 터이니 따라가시오. 그리고 그가 들어가는 집의 주인에게 '선생님이 제자들과 함께 해방절 음식을 드실 방이 어디냐고 하십니다' 하고 말하시오. 그러면 자리를 깔아 준비한 큰 이층 방을 보여 줄 것입니다. 거기다가 우리 상을 차리시오." 제자들이 성 안으로 가서 보니 과연 말씀하신 그대로였다. 그리하여 해방절을 준비했다. - 마르코 14,12-16 유대인은 해방절/유월절 저녁에 함께 모여 희생양으로 잡은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르고 함께 양고기를 나누어 먹었다. 그..

삶의나침반 2023.01.21

마르코복음[68]

그런데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유다 이스가리옷이 대제관들에게 가서 예수를 넘겨주기로 했다. 그들이 듣고 기뻐하며 은전을 주기로 약속했다. 그리하여 그는 어떻게 하면 스승을 넘겨줄 수 있을까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 마르코 14,10-11 다른 복음서에는 '은전 30냥'이라고 나온다. 30냥의 값어치는 그리 큰 액수는 아니라고 한다. 과연 유다 이스가리옷이 돈 때문에 예수를 팔아넘겼을까? 그렇더라도 예수에 대한 실망과 좌절이 앞에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공동체의 수장을 배신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유다 이스가리옷 역시 다른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예수를 중심으로 유대 왕국의 부활을 꿈꾼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스가리옷'이 유대 지역에 있는 지명이라면 갈릴래아 촌놈들인 다른 제자들과 달리 유다..

삶의나침반 2023.01.13

마르코복음[67]

예수께서 베다니아에서 나병환자 시몬의 집에 묵으시던 때였다. 음식상을 받고 계신데, 한 여자가 값비싼 순 나르드 향유가 든 옥합을 가져와 깨뜨려서 향유를 그분 머리에 부었다. 그러자 몇 사람이 언짢아하며 서로 말했다. "왜 이렇게 향유를 낭비하는가? 이 향유라면 삼백 데나리온도 넘는 값을 받고 팔아서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줄 수도 있었을 터인데." 그리고 그에게 화를 내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그냥 두시오. 왜 괴롭힙니까? 그는 나에게 좋은 일을 했습니다. 가난한 이는 주변에 늘 있게 마련이니 원한다면 잘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대들이 나와 함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할 만한 일을 했습니다. 내 장례를 위해 몸에 향유 바르는 일을 앞당겨 했습니다. 진실히 말하거니와, 온 세상 ..

삶의나침반 2023.01.03

마르코복음[66]

이틀 뒤면 해방절이자 무교절이었다. 대제관들과 율사들은 속임수로 예수를 붙잡아 죽일 방도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백성이 소동을 일으킬지도 모르니 축제 동안에는 안 됩니다" 하였다. - 마르코 14,1-2 해방절(解放節)/유월절(逾越節)/무교절(無酵節)/파스카는 봄에 찾아오는 유대인의 명절이다. 기원은 유대 민족의 이집트 탈출과 관계있다. '탈출기'의 기록에 따르면 하느님은 모세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이스라엘의 온 공동체에게 이렇게 일러라. "이달 초열흘날 너희는 가정마다 작은 가축을 한 마리씩, 집집마다 작은 가축을 한 마리씩 마련하여라. 저마다 먹는 양에 따라 짐승을 골라라. 이 짐승은 일 년 된 흠 없는 수컷으로 양이나 염소 가운데에서 마련하여라. 너희는 그것을 이달 열나흗날까지 두었다가, 이스라엘..

삶의나침반 2022.12.24

마르코복음[65]

예수께서 성전을 떠나가실 때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선생님, 보십시오, 얼마나 멋진 돌이며 얼마나 웅장한 건물입니까!" 하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은 이 건물이 웅장해 보이지요? 그러나 여기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고 허물어질 것입니다." 예수께서 올리브 산에서 성전 맞은편에 앉아 계실 때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과 안드레아가 따로 물었다. "말씀해 주십시오. 언제 그런 일들이 일어나겠으며, 그 모든 일이 끝맺어지려 할 때 어떤 표징이 나타나겠습니까?"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속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많은 사람이 내 이름을 내세우며 와서는 '내가 그리스도다' 하며 많은 사람을 속일 것입니다. 그리고 전쟁 난다는 풍문과 전쟁 났다는 소문을 듣게 되더라도 당황하지 마시오. 그런 일들이 생기게 마련이지..

삶의나침반 2022.12.16

마르코복음[64]

예수께서 헌금함 맞은편에 앉아 사람들이 동전을 넣는 모양을 바라보고 계셨다. 여러 부자가 많은 돈을 넣고 있었다. 그런데 가난한 한 과부가 와서는 렙톤 두 닢을 넣었다. 과드란스 한 닢인 셈이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가까이 불러 말씀하셨다. "진실히 말하거니와, 이 가난한 과부야말로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누구보다도 많은 돈을 넣었습니다. 모두들 넉넉한 가운데서 얼마씩을 넣었지만, 이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서 가진 것을 모두, 곧 생활비를 몽땅 던져넣었기 때문입니다." - 마르코 12,41-44 불교에는 '빈자일등(貧者一燈)' 일화가 있다. 에 나오는 이야기다. 석가께서 사위국(舍衛國)의 어느 정사(精舍에 머물고 계실 때 그곳 국왕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각각 신분에 걸맞는 화려한 공양을 하였다. 가난한 ..

삶의나침반 2022.12.05

마르코복음[63]

예수께서 성전에서 가르치셨다. "어떻게 율사들이 그리스도는 다윗의 아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다윗 자신이 성령에 힘입어 말하기를 '주님께서 내 주님께 말씀하셨도다. 내가 네 원수들을 네 발 아래 잡아놓을 때까지 너는 내 오른편에 앉아 있어라' 하였습니다. 다윗 자신이 그리스도를 주님이라 하는데 어떻게 그리스도가 다윗의 아들이 되겠습니까?" 많은 군중이 그분 말씀을 즐겁게 들었다. 예수께서 가르치셨다. "율사들을 조심하시오. 그들이 바라는 것은 기다란 예복을 입고 나타나는 것, 장터에서 인사받는 것이며, 회당에서 높은 좌석을, 잔치에서 윗자리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먹고 겉꾸며 길게 기도하는 이런 자들이야말로 더욱 엄한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 마르코 12,35-40 마르코복음 1..

삶의나침반 2022.11.30

마르코복음[62]

율사 하나가 그들이 토론하는 것을 듣고 있다가 예수께서 잘 대답하는 것을 보고 다가와서 물었다. "모든 계명 가운데 첫째가는 계명은 어느 것입니까?"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첫째는 이렇습니다. '들어라, 이스라엘아. 우리 하느님이신 주님은 오직 한 분인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온 마음으로, 온 영혼으로, 온 정신으로, 온 힘으로 네 하느님이신 주님을 사랑하라. 둘째는 이렇습니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 이보다 더 큰 계명은 달리 없습니다." 율사가 예수께 말씀드렸다. "훌륭하십니다. 선생님! 옳은 말씀입니다. 주님은 한 분이시고 그밖에 다른 주님은 없습니다. 온 마음으로, 온 슬기로, 온 힘으로 그분을 사랑하는 것, 그리고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번제나 친교제사보다 낫습니다." 예수..

삶의나침반 2022.11.24

마르코복음[61]

부활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두가이들이 예수께 와서 물었다. "선생님, 모세가 우리에게 써서 남긴 바에 따르면, 어떤 이가 죽고 아내만 남아서 자식을 두지 못한 경우, 그 아우가 형수를 맞아 형에게 후손을 낳아주도록 해야 합니다. 일곱 형제가 있었습니다. 첫째가 아내를 맞아들였다가 죽고 후손을 두지 못해서 둘째가 그를 맞아들였지만 또 후손을 남기지 못한 채 죽었고, 셋째도 그랬습니다. 그렇게 일곱이 다 후손을 두지 못했습니다. 모두 죽고 마지막으로 그 아내도 죽었습니다. 그들이 다시 살아나는 부활 때 그는 형제들 가운데 누구의 아내가 되겠습니까? 일곱이 모두 아내로 삼았으니 말입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성서도 모르고 하느님의 능력도 몰라서 잘못 생각하고들 있는 것이 아닙니까? 죽은 이 가운데서 다시 ..

삶의나침반 2022.11.13

마르코복음[60]

그들은 바리사이와 헤로데파 몇 사람을 보내어 말을 꼬투리 삼아 예수를 책잡으려 했다. 그 사람들이 와서 말했다. "선생님, 저희가 알기로 선생님은 진실하시고 어느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으십니다. 과연 사람의 신분을 가리지 않고 오직 하느님의 길을 참되게 가르치십니다. 그런데 황제에게 주민세를 바쳐도 됩니까, 안 됩니까? 바칠까요, 바치지 말까요?" 예수께서 그들의 위선을 알아채고 말씀하셨다. "왜 나를 떠보는 거요? 데나리온 한 닢을 가져오시오. 어디 봅시다." 그들이 가져오자 예수께서 "이 초상과 글자가 누구의 것이오?" 하고 물으셨다. 그들이 "황제의 것입니다" 하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시오. 그러나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돌려드리시오." 그들은 예수께 놀라 마지않았다..

삶의나침반 2022.10.29

마르코복음[59]

예수께서 다시 비유를 들어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이 포도원을 가꾸며 울타리를 둘러치고 포도주 짜는 확도 파고 망대도 세워서 농부들에게 도지로 내주고 타관에 떠나 있었습니다. 포도철이 되자 종을 농부들에게 보내어 포도원 소출을 받아오도록 했는데 농부들은 그를 붙잡아 때리고 빈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주인이 다시 다른 종을 보냈더니 그들은 그 종도 머리를 때리며 모욕했습니다. 또 다른 종을 보냈더니 죽여 버렸습니다. 그래서 다른 종도 여럿 보냈는데 더러는 때리고 더러는 죽였습니다. 이제 주인에게는 오직 하나, 사랑하는 아들만 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를 보내며 '내 아들이야 존중하겠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농부들은 서로 말하기를 '저자는 상속자다. 가서 죽여 버리면 유산은 우리 차지다' 하고는 그를..

삶의나침반 2022.10.21

마르코복음[58]

일행은 다시 예루살렘으로 갔다. 예수께서 성전 안을 거니실 때 대제관과 율사와 원로들이 와서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합니까? 누가 이런 일을 할 권한을 주었습니까?" 하였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한 가지 물을 터이니 대답해 보시오. 그러면 내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말해 주지요. 요한의 세례가 하늘에서 비롯했습니까, 사람들에게서 비롯했습니까? 대답해 보시오." 그들은 서로 궁리하며 말했다. "'하늘에서'라고 하면 '그럼 어째서 그를 믿지 않았느냐?'고 할 터인데, 그렇다고 '사람들에게서'라고 말할 수도 없지 않소?" 그들은 군중이 무서웠으니 , 모두가 요한을 참으로 예언자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르겠습니다"하고 대답하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

삶의나침반 2022.10.04

마르코복음[57]

일행이 새벽에 지나가다 보니 저주받은 그 무화과나무가 뿌리까지 말라 있었다. 베드로가 문득 생각이 나서 "선생님, 보십시오. 저주하신 그 무화과나무가 말라 버렸습니다" 하자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하느님을 믿으시오. 진실히 말하거니와, 이 산더러 '들려서 저 바다에 던져져라' 하면서도 속으로 의심하지 않고 말하는 대로 되리라고 믿는 사람에게는 그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말하거니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은 모두 받는다고 믿으시오. 그러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기도하려고 서 있을 때 누구에게 어떤 원한을 품고 있거든 그를 용서하시오. 그래야 하늘에 계신 그대들의 아버지께서도 그대들의 잘못을 용서하실 것입니다." - 마르코 11,20-26 예루살렘 성전과 병치되어 나오는 무화과나무 비유가 무..

삶의나침반 2022.09.26

마르코복음[56]

일행은 예루살렘으로 들어갔다. 예수께서 성전으로 들어가시어, 성전에서 팔고 사는 자들을 쫓아내기 시작하여 환전상들의 상과 비둘기 파는 자들의 의자를 둘러엎고 성전을 가로질러 물건 나르는 일도 금하셨다. 그리고 가르치셨다. "성서에 '내 집은 모든 민족을 위한 기도의 집이라 불릴 것이다'라고 씌어 있지 않소? 그런데 당신네는 '강도 소굴'로 만들어 버렸소." 대제관들과 율사들이 듣고는 그분을 없애 버릴 방도를 찾았다. 그들은 예수를 두려워했으니, 군중이 모두 그분 가르침에 매우 경탄했기 때문이다. 날이 저물자 일행은 성 밖으로 떠나갔다. - 마르코 11,15-19 예수살렘 성전의 예수는 갈릴래아의 예수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다. 전투 모드로 바뀐 것이다. 예루살렘 성전을 아예 '강도 소굴'이라고 비난한다. ..

삶의나침반 2022.09.17

마르코복음[55]

이튿날 그들이 베다니아를 떠나올 때 예수께서는 시장하셨다. 그래서 무화과나무에 잎사귀가 달린 것을 멀리서 보시고, 혹시 거기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싶어 다가가셨는데, 잎사귀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무화과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나무를 향해 말씀하셨다. "이제부터는 영영 어느 누구도 너에게서 열매를 따먹는 일이 없으리라." 제자들도 이 말씀을 들었다. - 마르코 11,12-14 성경을 읽을 때면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주로 구약에 많지만 신약에도 몇 군데 있는데 이 장면이 그렇다. 처음 성경을 접했을 때나 지금이나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건 마찬가지다. 우선 아무 죄 없는 나무를 저주하는 예수의 이미지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아무리 시장하시다지만 무화과 열매가 없다..

삶의나침반 2022.09.07

마르코복음[54]

일행이 예루살렘 부근 올리브 산의 벳파게와 베다니아에 가까이 다다르자 예수께서 제자 둘을 보내며 이르셨다. "맞은편 마을로 가시오. 마을에 들어서자 곧 아무도 아직 타지 않은 새끼나귀가 매여 있는 것이 보일 터이니 풀어서 끌고 오시오. 혹시 누가 '왜 이런 짓을 합니까?' 하거든, '주님이 쓰시겠답니다. 곧 돌려보내실 것입니다' 하시오." 그들이 가서 보니 과연 새끼나귀가 한길 쪽 바깥문 곁에 매여 있어서 그것을 푸는데 거기 있던 이 가운데 몇이 "새끼나귀를 풀다니 무슨 짓을 가는 거요?" 하였다. 제자들이 예수께서 이르신 대로 말하니 그들은 내버려 두었다. 제자들이 새끼나귀를 예수께 끌고와서 그 등에 겉옷을 벗어 얹었다. 예수께서 올라타시자 많은 사람들이 겉옷을 벗어 길에 깔았고, 더러는 들에서 잎 많..

삶의나침반 2022.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