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사기[7-3]

샌. 2023. 9. 29. 12:16

중유(仲由)는 자가 자로(子路)이고 노나라 변(卞) 지역 사람이다. 공자보다 아홉 살 아래이다. 자로는 성격이 거칠고 용맹한 힘을 좋아하며 뜻이 강하고 곧았다. 수탉의 깃으로 만든 관을 쓰고 수퇘지의 가죽으로 주머니를 만들어 허리에 차고 다녔다. 그는 한때 공자를 업신여기며 포악한 짓을 했다. 그러나 공자가 예의를 다해 자로를 조금씩 바른길로 이끌어 주자, 자로가 나중에는 유자(儒子)의 옷을 입고 예물을 올리며 공자의 문인들을 통해 제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공자는 자로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한쪽의 말만 듣고 옥사를 판결할 수 있는 자는 아마도 자로일 것이다."

"자로는 용기 있는 행동을 좋아하는 데 있어 나를 능가하지만 재주는 취할 것이 없다."

"자로와 같은 자는 제 명에 죽기 어려울 것이다."

"해진 솜두루마기를 걸치고서 여우나 담비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은 자와 함께 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사람은 아마도 자로일 것이다."

"자로는 당(堂)까지는 올라섰지만 실(室)까지는 들어오지 못했다."

 

- 사기 7-3,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

 

 

자로(子路), BC 543~480)는 용맹하고 의협심이 강한 공자의 제자다. 일반적인 유가의 이미지에는 어울리지 않게 성격이 급하고 거칠었다. 반면에 꾸밈없고 소탈한 면도 있었다. 공자보다 고작 아홉 살 아래였으니 제자들 중에서는 제일 연상자였다. 자로는 예수의 제자 중에서는 베드로와 닮은 데가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공자를 멸시했으나 차츰 공자의 인품에 감화되어 제자가 되었다.

 

공자는 이런 자로의 성격 때문에 제 명에 죽기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자로가 위나라 대부 공회의 읍재로 있을 때 나라에 변고가 생겼다. 공회가 쫓겨난 태자 괴외와 손 잡고 반란을 일으켜서 성공한 것이다. 의(義)가 아니라고 여겼던 자로는 공회를 죽이려고 싸우다가 죽었다. 이미 성공한 쿠데타에 무모하게 덤벼든 것이다. 자로는 상대편 칼에 갓끈이 끊어지자 이렇게 외쳤다.

"군자는 죽을지언정 갓을 벗지 않는다."

자로는 갓끈을 이어 다시 맨 뒤 죽음을 맞았다.

 

전에 자로가 공자에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군자도 용기를 숭상합니까?"

공자가 답했다.

"군자는 의(義)를 최상으로 여긴다. 군자가 용기만을 좋아하고 의가 없다면 세상을 어지럽히게 되고, 소인이 용기만을 좋아하고 의가 없다면 도적이 된다."

 

마침내 자로는 공자의 가르침대로 의를 위해 목숨을 버린 셈이 되었다. 군자(君子)를 지향했던 자로의 마지막 말이 오래 여운을 남긴다. 자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공자는 탄식하며 말했다.

"내가 자로를 제자로 삼은 뒤로 남의 험담을 듣지 않았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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