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사기[7-4]

샌. 2023. 10. 8. 11:44

자공은 말재주가 뛰어났지만 공자는 늘 이 점을 꾸짖어 경계시켰다. 한 번은 공자가 물었다.

"너와 안회 가운데 누가 더 나으냐?"

자공이 대답했다.

"제가 어찌 감히 안회를 따를 수 있겠습니까?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지만, 저는 하나를 들으면 겨우 둘을 알 뿐입니다."

 

자공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일을 좋아하여 때를 보아서 돈을 잘 굴렸다. 그는 남의 장점을 칭찬하기를 좋아하였으나 남의 잘못을 덮어 주지는 못하였다. 그는 일찍이 노나라와 위나라에서 재상을 지냈으며 집안에 천금을 쌓아두기도 하였다. 자공은 제나라에서 삶을 마쳤다.

 

- 사기 7-4,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

 

 

사마천은 공자의 제자들을 소개하면서 자공에게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공자의 수제자라는 안회를 다룬 양의 10배나 된다. 그만큼 자공을 높게 평가한다.

 

자공(子貢)은 위나라 사람으로 이름은 단목사(端沐賜)이고 자가 자공이다. 공자보다 서른한 살 아래이니 BC 520년에 태어났다. 자공은 언변이 뛰어나면서 재주가 많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노와 위, 두 나라에서 재상을 지냈으며 특히 외교술이 뛰어났다. 또한 장사에도 소질이 있어 상당한 재력의 소유자였다. 공자 그룹이 지출한 경비의 상당 부분을 자공이 부담했을 것이다. 아마 자공의 도움이 없었다면 공자는 14년 간의 긴 유랑 생활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사마천은 자공의 업적 중에서도 주변의 강대국으로부터 노나라를 구한 일을 상세히 설명한다. 제나라가 노나라를 공격할 때 자공은 외교 사절이 되어 오, 월, 진나라를 오가며 제나라를 견제하고 네 나라가 서로 싸우게 만든다. 지략가로서의 자공의 능력이 십분 발휘된 장면이다. 자공의 현란한 외교술 덕분에 약소국인 노나라는 멸망을 피할 수 있었다. 또한 월나라 구천이 오나라 부차에게 복수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다. 자공이 사신으로 간 결과 각국의 형세에 균열이 생기면서 큰 변화가 일어났던 것이다.

 

<논어> '공야장' 편에 자공과 공자의 문답이 나온다. 자공이 스승께 물었다.

"저는 어떤 사람입니까?" (상당한 자부심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물을 수 없었을 것이다.)

공자는 말했다.

"너는 그릇이다."

자공이 물었다.

"어떤 그릇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호련(瑚璉, 종묘 제사 때 쓰던 귀한 그릇)이다."

 

스승의 이 말을 자공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공자는 '군자불기(君子不器)'라고 했다. 군자는 특정 용도로 쓰이는 그릇이어서는 안 된다. 그릇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공은 스승의 기대치까지는 미치지 못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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