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사기[7-2]

샌. 2023. 9. 19. 09:56

공자가 민자건을 두고 말했다.

"효자로구나, 민자건이여! 그 부모와 형제들의 이런 말에 트집 잡을 사람이 없구나."

그는 대부를 섬기지 않았으며, 옳지 못한 일을 한 군주의 봉록을 받지 않았다. 일찍 노나라의 대부 계씨가 그를 벼슬에 앉히려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사자에게 말했다.

"만약 다시 나를 찾아온다면 나는 반드시 노나라를 떠나 제나라에 가 있을 것이오."

 

공자는 염백우의 덕행을 칭찬했다. 백우가 악질에 걸렸을 때 공자가 문병을 갔다가 창문 사이로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운명이구나! 이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운명이구나!"

 

공자는 중궁에게 덕행이 있다고 하면서 말했다.

"중궁은 임금을 시킬 만하다."

중궁의 아버지는 미천한 사람이었으나 공자가 말했다.

"얼룩소의 새끼라도 털이 붉고 뿔이 곧다면 비록 제물로 쓰지 않으려고 하여도 산천의 신들이 어찌 내버려 두겠는가?"

 

- 사기 7-2,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

 

 

사마천은 공자의 제자 중에 덕행에서 뛰어난 사람으로 앞에 나온 안회 외에 민자건(閔子騫), 염백우(冉伯牛), 중궁(仲弓)을 든다. <논어>에 나오는 일화를 통해 나름대로 분류했을 것이다.

 

민자건은 효자라고 공자한테서 칭찬을 들었다. 또한 권력을 탐하거나 출세를 하는 데는 아예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다. <논어>에 민자건이 나오는 다른 일화가 있다. 노나라 사람들이 새 건물을 지으려 할 때 민자건이 말했다. "옛 것을 손질해 쓰면 되는데, 왜 다시 지으려고 하는가." 이 얘기를 들은 공자의 말이다. "민자건은 평소에 말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한 번 말을 하면 반드시 사리에 맞는 말을 한다." 민자건의 훌륭한 인품이 읽힌다.

 

염백우는 문둥병에 걸려 안회처럼 일찍 죽었다. 구체적인 덕행은 소개되지 않지만 훗날 사람들은 안회와 함께 염백우를 덕행에서 높게 평가한다.

 

공자의 제자 중에는 대부의 가신이나 관리가 된 사람이 여럿 있다. 중궁도 그중 한 사람이다. 중궁은 노나라 대부 계씨의 재상이 되어 맡은 곳을 덕으로 다스려 칭송을 받았다. 다만 말재주는 없었던 모양이다. 어떤 사람이 공자에게 "중궁은 어질기는 하지만 말을 잘 하지는 못합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공자가 중궁을 두둔하며 이렇게 대꾸했다. "焉用佞[말재간만이라면 어디에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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