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마르코복음[41]

샌. 2022. 3. 10. 11:03

제자들이 물었다.

"어째서 율사들은 엘리야가 먼저 와야 한다고 말합니까?"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엘리야가 먼저 와서 모든 것을 바로잡는다고요? 그러면 인자에 대해서는 성서에 어떻게 씌어 있습니까? 많은 고난을 겪고 멸시를 당하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말하거니와, 과연 엘리야가 이미 왔지만 성서에 씌어 있듯이 사람들이 그를 제멋대로 다루었습니다."

 

- 마르코 9,11-13

 

 

예수가 메시아인지 아닌지를 두고 논쟁이 있었던 것 같다. 예수의 입으로 앞으로 자신이 고난을 받고 죽는다고 했으니 제자들 생각으로는 영광의 메시아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 아직 엘리야가 오지 않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예수는 세례 요한이 엘리야였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한 말도 한다.

 

역사적 예수는 자신이 메시야라거나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직접 말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빌라도 법정에서도 "네가 하느님의 아들이냐?"라고 물을 때 "그건 너희들 생각이다"라고 회피했다. 십자가 사건 뒤 예수가 부활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구속에 기초한 기독교가 만들어질 때 예수의 신성이 부각되었다고 생각한다. 마르코가 이 전기를 쓴 목적도 예수가 그리스도였다는 믿음을 알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때부터 갈릴래아의 예수는 왜곡되기 시작한 게 아닐까.

 

이 대목에서도 그런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억지로 삽입한 듯한 느낌이 든다. 앞에서는 예수가 변모산에서 일어난 일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엄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예수는 자신이 메시아, 혹은 그리스도임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셨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생전의 예수가 자신이 그리스도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면, 마르코에게는 이런 '비밀'이라는 장치가 필요했을지 모른다. 성경을 읽으면서 약간 삐걱거리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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