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마르코복음[26]

샌. 2021. 10. 6. 11:25

사도들이 예수께 돌아와 모여서 행하고 가르친 것을 모두 보고 드렸다. 그러자 예수께서 "따로 외딴곳에 가서 좀 쉬도록 하시오" 하고 이르셨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먹을 겨를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행은 배를 타고 따로 외딴곳으로 물러갔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들이 가는 것을 보았고, 갈 곳을 알아챈 이들도 많았다. 그들은 모든 고을에서 나와 잰걸음으로 함께 달려서 일행보다 먼저 그곳에 이르렀다. 예수께서는 배에서 내리며 많은 군중을 보고 측은히 여기셨다. 목자 없는 양떼 같았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그들을 여러 모로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어느덧 저녁이 되자 제자들이 다가와 말씀드렸다.

"이곳은 외딸고 이미 때가 지났으니 사람들을 헤쳐보내어 주변 농가와 마을에 가서 스스로 먹을 것을 사도록 하시지요."

예수께서 "그대들이 먹을 것을 주시오" 하시니, 제자들이 "저희가 가서 빵을 이백 데나리온 어치나 사다가 주라는 말씀입니까?" 하였다. 예수께서 "빵이 몇 개나 있습니까? 챙겨 보시오" 하시자, 그들이 알아보고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있습니다" 하였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지시하여 모두들 푸른 풀밭에 패를 이루어 자리잡게 하셨다. 사람들이 백 명씩 또는 오십 명씩 무리를 지어 자리잡았다. 이윽고 예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들고 하늘을 우러러 축복하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면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셨다. 또 물고기 두 마리도 모두에게 나누어 주셨다. 모두 배불리 먹었는데 빵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고, 남은 물고기도 거두었다. 먹은 이들은 남자 어른만도 오천 명이었다.

 

- 마르코 6,30-44

 

 

내 상상으로 이 상황을 재해석해 본다. 굳이 '남자만 오천 명'이라고 강조한 것은 이 모임이 순전히 남자만 모인 집회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의도가 있는 집회였을 가능성이 높다. 로마 지배 세력에 저항하고 투쟁하는 단체가 개입했을지 모른다. 바로 직전에 예수가 제자들을 촌락에 나누어 파견한 것도 이 집회와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 물론 예수 운동은 이런 성격의 모임과는 맞지 않는다. 그러나 예수가 뽑은 제자 중에는 무장 투쟁을 주장하는 '열혈당원 시몬'이 있었다. '열혈당'은 AD 6년에 갈릴래아 출신의 유다가 만들어서 로마 제국과 그 동조자들에 대한 무력 항쟁을 한 단체다. 열혈당원인 시몬을 제자로 선택했다는 것은 예수 역시 일정 부분 이들 세력과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전후 사정을 보면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이 일어난 이 집회는 상당히 정치, 군사적 성격을 띄지 않았나 유추해 본다.

 

이 다음 구절을 보면 급박한 당시의 정황이 느껴진다.

 

"그리고 곧 예수께서 제자들을 재촉하여 먼저 배를 타고 건너편 베싸이다로 가게 하시고, 그동안 당신은 군중을 헤쳐보내셨다. 그들과 헤어진 뒤에는 기도하러 산으로 물러가셨다."

 

기적 뒤에 예수는 바로 제자들을 재촉해서 군중과 분리시키고, 자신이 직접 군중을 헤쳐보냈다. 이런 급작스런 해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집회의 열기가 예상외로 달아올라서 소요로 번질 가능성을 염려하지 않았을까. 또는 예수를 무장 투쟁의 선도자로 삼으려는 시도가 있었는지 모른다. 하여튼 하느님의 은총의 기적 뒤의 상황은 평화롭지 못하고 급박했다. 물론 반대의 해석도 가능하다. 이런 기적을 두 눈으로 본 군중은 예수를 신적 능력을 가진 구세주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어느 상황이든 예수는 열광과 흥분에 빠져드는 군중을 바라지 않았던 건 분명해 보인다. 예수는 자신만의 조용한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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