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마르코복음[25]

샌. 2021. 9. 27. 11:03

헤로데 왕이 예수 소문을 들었다. 그분 이름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이 죽은 이 가운데서 살아났구나. 그러기에 기적을 이루는 힘이 솟아나지" 하였다. 더러는 "엘리야다"라고도 하고, 더러는 "옛 예언자 가운데 한 분과 같은 예언자다"라고도 하였다. 이런 소문을 듣고서 헤로데는 말했다.

"내가 목을 벤 요한 그 사람이 살아났구나."

 

사실 헤로데가 사람을 보내어 요한을 붙잡아다 감옥에 묶어 두었던 것은 동기간인 필립보의 아내 헤로디아로 말미암은 일이었다. 헤로데가 그 여자와 결혼했는데 그래서 요한이 "동기의 아내를 데리고 살아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하곤 했기 때문이다. 헤로디아는 앙심을 품고 요한을 죽이려 애썼으나 그럴 수 없었다. 헤로데가 요한이 의롭고 성스러운 사람임을 알아보고 그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사실 헤로데는 요한을 감싸주었고 그의 말을 들을 때면 몹시 난처해하면서도 기꺼이 귀담아 듣곤 했다. 그런데 마침 좋은 기회가 왔다. 헤로데가 고관과 천부장과 갈릴래아 유지들을 불러 생일잔치를 벌인 날이었다. 헤로디아의 딸이 들어와 춤을 추는데 헤로데와 또 함께 있던 사람들의 마음에 들었다. 왕이 소녀에게 "원하는 것을 말해라. 들어주마" 하였고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이 나라 절반이라도 주리라"고 굳게 맹세까지 했다. 소녀가 나가서 어머니에게 "무엇을 청할까요?" 하니 어머니가 "세례자 요한의 머리!" 하였다. 소녀는 얼른 왕에게 돌아와 청했다.

"바라옵건대 당장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얹어 주소서."

왕은 몹시 난처했지만 이미 맹세까지 한 데다가 함께 자리한 사람들 앞인지라 소녀의 청을 물리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곧장 경비병을 보내며 요한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경비병이 대뜸 물러가 감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었고 그 머리를 쟁반에 얹어다 소녀에게 주니, 소녀는 어머니에게 갖다 주었다. 요한의 제자들이 소문을 듣고 와서 스승의 시신을 거두어다 무덤에 안장했다.

 

- 마르코 6,14-29

 

 

세례자 요한의 죽은 연유를 설명하는 내용이 과다할 정도로 상세하면서 길다. 당시 세례자 요한과 예수가 활동하던 지역은 헤로데 안티파스 관할이었다. 거침없이 직언을 퍼붓는 세례자 요한이 헤로데에게는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또한 사람이 많이 모이면 정치적 소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종교 운동에 대한 유대교 지도층의 마음도 편치 않았을 것이다. 세례자 요한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바나 마찬가지였다.

 

세례자 요한의 죽음을 헤로디아 탓으로 돌리지만 뒤에는 노회한 헤로데의 술수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사유야 어떻든지 세례자 요한은 감옥에 갇혀 있다가 참수되었다. 헤로데는 그 뒤에 갈릴래아에서 활동하는 예수의 소문을 듣는다. 그는 예수를 제2의 세례자 요한이라고 생각했던가 보다. 그만큼 예수와 세례자 요한은 공통점이 많다. 이는 헤로데가 예수를 위험인물로 인지하고 있었단 뜻이다. 따라서 이 대목에서 예수의 죽음 또한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다. 예수 역시 세례자 요한의 죽음을 접하며 자신의 미래를 어느 정도 예감하지 않았을까.

 

헤로데 안티파스가 예수를 경계한다는 것은 이미 예수의 소문이 예루살렘에도 들어갔을 것이다. 예루살렘에 있는 기득권층의 반응도 비슷했으리라. 예수는 갈릴래아의 촌뜨기지만 이미 요주의 대상이 되었다. 예수는 처신을 조신하게 하면서 권력층을 안심시킬까, 아니면 정면으로 맞대결할까, 이때쯤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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