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마르코복음[54]

샌. 2022. 8. 27. 10:53

일행이 예루살렘 부근 올리브 산의 벳파게와 베다니아에 가까이 다다르자 예수께서 제자 둘을 보내며 이르셨다.

"맞은편 마을로 가시오. 마을에 들어서자 곧 아무도 아직 타지 않은 새끼나귀가 매여 있는 것이 보일 터이니 풀어서 끌고 오시오. 혹시 누가 '왜 이런 짓을 합니까?' 하거든, '주님이 쓰시겠답니다. 곧 돌려보내실 것입니다' 하시오."

그들이 가서 보니 과연 새끼나귀가 한길 쪽 바깥문 곁에 매여 있어서 그것을 푸는데 거기 있던 이 가운데 몇이 "새끼나귀를 풀다니 무슨 짓을 가는 거요?" 하였다. 제자들이 예수께서 이르신 대로 말하니 그들은 내버려 두었다. 제자들이 새끼나귀를 예수께 끌고와서 그 등에 겉옷을 벗어 얹었다. 예수께서 올라타시자 많은 사람들이 겉옷을 벗어 길에 깔았고, 더러는 들에서 잎 많은 나뭇가지를 꺾어다 깔았다. 그리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외쳤다.

"호산나! 주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축복받으소서! 우리 조상 다윗의 나라가 이제 오나니 복되도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 호산나!"

이윽고 예수께서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모든 것을 둘러보신 다음, 날이 이미 저물었으므로 열두 제자와 함께 베다니아로 가셨다.

 

- 마르코 11,1-11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을 보며 당시 예수는 어떤 심정이었을까를 상상한다. 지금 기독교인이 믿는 바대로 자신이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한 하느님의 속죄양이라고 여겼을까. 아니면 여기 군중들의 외침처럼 하느님이 다스리는 다윗의 나라를 꿈꾸고 있었을까. 자신이 세상을 뒤엎을 메시아라는 의식이 있었을까. 예수가 간직한 '하느님 나라'의 소망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예수는 자신이 가는 길의 끝이 낭떠러지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리라. 다시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이다. 예수 여정의 클라이막스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이 장면을 그려보고 있으면  예수의 고독과 비장함이 느껴진다. 예수를 환영하긴 했지만 군중들이 예수를 이해한 건 아니었다. 함께 동고동락한 제자들마저 예수의 말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군중이나 제자들이 받아들인 예수는 자신들 욕망의 투사였지 실제 예수가 아니었다. 예수는 유대교와 지배세력의 본진에 쳐들어가서 과연 무엇을 하려고 했을까.

 

나귀를 타고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예루살렘으로 들어가는 예수는 더 이상 조심스러운 갈릴래아의 예수가 아니다. 분명 어떤 결단이 있었고, 그 순간 이후로 되돌릴 수 없는 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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