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마르코복음[65]

샌. 2022. 12. 16. 10:42

예수께서 성전을 떠나가실 때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선생님, 보십시오, 얼마나 멋진 돌이며 얼마나 웅장한 건물입니까!" 하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은 이 건물이 웅장해 보이지요? 그러나 여기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고 허물어질 것입니다."

예수께서 올리브 산에서 성전 맞은편에 앉아 계실 때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과 안드레아가 따로 물었다.

"말씀해 주십시오. 언제 그런 일들이 일어나겠으며, 그 모든 일이 끝맺어지려 할 때 어떤 표징이 나타나겠습니까?"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속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많은 사람이 내 이름을 내세우며 와서는 '내가 그리스도다' 하며 많은 사람을 속일 것입니다. 그리고 전쟁 난다는 풍문과 전쟁 났다는 소문을 듣게 되더라도 당황하지 마시오. 그런 일들이 생기게 마련이지만, 아직 종말을 아닙니다. 겨레가 겨레를 거슬러 일어나고 나라가 나라를 거슬러 일어나며 곳곳에 지진이 발생하고 기근이 들 것인데, 이런 일들은 진통의 시작입니다.

스스로 조심하시오. 사람들이 그대들을 지방의회와 회당으로 넘길 것이고 그대들은 매를 맞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 때문에 총독과 임금들 앞에 서서 증언하게 될 것입니다. 우선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선포되게 마련입니다. 사람들이 그대들을 끌고가서 넘겨줄 때 무슨 말을 할까 미리 걱정하지 마시오. 그때 일러주시는 그대로 말하시오. 말하는 이는 그대들이 아니라 성령이십니다. 형제가 형제를 넘겨주어 죽게 하고 아비도 자식을 그렇게 할 것입니다. 또한 자식이 부모를 거슬러 들고일어나 죽일 것입니다. 그대들은 내 이름으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사람은 구원받을 것입니다.

황폐의 흉물이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서 있는 것이 보이거든 - 읽는 이는 알아들으시오 - 그때 유대에 있는 사람들은 산으로 도망가시오. 지붕 위에 있는 사람은 내려오지 말고 무엇을 꺼내러 집으로 들어가지 마시오. 들에 있는 사람은 겉옷을 가지러 뒤돌아서지 마시오. 그날에 몸가진 여자들과 젖먹이는 여자들은 불행합니다. 이런 일이 겨울에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하시오. 그날에 재난이 닥칠 것이니, 그런 일은 하느님이 온 누리를 창조하신 시초부터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주님이 그날들을 줄여주시지 않았더라면 어떤 사람도 구원받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몸소 뽑으신 사람들을 위해 그날들을 줄여 주셨습니다. 그때 어떤 자가 '보라, 그리스도가 여기 계시다. 보라, 저기 계시다' 하더라도 믿지 마시오. 가짜 그리스도들과 거짓 예언자들이 일어나서, 할 수만 있다면 뽑힌 사람들까지 속여넘기려고 표징과 이적들을 보여줄 것입니다. 그러니 조심하시오. 나는 이 모든 것을 미리 말해 둡니다."

"그러나 그 무렵, 재난에 뒤이어 해가 어두워지고 달이 제 빛을 내지 않으며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하늘에 있는 권세들이 흔들릴 것입니다. 그때 인자가 구름에 싸여 큰 권능과 영광을 갖추고 오는 것이 보일 것입니다. 그때 인자가 천사들을 보내어, 땅 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뽑힌 이들을 모을 것입니다."

"무화과나무에서 비유를 배우시오. 가지가 부드러워지고 잎이 돋으면 여름이 다가온 줄을 압니다. 이처럼 이런 일들이 일어난 것을 보거든 종말이 문 앞에 다가온 줄도 아시오. 진실히 말하거니와, 이 세대가 사라지기 전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을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날과 때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버지말고는 하늘에 있는 천사들도 아들조차도 모릅니다."

"조심하고 깨어 있으시오. 그때가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여행가는 집주인의 경우와 같습니다. 그는 떠나면서 종들에게 권한을 주어 각자 할 일을 맡기고 문지기에게 깨어 있으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니 깨어 있으시오. 집주인이 언제 올지, 그때가 저녁일지, 한밤중일지, 닭이 울 때일지 혹은 새벽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집주인이 갑자기 돌아와서 여러분이 자고 있는 것을 보게 되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시오. 이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입니다. 깨어 있으시오."

 

- 마르코 13,1~37

 

 

마르코복음 13장은 종말에 관한 예수의 말씀으로 채워져 있다.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에서 시작하여 세상의 종말과 예수의 재림으로 나아간다. 이렇듯 한 장 전체를 할애했다는 것은 당시 초대교회가 얼마나 종말 신앙에 몰두했느냐를 보여준다.

 

이 내용이 예수가 직접 한 말씀인 것 같지는 않다. 갈릴래아에서부터 예수의 행적을 살펴볼 때 예수가 이런 급진적인 종말론자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 예수의 죽음과 로마군의 예루살렘 성전 파괴 이후 예수의 조속한 재림을 기다리는 믿음이 초대교회에서 확산되었을 것이다. 깜깜한 절망의 시대에서 신자들을 결속시키고 희망을 주기 위해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 이 종말의 케리그마에서 초대교회 신자들의 애절한 소망이 느껴진다.

 

당시 초대교회 신자들은 세상의 종말과 예수의 재림이 임박했다고 믿은 것 같다. 여기서도 '이 세대가 사라지기 전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 날과 때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하지만 이는 그 세대 안에서의 때지 다음 세대이거나 몇 백 년 뒤의 일이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의 재림은 하염없이 지연되었다. 실망해서 예수 공동체를 떠나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에 "깨어 있으라"라는 권고가 계속해서 나온다고 봐야겠다. 그때로부터 2천 년이 지났지만 아직 조용하다. 현대의 크리스천이 이런 종말 사상을 얼마나 곧이곧대로 믿고 있을지 궁금하다.

 

마르코복음은 AD 70년 전후에 쓰여졌다고 한다. 마르코복음 기자는 예수살렘 성전이 로마군에게 처절하게 짓밟힌 종말론적 상황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크다. 예루살렘에 있던 예수 공동체도 이때 궤멸되었을 것이다. 이 사건은 기독교가 유대를 벗어나서 세계로 나아가는 분수령이 되었을 수도 있다. 바울은 유대교 전통의 굴레에서 벗어나 더욱 용기 있게 복음을 전했으리라. 이때 예수 공동체를 결속시킨 믿음의 중심에는 종말 사상과 예수 재림의 간절한 기다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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