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마르코복음[79]

샌. 2023. 5. 22. 10:13

그날은 준비하는 날, 곧 안식일 전날이었다. 날이 저물어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이 왔는데, 명망 있는 의회 의원이고 그 역시 하느님의 나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용기를 내어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신을 청했다. 빌라도는 벌써 죽었느냐며 놀라서, 백부장을 불러 숨진 지 한참 되었느냐고 물었다. 이렇게 백부장에게 알아보고 나서 요셉에게 시신을 내주었다. 요셉은 삼베를 사다가 시신을 내려서 싼 다음, 바위에 뚫린 무덤에 안장하고는 무덤 입구에 돌을 굴려 놓았다.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가 예수께서 어디에 안장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 마르코 15,42-47

 

 

예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려 무덤에 안장한 사람은 의회 의원인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이었다. 전날 밤 의회에서는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결정했다. 이때 요셉은 예수의 처형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빌라도에게 예수의 시신을 내리게 해 달라고 직접 부탁할 정도로 요셉은 지위가 높은 사람이었음이 분명하다. 당시 분위기로 볼 때 대단히 용기 있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정통 유대교 수호 집단인 의회 안에 예수의 가르침에 동조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예루살렘 성내에는 상당한 숫자가 있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예수가 예루살렘 입성을 결정한 것은 분명 이들과의 어떤 교류가 있었을 것이다. 새끼 나귀를 타고 환영을 받으며 예수살렘에 들어선 장면이나, 해방절 음식을 나눌 방을 구한 장면을 보면 이들과 사전에 약속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그 뒤로 진행된 사건의 전개 과정은 예수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을 수 있다.

 

이때까지도 제자들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예수가 체포될 때 도망간 제자들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 빈 자리를 여인들, 로마인 백부장, 의회 의원 요셉이 채운다.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 후 이미 하루가 지났다. 놀라고 황망했던 심정도 어느 정도 진정될 시간이다. 그들은 모여 숨어 있었을까, 아니면 뿔뿔이 흩어졌을까. 일부 제자들은 이 모든 과정을 숨어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비밀스러운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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