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마르코복음[70]

샌. 2023. 2. 5. 10:23

저녁이 되어 예수께서 열두 제자와 함께 거기로 가셨다. 그들이 자리잡고 먹을 때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진실히 말하거니와, 그대들 가운데 하나, 나와 함께 먹는 사람이 나를 넘겨줄 것입니다."

제자들이 근심하여 차례로 예수께 "저는 아니겠지요?" 하고 말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열둘 가운데 하나, 나와 함께 대접에 빵을 담그는 사람입니다. 인자는 자신에 관해 씌여 있는 대로 떠나갑니다. 그러나 인자를 넘겨주는 그 사람은 불행합니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을 위해서는 좋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먹고 있을 때 예수께서 빵을 들고 축복하신 다음 떼어주며 말씀하셨다. 

"받으시오. 내 몸입니다."

또 잔을 들고 사례하신 다음 주시니 모두 돌려 마셨다. 이때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많은 사람을 위해 쏟는 내 계약의 피입니다. 진실히 말하거니와, 하느님 나라에서 새로운 것을 마실 그날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더는 마시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찬송가를 부른 다음 올리브 산으로 떠나갔다.

 

- 마르코 14,17-26

 

 

최후의 만찬으로 알려진 해방절 저녁 식탁의 풍경이다. 최후의 만찬이라고 하면 머릿속에는 다빈치의 그림이 선입견으로 자리잡고 있다. 마치 호텔 뷔페 같은 분위기지만 실상은 달랐다. 예수는 제자 중의 한 명이 자신을 배신할 것이며, 이것이 자신과 제자들의 마지막 식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안 그래도 예루살렘 입성 후 예수의 언행에 실망한 제자들이 있었다. 유다 이스가리옷 한 명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아니라고 하나씩 확인받을 필요까지는 없었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식탁의 분위기는 침울하고 비장했을 것 같다. 제자들은 서로를 의심하며 갑자기 파국을 맞은 상황에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예수는 유다 이스가리옷이 자신을 팔아넘길 것임을 알았지만 다른 수단을 강구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길이고 소명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유다 이스가리옷도 마찬가지였다. 예수는 유다를 원망하거나 저주하지 않는다. 그것이 유다에게 맡겨진 소임이었다. 유다가 아니었다면 다른 누구가 그 역할을 수행했을지 모른다. 예수는 유다를 연민의 마음으로 지켜본다.

 

빵과 포도주를 함께 나누는 행위는 특히 천주교 미사에서 핵심적인 의식이 되었다. 심지어는 신부가 빵과 포도주를 축복하는 순간 실제 예수의 살과 피로 변한다고까지 말한다. 그렇게까지 확대 해석할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빵과 포도주가 상징하는 의미만으로도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들에게 이때의 경험은 특별한 것이었음에 틀림없다. 비겁하고 나약했던 제자들이 예수 사후에 일변할 수 있었던 힘도 여기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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