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은 성안에서 소 1000여 마리를 모아 붉은 비단에 오색으로 용무늬를 그려 넣은 옷을 만들어 입히고, 쇠뿔에는 칼날을 붙들어 매고 쇠꼬리에는 갈대를 매달아 기름을 붓고 그 끝에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성벽에 구멍을 수십 개 뚫어 그 구멍으로 소를 내보내고, 장사 5000명이 그 뒤를 따르게 하였다. 꼬리가 뜨거워지자 소가 성이 나서 연나라 군대의 진영으로 뛰어드니 연나라 군사는 한밤중에 크게 놀랐다. 쇠꼬리에 붙은 횃불은 눈부시게 빛났는데, 연나라 군사가 자세히 보니 모두 용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쇠뿔에 받히는 대로 모두 죽거나 부상을 당했다. 게다가 장사 5000명이 나뭇가지를 입에 문 채 공격했고, 성안에서는 북을 울리며 함성을 질렀다. 노인과 아이들이 모두 구리 그릇을 두들겨 대며 성원을 보냈는데, 그 소리가 마치 천지를 뒤흔드는 것 같았다. 연나라 군사들은 매우 놀라 싸움에 져서 달아났다. 제나라 사람들이 마침내 연나라 장수 기겁을 죽이자 연나라 군사는 정신없이 달아났다. 제나라 사람들은 도망가는 적을 뒤쫓았는데, 그들이 지나가는 성과 고을마다 모두 연나라에 반기를 들고 전단에게로 귀순하였다.
- 사기(史記) 22, 전단열전(田單列傳)
전단(田單)은 위기에 빠진 제나라를 기발한 계책으로 구한 인물이다. BC 284년에 연나라 소왕은 악의를 상장군으로 삼고 제나라를 침공했다. 제나라는 연전연패하면서 수도 임치가 함락되고 70여 성을 빼앗겼다. 남은 것은 거와 즉묵, 두 성밖에 없었다. 하물며 전쟁을 지휘하던 제나라 민왕도 피살되었다. 연나라 군사가 즉묵성을 에워싸고 공격할 때 성안에 있던 사람들은 전단을 장군으로 추대하면서 성을 지켜주길 기대했다.
혜성 같이 등장한 전단은 기발한 심리전을 펴면서 아군을 결속시키고 연나라 진영에는 헛소문을 퍼뜨려 명장 악의를 쫓아내게 만들었다. 군사력 열세를 결사항전의 의지로 만회한 것이다. 이때 유명한 화우진(火牛陳) 전법이 나온다. 황소 1000마리를 용 모습으로 꾸미고 꼬리에 불을 붙여 연나라 진영으로 돌격시킨 것이다. 졸지에 기습을 당한 연나라 군대는 허둥대며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한 방에 전세를 역전시킨 이 전투를 계기로 사기가 오른 제나라 군대는 잃었던 영토를 모두 회복했다. 전단이라는 뛰어난 인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용병(用兵)이란 정공법으로 싸우고, 기이한 계책으로 허를 찔러 이기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사마천은 전단의 용병법을 칭찬한다. 전단은 전쟁 전에 수도 임치에서 시장(市場)을 감독하는 하급 관리였다. 그는 피난을 갔다가 얼떨결에 군대를 지휘하게 되었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난국을 뚫어냈다. 난세가 영웅을 만들어 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