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여름 지나가는 뒷산

샌. 2023. 8. 27. 14:21

 

맨발 걷기 바이러스가 아내마저 감염시켰다. 저녁이면 학교 운동장으로 나가 맨발 걷기를 하더니 오늘은 뒷산으로 진출하겠단다. 뭔가가 몸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 유행처럼 번져 너나없이 따라 한다. 나는 그저 허허 웃으며 바라볼 뿐이다. 사람들이 쏠리는 방향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삐딱이과니까.

 

맨발 걷기에 적당한 길을 안내해 줄 겸 아내와 함께 뒷산에 들었다. 석 달만이다. 여름이면 산모기 때문에 뒷산에 가질 못한다. 산길도 좋지만 산모기의 성가심을 나는 도저히 감내하지 못한다. 오늘도 어지간하면 되돌아오려고 했는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결국은 정상까지 갔다. 대신 산모기를 쫓던 손수건은 어딘가에 흘려버렸다.

 

아내 덕분에 생각지도 않은 뒷산에 올라 오랜만에 산기운을 쐬었다. 몸이 나른하면서 가뿐해졌다. 삐걱거리던 톱니바퀴에 윤활유를 넣어준 것 같다.

 

뒷산 나무들은 조금씩 가을물이 들고 있다. 곤충들의 노랫소리도 떠나가는 여름을 재촉한다. 계절의 순환 가운데 생명의 합창으로 가득한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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