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되니 하늘이 달라졌다. 어쩜 이렇게 일변할 수 있는지 신기하다. 아침저녁 기온도 뚝 떨어져서 이젠 침대의 전기 온열기를 켜고 자야 할 정도가 되었다.
가을이 되면 하늘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가을에 자주 나타나는 권형운은 상층운에 속한다. 반면에 여름의 적형운은 지면에 가깝게 떠 있다. 얼마 전 8월의 구름은 이랬는데....
동네를 산책했다. 주변 여러 곳이 개발중이라 전처럼 호젓한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 그래도 일부에는 옛 농촌 마을의 흔적이 남아 있다. 마을 정자를 지날 때는 노인네들이 둘러앉아 잡담을 나누는 모습을 본다. 때로는 막걸리병이 놓여 있기도 하다. 비위가 좋다면 말이라도 붙여 보고 싶지만 늘 못 본 척 지나치기만 한다. 뒤통수에 여러 사람의 시선을 느끼며.
우리 텃밭 작물도 계절이 바뀌면서 새로 심어진 게 많다. 요사이는 비가 잦은 편이라 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주에 길을 걸으면서 손수건을 바닥에 흘려버렸다. 땀을 닦으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다가 없어진 걸 알았다. 누군가 주워서 나무에 걸어놓았겠지, 했는데 예상대로였다. 그분에게 고마운 마음을 내면서 다시 내 손에 돌아온 손수건을 고이 감싸쥐었다. 무엇이라도 정이 들면 귀하게 된다. 타인에게는 하찮게 보여도 나한테는 소중한 것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 게 많을수록 인생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아닐까.
오늘 산책에서는 하늘을 자주 올려다 봤다. 때때로 화(和), 상(常), 현(玄) 같은 문자로 대변되는 이미지가 잠깐씩 머물다 지나갔다. 세상의 소음 따라 네 마음이 소란해지지 말 것이라고 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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