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내려가서 지난여름에 폭우로 무너진 산소를 보수했다. 포클레인과 인부 한 명이 추가로 따라와서 일을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다. 경사면 여러 곳에 쇠 파이프를 박아넣고 걸침목을 했으니 이제 무너져 내릴 일은 없을 것 같다.
겸해서 깔끔하게 벌초도 했다. 이번에 산소를 정리하고 납골묘를 만들려고 했으나 아무 때나 손대는 게 아니라고 해서 생각을 접었다. 기존 묘는 나중에 찾아오지 못하더라도 그대로 두어서 자연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
들판에는 벼가 익어가고,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기대를 접으면 어느 정도까지는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다고 혈연을 깡그리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찌 할 수 없는 일에는 지나친 신경 낭비를 하지 말자.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인생이 아니던가. 눈부시게 높고 푸른 하늘에 긴 시선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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