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감정 상태는 일기(日氣)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나이가 들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것 같다. 요 며칠 동안 잔뜩 흐린 채 간간이 비가 뿌리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왕 내리는 비라면 시원하게 뿌렸으면 좋으련만 전립선 걸린 중년 남자의 오줌발처럼 찔끔거린다.
경안천으로 걷기에 나서보지만 우중충한 하늘 아래서 마음만 개이길 바랄 수 있겠는가. 밍밍하면서 기계적인 걷기다. 이런 마음이라면 발 옆에 핀 꽃에도 눈길을 주지 못한다. 맹물에 식은 밥을 말아먹는 맛이다. 된장에 매콤한 고추라도 마련되어 있다면 좋으련만.
안팎이 다 시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면서 우울하다. 가끔 이럴 때가 있다. 공원의 약 올리듯 선명한 초록 잔디를 보며 중얼거린다. 뭐,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밍밍한 맛도 때론 별미가 될 수 있는 거야. 까딱거리며 혼자서 잘 놀던 까치 한 마리가 사람 사는 마을로 휘리릭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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