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조심스레 산책하다

샌. 2022. 9. 15. 10:37

허리가 결린 지 일주일째다. 차도가 아주 느리다. 어제는 밖으로 나가 마을 주변을 조심스레 산책했다. 올해 후반부는 너무 어렵게 시작된다. 8월에는 코로나로 두 주일, 9월 지금에는 허리 통증으로 한 주일 넘게 힘들어하고 있다.

 

연례행사로 잊지 않고 날 찾아오는 병이 셋 있다. 감기, 허리 결림, 어지럼증이다. 셋의 공통점은 예고도 없이 불시에 찾아온다는 점이다. 이번 허리 결림도 마찬가지였다. 일주일 전 아침에 일어났더니 허리가 뻐근하며 몸을 제대로 굴신하지 못했다. 도대체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꿈을 꾸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을 심하게 뒤척이지 않았나 추측할 뿐이었다. 얼마 전의 꿈에서는 상대와 싸우다가 실제로 발차기를 하는 바람에 침대에 부딪힌 소리에 놀라 아내가 달려오는 소동이 있었다. 감기에 걸리는 것, 허리를 삐끗하는 것, 어지럼증, 이 셋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안심하고 있을 때, 몸 컨디션이 좋다고 방심하고 있을 때 찾아와서는 날 조신하게 만든다.

 

 

마을을 지나 뒷산 언저리에 난 숲길을 살금살금 걸었다. 가을 느낌이 완연했다.

 

 

지나는 길에 요양병원이 있다. 창문으로는 병원복을 입은 환자들이 보인다. 창가에 서서 물끄러미 밖을 내다보는 사람도 있다. 한 달에 한 번 봉사활동을 나가는 분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분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특히 50대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분의 가정사는 가슴 아팠다.

 

저기 계신 분들은 아무 장애 없이 걸어가는 나를 무척 부러워할 것이다. 나는 허리의 통증을 의식하며 제대로 걷을 수 없다고 불평하고 있는데 말이다. 같이 등산을 하는 팀에서 어제 외국으로 트레킹을 떠났다. 그들과 나를 비교하면 솔직히 샘나고 약이 오른다. 우리는 늘 나와 타인을 저울에 올려놓고 비교하면서 울고 웃는다. 세상에는 나보다 잘난 사람도 있고 못난 사람도 있다. 물론 잘났다거나 못났다는 기준이 믿을 게 못 되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타인과 비교하고 비교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누구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법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경쟁사회에서는 여기서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다. 비교 대상을 어디에 잡느냐에 따라 내 감정의 색깔은 달라진다. 올려다보면 절망할 것이고, 내려다보면 그나마 위안을 느낄 것이다. 이것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현실적이 처방이 아닐까. 고개를 들고 바라봐야 할 대상은 하늘의 별이지, 지상의 사람이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비실거리며 걸은 어제 숲길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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