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가을 젖는 뒷산

샌. 2023. 10. 7. 16:29

가을이 안개비 내리듯 산하를 적신다. 뒷산에도 가을 기운이 스며들어 촉촉이  젖고 있다.

 

 

이 계절에는 혼자 산길을 걸어야 마땅하다. 누구라도 철인(哲人)이 되기에, '고독한 산보자'의 흉내를 내기에, 딱 알맞은 때가 아닌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산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겸허해 보인다. 발걸음도 조심스럽다. 함부로 라디오를 틀고 다니는 사람도 없다. 사람은 계절의 분위기를 닮아갈 수밖에 없는가 보다.

 

가을 속에 잠겨드는 뒷산을 조심스레 걸었다. 소멸을 앞둔 존재들과 눈맞춤하면서 나는 혼자가 아니란 걸 알게 된다. 그래, 더 외로워도 괜찮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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