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닷새 동안 내내 집안에서만 머물렀다. 그렇게 된 제일 큰 원흉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 게임이었다. 경기 중계에 빠지면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어려웠다.
특히 배드민턴, 탁구, 바둑 중계에 홀렸다. 이 셋은 평소에도 관심이 있는 종목이어서 대회가 열리면 늘 챙겨보곤 했다. 배드민턴의 안세영과 탁구의 신유빈 선수 경기는 빼놓지 않고 봐 왔다. 둘은 실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안세영은 세계 랭킹 1위, 신유빈은 세계 랭킹 8위)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줘서 기뻤다. 안세영은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신유빈은 전지희와 짝을 이룬 복식에서 금메달을 땄다. 두 종목 모두 20여 년만의 금메달이었다. 스포츠에서 승부는 각본 없는 드라마와 같다. 정상에 서자면 타고난 자질에 각고의 노력이 더해져야 하고 행운도 따라야 한다. 고난의 과정을 견디지 않고서는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없다. 다만 바둑에서 나온 결과는 아쉬웠다. 의외로 최정이 마지막 게임에서 힘 한 번 못 쓰고 무너졌다. 최정답지 않은 경기였다.
경안천을 걸었다.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발길 가는 대로 걸은 걸음이었다. 한 바퀴 돌고오는데 네 시간쯤 걸렸다.
몸의 활동량이 부족해서인지 요즘은 잠이 푹 들지 못하고 어지러운 꿈에 시달린다. 꿈에서 깨고 나면 심란하다. 꿈에서는 싸우고 죽이고 도망가고 하는 따위로 부대낀다. 무의식의 세계가 꿈으로 나타난다는 데 내 속은 온통 쓰레기로 차 있는 모양이다. 사람이 꿈을 왜 꾸는지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무척 신기하다. 잠자는 중에도 뇌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 모양이다. 진화론적으로 볼 때 꿈은 인간의 생존에 분명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문명 이전, 인류가 자연과 가까웠을 때 꿈을 통해 생존의 지혜를 얻었는지도 모른다. 일종의 예지몽 같은 작용이 더 자주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사이 내 꿈은 카오스 그 자체다. 정체 모를 무엇에 쫓기거나 시달리는 꿈이 대부분이다. 꿈 없는 달콤한 잠을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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