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뒷산에서 겨울바람을 맞다

샌. 2023. 1. 4. 10:47

날이 풀어졌지만 새벽 기온은 -10도를 오르내린다. 낮기온 역시 영상으로 치고오르기는 벅차 보인다. 춥지는 않지만 싸늘하다. 겨울 냉기를 맞기 위해 뒷산에 올랐다. 응달진 산길에는 눈이 녹지 못하고 사람들 발에 밟혀 얼어 있다. 뒷산은 경사가 급한 곳 없이 온순해 걷기에는 지장이 없다.

 

일흔 줄에 들어서니 새해를 맞는 심사가 심드렁하다. 또한 세월의 무상함에 대한 슬픔이 짙다. 에밀리 디킨슨은 이렇게 말했다.

 

"How sad it makes one feel to sit down quietly and think of the flight of the old year, and the unceremonious obtrusion oh the new year upon our notice! How many things we have omitted to do which might have cheered a human heart, or whispered hope in the ear of the sorrowful!"

"조용히 앉아서 지나간 한 해를 생각하고, 우리의 눈에 예사롭지 않게 찾아온 새해를 생각하면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인간의 마음을 격려하거나 슬픔에 잠긴 사람들의 귀에 희망을 속삭였을 수 있는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빠뜨리고 있는 것인지!"

 

 

혹한의 계절을 견디는 나무는 고행의 수도승 같다. 멀리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작은 고라니 한 마리가 잠시 나를 쳐다보고는 쏜살같이 달아난다.

 

산길 옆에 쓰러진 나무 밑동이 에이리언을 닮았다.

 

 

겨울바람의 냉기와 가녀린 햇살의 온기를 동시에 느끼며 나무 등걸 의자에 앉아 쉰다. 삶의 의미를 따로 찾지 마라. 살아가는 일 자체가 의미라는 친구의 말을 떠올린다. 나는 나직이 읊조리게 된다. "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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