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10년 넘게 사용하니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화면에 안개가 끼면서 흔들리는 증상이 한 달 전부터 나타났다. 오래 지속되지는 않아서 보는 데 큰 지장은 없었다. 이런 현상은 3년 전에도 생겨서 30여만 원을 주고 부품을 교체한 적이 있었다. 또 고쳤다가는 새로 TV를 사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래도 먹통이 될 때까지 버텨보자고 했는데 아이들이 이왕이면 빨리 큰 것으로 바꾸라면서 새 TV를 사서 보내주었다. 전에는 49인치였는데 이번 것은 65인치다. 화면이 넓으니 시원하면서 눈이 피곤하지 않아서 좋다. TV를 설치하고 제일 먼저 PBA 당구 경기를 봤다. TV를 멀리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보는 맛이 생겼다.
지나온 세월을 돌아볼 때 사용한 TV 화면 크기는 나이와 연동하는 것 같다. 내 나이가 20대일 때 처음 샀던 TV가 19인치였던가, 대체로 20인치쯤 되었다. 금성에서 나온 흑백 브라운관 TV였다. 그 뒤로 조금씩 커지더니 이제 60인치대까지 올라갔다. 새 TV를 거실에 들여놓고 보니 앞으로 더 커질 일은 없을 것 같다. 보통의 아파트 거실에서는 60인치대가 한계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모를 일이다. 여기에 적응하면 또 더 큰 것을 바라게 될지.
1970년대 초반에 처음 TV를 샀을 때로부터 지금까지 50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TV를 새로 살 때마다 더 넓어진 화면에 "와!" 하는 감탄사를 발했을 것이다. 30인치에도 만족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애걔걔!" 한다. 기술 발전과 함께 인간의 기대 수준과 욕망이 그만큼 증가한 것이다. 하여도 이젠 견물탐심(見物貪心)에 빠질 나이는 아니라고 짐작하면서 느긋하게 TV 앞에 앉아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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