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봄비 내린 뒷산

샌. 2025. 5. 5. 10:06

봄비가 촉촉이 내린 터라 산길 걷기가 최상일 터였다. 오랜만에 백마산 등산을 할 요량으로 김밥 도시락까지 챙겨 집을 나섰다. 그런데 버스가 오지 않는 것이었다. 버스 안내 시스템에도 다음 버스 소식이 뜨지 않았다. 30분이 지나서 기다리는 걸 포기하고 가까운 뒷산으로 행선지를 바꾸었다. 정류장의 다른 사람들도 자리를 떴다. 

 

최근에 읽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 보면 운명의 장난에 희롱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무리 계획을 세운들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생이 어디로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 돌발 상황이 생겨 넘어지기도 한다. 마치 돌부리에 걸려 쓰러지듯이. 오늘 같은 경우는 일상의 사소한 해프닝이지만 인생의 행로가 바뀌는 터닝포인트도 있다. 인생은 어쩔 수 없음의 연속인 것 같다.

 

 

의도치 않게 접어든 길에서 뜻하지 않은 인연이나 보물을 만나기도 한다. 그것이 인생의 재미가 아닌가. 신이 무엇을 준비해 놓고 나를 이 길로 인도했을까, 즐거운 기대를 하고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물기 머금은 산길은 부드럽고 공기는 상큼했다. 봄의 산 속에서는 사방팔방이 청록 세상이다.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페펙트 데이즈'에서 히라야마의 마음이 되어 본다.

 

 

시간이 지나니 바람이 엄청 세졌다. 작은 나뭇가지가 부러져 공중에 흩날릴 정도였다. 내 눈을 생각한다면 높은 산에 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지금 내 눈 상태는 바람과 상극이기 때문이다. 오늘 어긋난 행보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산길샘이 기록한 오늘의 걷기 데이터다. 2시간 20여 분 산에 있으면서 5.3km를 걸었다. 이 정도나마 움직이니 윤활유를 칠한 듯 몸 이 나긋나긋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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