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도 진달래가 활짝 폈다. 진달래가 폈다는 것은 봄이 곁에까지 다가왔다는 신호다. 매화나 산수유가 봄을 알려주기는 하지만 체감할 정도는 아니고, 진달래가 펴야 제대로 봄이 온 것 같다. 이제 다음 차례은 벚꽃이다. 벚꽃이 만개하면 농익은 봄이 기다린다.
햇살 좋은 일요일 오전에 진달래를 감상하며 뒷산길을 걸었다. 이른 봄철 뒷산에는 산길을 따라 진달래가 곱게 핀다. 아직 산은 겨울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분홍색 진달래는 나무들에게 어서 빨리 잠에서 깨어나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
진달래를 보면 철없이 뛰놀던 소년 시절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때 고향 뒷산에도 봄이 찾아오면 진달래가 피어났다. 온 산을 돌아다니다가 허기가 지면 진달래꽃을 따먹으며 다시 내달렸다.
진달래 앞에서 셀카를 찍었다. 이런 게 둔갑술이 아닌가 싶다.
오후에는 텃밭을 마감하는 뒷정리를 했다. 작년 연말에 땅 밑을 지나가는 상수도가 터져서 공사를 하는 통에 밭이 뒤집어지고 엉망이 되었다. 다시 텃밭을 일구자면 이만저만 수고가 필요한 게 아니다. 안 그래도 아내는 손가락 통증으로 텃밭을 가꿀 수 있을지 고민하던 터였다. 무리하게 손가락을 써서는 안 된다는 의사의 권유도 있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영역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과 같다. 아쉬움은 있지만 안 되는 것은 접어야 하는 게 맞다. 떠나가는 것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아내는 앞으로 텃밭 옆으로는 다니지 못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사라지는 것들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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