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떠나가기 싫은가 보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는가 싶더니 낮에는 반팔을 입어야 할 정도로 기온이 높다. 일교차가 커서 감기를 조심해야 할 날씨다.
한 달만에 뒷산에 올랐다. 8월 이후로 코로나에 걸리고, 허리를 삐끗해서 몸이 많이 부실해졌다. 일흔이 넘으니 노화 현상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느낌이다. 이젠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도 쓰지 못하겠다.
산 입구의 햇빛을 잘 받는 나무에는 단풍물이 들기 시작했다.
산속은 여전히 여름이다. 가끔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산길의 사색을 끊는다. 가느다란 풀벌레 소리만 들리는 숲에서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는 천둥만큼 크다.
한 친구가 단톡방에 새무엘 얼만의 '청춘'이라는 시를 올렸다. 이 시를 애송했다는 맥아더는 일흔 살에 한국전에 참전하여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했다고 한다.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단지 나이를 먹는다고 늙는 것은 아니다
이상(理想)을 버릴 때 우리는 늙는다
연령주의(ageism)는 잘못된 것이라고 오로지 정신 승리를 주장하기도 한다. 노인이 된다고 늙는다고 믿는 건 또 다른 고정관념이라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게 보여도 온전히 고개를 끄덕이기는 어렵다. 육체나 정신의 쇠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에 맞게 살면 될 뿐 청년의 꿈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것이 아름다운 노년일까. 한때 '긍정의 힘'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면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자기 확신의 낙관주의였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늙은 것을 늙었다고 인정하는 것이 무슨 큰 죄라도 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게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청춘'의 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는 하지만, 나에게는 과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Old Men, Be Ambitious!"라는 구호가 등장할지 모르겠다.
나무들은 때를 안다. 이제 서서히 제 몸의 수분을 줄이면서 다가오는 겨울을 대비한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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