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바람 좋은 날에

샌. 2022. 6. 14. 18:05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이 쏟아져 들어온다. 하늘도 맑고 파랗다. 이런 날 집에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날씨의 유혹에 저항할 수가 없다. 작은 배낭을 메고 가벼운 걷기에 나선다.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는 기초 공사가 끝나고 1층이 올라가고 있다.

 

 

산길로 들어선다. 이쁜 산길이어서 뒤돌아 다시 갔다가 온다.

 

 

쉼터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해가 다르게 변한다. 모두가 근래에 새로 들어선 아파트들이다. 내가 이사왔을 때 전부 공터였던 곳이다. 집을 저렇게 지어대는데도 집이 모자란다고 난리다. 세상 일은 참 불가사의하다.

 

 

산에서 내려와 경안천으로 향한다.

 

 

천 건너편의 아파트 역시 신축된 단지다. 이젠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아파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내 일생은 우리 국토가 아파트로 뒤덮이는 걸 목도한 증인이 된 것 같아 씁쓸해진다.

 

 

정오가 되니 햇볕이 따가워진다. 그래도 바람이 불고 지나가면 몸에 배인 땀이 시원하게 사라진다.

 

 

경안천변에 있는 몇 안 되는 양버들 중 하나다. 보통 미루나무로 부르는데 정확히는 양버들이다. 어릴 적에 신작로 가로수가 이 양버들이었는데 키다리 양버들이 수 km를 곡선을 그리며 도열해 있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고향에 있는 천변이나 저수지 둑에서도 자라고 있었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나무가 양버들이다. 바람이 불면 잎들이 "차르르" 하면서 내는 소리는 지금도 귀에 선연하다.

 

그때는 누구나 포플러, 또는 미루나무로 불렀고 지금까지 그 이름이 익숙하다. 그래서 양버들이라고 하면 감흥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마치 아까시를 아카시아라 불러야 정겨움이 살아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제는 양버들조차 주변에서 거의 보기 힘들다.  

 

 

가마우지와 오리가 햇볕을 쬐며 쉬고 있다.

 

 

경안천은 도시의 하천과 달리 아직은 자연 하천을 유지하고 있다. 언제 포크레인이 덤벼들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9km여를 세 시간 정도 걸었다.

어제 지인과 통화하면서 산티아고 얘기가 나왔다. 꿈을 버렸느냐고 묻길래 아직 50%는 남아있다고 답했다. 산티아고에서는 오늘 걸은 거리의 세 배 정도를 매일 걸어야 한다. 언제 해파랑길 몇 구간이라도 걸으면서 체력 테스트를 해 봐야겠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녹음 속을 걷다  (0) 2022.06.18
비 온 뒤 텃밭  (0) 2022.06.17
무주 모임  (0) 2022.06.11
하늘 좋은 날에  (0) 2022.06.07
초여름 백마산  (0) 2022.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