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825

꽃쥐손이

덕유산 향적봉에서 만난 꽃쥐손이다. 초여름 향적봉에는 여러 꽃들이 피어 있었는데 그중에서 꽃쥐손이가 개체수로나 모양으로나 제일 눈에 띄었다.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꽃쥐손이는 1,600m 고지인 여기가 최적의 환경이리라. 꽃쥐손이는 쥐손이풀과 중에서도 꽃이 크고 예뻐 특별히 이름 앞에 '꽃'이 붙은 것 같다. 덕유산에는 꽃쥐손이 외에도 다른 꽃이 많았다. 같은 꽃이라도 환경에 따라 조금씩의 변이가 생기는지 고산지대에서 만나는 꽃은 느낌이 달랐다.

꽃들의향기 2022.06.20

등갈퀴나물

콩과의 다년생 덩굴식물로 보라색 꽃이 초여름에 핀다. 갈퀴 모양의 덩굴손이 다른 물체를 감으면서 자란다. 이름에 '나물'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연할 때는 나물로 먹을 수 있다는 뜻이겠다. 이런 류의 식물은 생명력이 강해서 어디서나 잘 자란다. 이맘때 경안천변에는 등갈퀴나물 꽃밭이 펼쳐진다. 노란색 금계국, 흰색 개망초와 섞여서 무리지어 꽃 피어 있는 풍경이 아름답다.

꽃들의향기 2022.06.06

설봉공원 장미

올해는 장미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5월을 넘기나 싶었는데 설봉공원에서 우연히 장미(덩굴장미/넝쿨장미/줄장미)를 만났다. 설봉공원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아담한 장미정원이 있다. 호수 둘레길만 걷다 보면 장미 정원이 있는지 알아채지 못한다. 상대적으로 사람도 적어 조용히 휴식하기 알맞은 곳이다. 붉은 장미는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너무 색깔이 강렬하다. 꽃말처럼 사랑도 보통 사랑이 아닌 불처럼 뜨거운 정열의 사랑이다. 그 불길에 데어서 타버릴 것 같다. 하물며 가시까지 숨기고 있으니 붉은 장미는 위험한 팜므파탈이다. 오뉴월 소나기라도 내려 그 열기를 식혀줘야 할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22.05.27

꽃지 튤립

매년 4월이면 태안 꽃지 해변에서 튤립 잔치가 열린다. 튤립 전시회로는 우리나라에서 최대 규모가 아닐까 싶다. 해가 갈수록 꽃으로 꾸미는 디자인이 발전해가는 느낌이다. 올해는 튤립으로 단장한 대형 양탄자가 눈길을 끌었다. 1시간 30분 정도 둘러보면서 꽃향기에 흠뻑 빠졌다. 산을 헤매며 숨어 피는 야생화를 찾는 재미도 있지만, 이렇듯 거대 풍경에 압도당하는 맛도 좋다. 입장료는 12,000원이다. 전주에서 집으로 올라오는 길이었다. 원래는 꽃지에서 일몰을 보려 했으나 미세먼지가 심해 대기가 뿌옇고 하늘이 밋밋해서 포기했다. 간월도를 지나면서 지는 해와 잠시 인사를 했다.

꽃들의향기 2022.04.30

수성당 유채꽃

부안의 수성당에 유채꽃밭이 있다. 바다를 옆에 끼고 있어서 노란색 유채꽃이 주변 풍광과 잘 어울리는 곳이다. 장모님을 모시고 바다 구경을 나온 길에 잠시 들렀다. 비가 오고 난 뒤에 잔뜩 흐린 날씨였다. 그래선지 유명세에 비해 찾은 사람이 별로 없어 한산했다. 수성당(水聖堂/水城堂)은 바다를 지키는 수성할머니라는 해신을 받들어 모시는 곳이다. 주민들은 매년 정월 초사흘에 수성당에 모여서 뱃길의 안녕을 위하여 치성을 드린다고 한다.

꽃들의향기 2022.04.29

완산칠봉 겹벚꽃

전주 완산칠봉에는 겹벚꽃 동산이 있다. 나뭇잎이 돋아나서 철이 살짝 지나긴 했지만 붉은색 영산홍과 어우러져 눈호강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벚꽃보다 늦게 피는 겹벚꽃은 꽃 모양이나 색깔이 풍성하고 화려하다. 벚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겹벚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냥 벚꽃이 훨씬 낫다. 겹벚꽃은 벚꽃이 지고 난 뒤에 아쉬움을 달래려고 한 바탕 잔치를 펼쳐주는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22.04.28

성내천 벚꽃(22/4/11)

성내천 벚꽃을 보러 가기 위해 강변역에서 버스를 내려 잠실철교를 따라 난 보도를 걸어서 건넌다. 이쪽 동네는 전에 살았기 때문에 어느 길이나 익숙하고 정겹다. 잠실철교 보도도 자주 건너다닌 길이다. 낮 기온이 25도까지 올랐다. 젊은이들 중에서는 반팔 옷차림도 가끔 눈에 띈다. 20년 전에 성내천 옆에 직장이 있었다. 성내천은 내 출퇴근길이었고, 일과 중에도 시간이 비면 즐겨 산책하던 곳이었다. 그때 벚나무를 심기 시작했는데, "얘들이 언제 커서 제대로 벚꽃 구경을 할까"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은 벚꽃 터널을 이루었다. 벚꽃은 이미 많이 떨어졌고, 나무에는 꽃들 사이로 초록잎이 보인다. 성내천은 올림픽공원과 연결된다. 몽촌정(夢村亭) 주위의 벚꽃이 제일 화사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는 손님이 몇 ..

꽃들의향기 2022.04.11

시드는 창덕궁 홍매

아직까지 창덕궁 홍매가 절정인 때는 보지 못했다. 늘 조금씩 시기가 틀어졌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름은 홍매(紅梅)인데 지금은 때가 지나 탁해진 살구색이다. 밑에 있는 화사한 연분홍 진달래 색깔에 치인다. 그래도 나름의 기품이 있다. 꼭 절정만 고집할 필요가 있겠는가. 빠르면 빠른대로, 늦으면 늦은대로 그 시기의 매력이 있는 법이다. 사람 또한 다르지 않으리라. 창덕궁 삼삼와(三三窩) 앞에 있는 이 매화는 겹꽃이다. 그래서 별칭이 만첩홍매(萬疊紅梅)다. 내년이 될지,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너의 가장 화려한 반짝임을 볼 수 있는 때가.

꽃들의향기 2022.04.08

원미산 진달래(22/4/5)

소문으로만 들었던 부천의 원미산 진달래 구경을 갔다. 꽃친구 Y와 함께였다. 원미산 진달래는 이제 만개 상태에 들어갔다. 이번 주말과 다음주까지는 절정을 이룰 것 같다. 두 시간 정도 눈 호강을 실컷 했다. 분홍 물결을 너무 타서 멀미가 날 정도였다. 진달래는 역시 군락을 이루어야 더 아름답다. 여러 가지로 심란한 2022년의 봄이지만 꽃 속에 묻혀 있는 동안에는 행복했다.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더라고, 연초록 잎사귀들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 가만히 있어도 연초록 물이 들 것 같더라고, 남편은 원미산을 다녀와서 한껏, 봄소식을 전하는 중이었다. 원미동 어디서나 쳐다볼 수 있는 길다란 능선들 모두가 원미산이었다. 창으로 내다보아도 얼룩진 붉은 꽃무더기가 금방 눈에 띄었다." 을 쓴 양귀자의 소설에 나오는..

꽃들의향기 2022.04.05

예봉산 노루귀

산길을 걷다가 우연히 노루귀를 발견했다. 이런 걸 횡재라고 해야 하겠지. 지금 시기에 예봉산에서 노루귀를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다행히 똑딱이가 있어서 부족하나마 고운 자태를 담아 보았다. 친구에게 예봉산에서 노루귀를 만난 얘기를 했더니 이런 시를 보내 주었다. 유년 시절의 고향 동무를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지리산 형제봉이 또렷이 보이는 강 언덕에 앉아 눈시울에 방울방울 맺힌 추억을 양지바른 언덕에 두고 왔더니 겨울을 잘 견딘 청노루귀가 보송보송 그리움의 솜털 꽃대를 올려 자줏빛 울음을 운다네 자줏빛 울음을 운다네 - 청노루귀 / 정순영

꽃들의향기 2022.04.04

봄날은 온다

벚꽃을 기준해서 봄의 절정을 삼는다면 중부지방은 봄이 오고 있는 중이다. 아직 새벽 기온은 0도에 이를 정도로 차다. 올해는 예년보다 꽃 피는 시기가 일주일 정도 늦어서 중부지방 벚꽃은 이제 꽃봉오리가 벌어지고 있다. 잠실에 나간 길에 짬을 내 석촌호수에 들렀다. 벚꽃은 성질 급한 몇 그루에서만 보일 뿐이었다. 그래도 휴일이어선지 산책로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꽃 핀 나무를 힘들게 찾아서 롯데타워를 배경으로 몇 장 찍어 보았다. 둘씩 셋씩 동무해서 나온 젊은이들이 대다수였다. 평일이 되면 산책 나오는 연령대가 달라질지 모른다. 새로 산 휴대폰의 하이퍼랩스를 사용해 보았다. 코로나 시대라서일까, 사람들은 꽃에 더욱 굶주린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22.04.03

히어리

흥미로운 이름을 가진 꽃이다. 순수한 우리말이라는데 무슨 뜻인지는 검색해 봤지만 분명하지 않다. 귀한 꽃이었지만 요사이는 관상용으로 많이 심어선지 이른 봄이면 흔하게 볼 수 있다. 더 일찍 피는 납매와 많이 닮았다. 해여림 빌리지에서 봤다. 올괴불나무꽃.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린 수변공원에는 산수유가 한창이었다. 매화는 이제 막 개화를 시작하고 있다.

꽃들의향기 2022.03.29

16년 만에 만난 동강할미꽃

2006년에 처음 동강할미꽃을 만났으니 16년 만에 다시 보게 된 귀한 꽃이다. 동강은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건만 물경 16년이나 걸렸다. 전에는 꽃친구와 함께 광하리 동강변을 갔었는데, 이번에는 운치리 동강변을 찾았다. 광하리는 도로 옆이라 접근하기 쉬웠는데, 운치리는 강변 돌길을 따라 한참 동안 걸어가야 했다. 그 또한 즐거운 과정이었다. 동강할미꽃은 여러 색깔이 있지만 이번에는 보라색과 홍자색을 볼 수 있었다. 동강할미꽃은 생김새나 색깔이 다양하다. 역시 제일 큰 특징은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 꼿꼿이 서 있다는 점이다.

꽃들의향기 2022.03.23

상심을 달래주는 제라늄

하루에 30만 명대의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이어지고 있다. 다음 주의 절정기가 되면 40만 명대까지 오른다고 한다. 조심스러워 밖에 나가 타인을 만나지 않은지도 한참 되었다. 딸과 손주까지 코로나에 걸려서 이제야 회복 중이다. 시골에 계신 노모를 찾아뵙지 못한지도 두 달이 넘는다. 방에 있으면 베란다에 있는 제라늄이 보인다. 일 년 내내 한결같이 환하게 웃고 있는 제라늄이다. 제라늄은 코로나나 시끄러운 정치판의 현실과도 아랑곳 없다. 나는 부러워하며 멍하니 제라늄을 바라본다. 이러한 저러한 상심을 달래기 위해 자꾸 눈길을 주는 우리집 제라늄이다.

꽃들의향기 2022.03.12

제라늄의 미소

벌써 10년째, 사시사철 고운 미소를 잃지 않는 네가 경이롭다. 그렇다고 정성으로 돌보는 것도 아니다. 잊어버릴 만하면 가끔 물 주고, 분갈이 안 한 지는 까마득해서 언제였는지도 모른다. 강산이 바뀔 세월이 흘렀는데도 너는 변함없이 밝은 미소를 띠고 있구나. 너에게야말로 '반려'라는 말을 붙여주고 싶다. 제라늄이 여러해살이 식물이라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자라는지 궁금하다. 줄기 아랫 부분은 이미 딱딱한 목질로 변한 지 오래되었다. 이곳으로 이사 와서 곧 널 만나고 어느덧 10년, 그 긴 기간 동안 한 번도 꽃을 피우지 않은 적이 없었다. 추운 겨울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결같은 네 미소 앞에서 어찌 우울할 수 있으랴. 비 내리는 쓸쓸한 초겨울이지만, 네가 있어 행복한 오늘이다.

꽃들의향기 2021.11.30

똑똑한 풍선초

봄에 이웃에서 준 풍선초 씨를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심었다. 곧 싹이 나오고 하루가 다르게 덩굴이 위로 뻗어올랐다. 천정 빨래건조대에 줄 여러 개를 연결해 줬더니 초록 잎이 병풍처럼 자라서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 풍선초는 이파리, 줄기, 꽃, 열매의 조형미가 뛰어나서 보기에 좋다. 식물 자체도 깔끔하다. 풍선초는 끝이 없을 듯 성장하며 키가 커 갔다. 천정까지는 줄을 연결할 수 없어 건조대를 넘어가는 줄기는 이발하듯 가위로 잘라줬다. 여름 내내 주기적으로 다듬어주는 게 내 일이었다. 몇 달 동안 그렇게 했더니 어느 때부터는 풍선초가 위로 자라는 걸 포기하는 것이었다. 제 몸을 비비 꼬며 건조대 아래서만 놀지 위로 올라가려고 하지 않았다. 식물도 제 몸에 위해가 가해지는 걸 감지하고 그에 대응하는..

꽃들의향기 2021.11.01

단양팔경휴게소 구절초

중앙고속도로 하행선에 있는 단양팔경휴게소에는 넓은 꽃밭이 있다. 무슨 꽃이 피어 있는지 휴게소에 들를 때면 꼭 찾아본다. 요사이는 관리를 잘 안 해서 어수선하지만 그래도 긴 시간 운전으로 인한 피로를 씻어주는 반가운 꽃밭이다. 이번에는 화단의 소나무 밑에 구절초가 활짝 피어 있다. 식재한 구절초는 산에서 만나는 야생 상태와는 다르지만 그래도 색다른 느낌으로 가을의 정취를 한껏 맛보게 해 준다. 순백의 귀티 나는 꽃은 소박한 코스모스와 대비되며 가을을 장식한다. 코로나로 바깥 나들이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때에 고속도로에서 만나는 특별한 구절초다.

꽃들의향기 2021.10.02

중앙공원 꽃무릇(2021)

분당 중앙공원 꽃무릇이 작년에 비해 개화 시기가 열흘 정도 빨라졌고 개체수도 많아져서 풍성해 보인다. 가까이서 꽃무릇 꽃밭을 구경할 수 있는 이런 장소가 있다니, 초가을이 주는 고마움 중의 하나다. 꽃무릇은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본에서는 피안화(彼岸花)라고 부른다고 한다. 종교적인 느낌의 이름인데 그래선지 주로 사찰에서 길렀던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선운사와 불갑사 꽃무릇이 유명하다. 붉게 물든 꽃무릇 길을 거닐 때면 세상 시름 다 잊고 피안에라도 온 것처럼 탄성을 연신 터뜨리게 될 것이다.

꽃들의향기 2021.09.17

칸나

사람 이름을 닮아선지 '칸나(Canna)'라고 부르면 먼 이국의 고혹적인 여인이 윙크를 하며 바라볼 것 같다. 그리고는 넓은 치마폭을 흔들며 정열적인 춤을 출지 모른다. 칸나의 진홍색은 태양의 정수가 한데 모인 듯 손이라도 데면 타버릴 듯 뜨겁다. 가을 초입의 경안천변에서 칸나를 보았다. 산책로를 따라 길게 심어져 있는 칸나 길이다. 칸나는 여름에서 초가을에 이르기까지 피고지고를 반복하는 꽃이다. 꽃만 아니라 파초처럼 넓은 잎이 특색이다. 많이는 말고 창가에 서너 송이 정도 심어둔다면 여름의 정취를 즐기는 데 적당할 것 같다. 특히 비 오는 날이라면 창문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

꽃들의향기 2021.09.05

8월의 애기장미

동네를 산책하는 재미 중 하나는 장미를 만나는 일이다. 지금은 여름의 끝자락인 8월 하순, 그런데도 마을 골목길의 장미는 여전히 붉고 환하다. 줄기에서는 새로운 꽃봉오리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으니 가을이 되어도 이 붉은 장미를 계속 볼 수 있을 것이리라. 무슨 품종인지 모르지만 자그마한 이 장미에 나는 '애기장미'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귀엽고 앙증스러워 뽀뽀라도 해 주고 싶다. 이 장미가 있는 집은 작고 아담한 농가다. 집 앞 세 평 정도 되는 마당에는 꽃밭이 있고, 집 둘레로 장미가 울타리를 만들고 있다. 흘러나오는 목소리만 들었을 뿐 주인 얼굴은 보지 못했다. 꽃처럼 마음씨가 고운 분이리라 믿는다. 나도 마당 있는 집을 갖게 된다면 애기장미를 키워보고 싶다. 그전에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가능할지 실험을 ..

꽃들의향기 2021.08.27

여름 불꽃, 배롱나무꽃

불꽃나무로 불러도 되겠다. 꽃이 활짝 핀 배롱나무는 나무 전체가 붉은 화염으로 불타 오르는 것 같다. 여름 한낮에 배롱나무 가까이 가니 불에 데일 듯 뜨겁다. 이열치열 꽃구경으로는 배롱만 한 나무가 없겠다. 손주 데리고 의왕에 갔다 오는 길, 갈미한글공원에서 정열의 붉은 배롱나무를 만났다. 아이에게 배롱나무를 설명해주다가 문득 이름의 연원이 궁금해졌다. 배롱나무는 백일 동안 꽃이 핀다고 '(목)백일홍'이라고도 부르는데, '백일홍'이 '배기롱'으로, 다시 '배롱'으로 발음의 편의상 변한 것이라는 설명이 그럴듯하다.

꽃들의향기 2021.08.06

경안천 참나리

경안천을 걷는 도중에 길 옆에 핀 참나리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줄기 아래쪽에 피었던 참나리는 다 졌고, 지금은 줄기 끝에서 마지막 참나리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 참나리마저 지면 여름도 끝에 다다를 것이다. 지난 주말에 온 손주에게 빨강머리 앤 얘기를 해 줬는데 참나리를 보니 빨강머리 앤 생각이 절로 났다. 참나리도 얼굴에 생긴 주근깨 때문에 고민이 많을까. 그러나 겉모양은 절대 그런 것 같지 않다. 너무나 당당하게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마음씨인가. 그런 점에서 참나리와 빨강머리 앤은 닮았다. 빨강머리 앤에게와 마찬가지로 나는 참나리에게도 속삭인다. "고마워, 참나리!"

꽃들의향기 2021.08.04

습지공원 연꽃

경안천습지생태공원에 있는 호수는 여름이면 연밭으로 변한다. 그런데 연꽃은 볼 품이 없다. 듬성듬성 필뿐 아니라 백련 일색이라 단조롭다. 이름난 연꽃 명소와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그래도 올해는 다른 때보다 연꽃을 많이 볼 수 있다. 해가 지날 때마다 조금씩 풍성해진다. 내년이면 더 나아지리라 기대해 본다. 공원 건너편 경안천 연꽃이 훨씬 더 화려하다. 그런데 저기는 가까이 접근할 수 없다. 경안천습지생태공원에서는 금개구리를 가끔 만난다. 금개구리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어 특별히 보호 관리하는 종이다. 초록색 몸체에 눈 뒤로 난 금빛 줄이 선명하다.

꽃들의향기 2021.07.22

동네 여름꽃

오후에 동네를 산책하다가 갑자가 쏟아지는 소나기를 두 차례 만났다. 우산을 써도 잠깐 동안에 온 몸이 다 젖었다. 그렇더라도 여름 소나기는 반갑다. 후덥지근한 대기가 한순간에 청량한 기운으로 바뀐다. 따가운 여름 햇살에 목말랐던 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범부채 △ 나무수국 △ 원추리 △ 참나리 △ 털여뀌 △ 자귀나무 △ 능소화 △ 해바라기 △ 메꽃 △ 장미 △ 채송화

꽃들의향기 2021.07.20

낮달맞이꽃

밤에 핀다고 달맞이꽃인데 이놈은 반대로 낮에 핀다. 자신의 정체성을 180도로 뒤바꿔 버렸다. 달맞이꽃이라는 이름을 붙여줘도 될까 싶지만, 낮에 나오는 달을 마중하는 꽃이라고 해석하기로 한다. 그러나 인간이 자기들 멋대로 이름을 붙여놓고는 이러쿵저러쿵 재단하는 것이 꽃 입장에서는 같잖을지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낮달맞이꽃보다 그냥 '분홍달맞이꽃'으로 부르면 어떨까 싶다. 꽃은 분홍 바탕에 빨간색 실핏줄 같은 줄이 선연하다. 무척 곱고 순결한 분홍색이다. 중남미 지역이 원산지라고 한다.

꽃들의향기 2021.07.18

털여뀌

털여뀌는 여뀌 종류 중에서도 제일 체구가 크다. 키는 내 만하고, 잎은 내 손바닥 두 개를 겹친 만큼 넓다. 한마디로 시원시원하게 생겼다. 줄기에 보송보송한 털이 나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래서 털여뀌인가 보다. 붉은색의 꽃이 여름에 총총하게 맺힌다. 이제 장마가 시들해지면서 무더위가 찾아왔다. 사소한 일에 짜증을 부리지 말고 털여뀌처럼 건들건들 호탕하게 살아야겠다.

꽃들의향기 2021.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