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분당에서 당구 모임이 있다. 이날은 일부러 목적지보다 대여섯 정거장 전에서 버스를 내린다. 걷기 위해서다. 천변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좋은 산책로가 있는데, 매번 이 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이다. 30여 분 걸을 뿐이지만 나에게는 하루를 시작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당구는 11시부터 시작한다. 회원은 아홉이나 보통 대여섯 명 정도 모인다. 두 테이블로 나누어 4구와 3쿠션 게임을 한다. 나는 하수지만 주로 3쿠션을 친다. 수지는 몇 년째 10이다. 작년에는 책과 유튜브를 보면서 연구를 했지만 별 진척이 없다. 공 다루기가 당구만큼 어려운 종목도 없다. 나이 들어서 배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걸 절감한다. 이젠 실력이 느는 건 포기했다. 그저 즐기기로 하니 마음이 편하다. 오후 2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