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모양성 안에 맹종죽림(孟宗竹林)이 있다. 맹종죽은 1938년에 유영하 선사가 불전의 포교를 위해 절을 지으면서 심었다고 한다. 맹종죽림과 송림의 경계에는 일부 소나무가 대나무과 얽혀 자란다. 대나무 사이을 뚫고 자라는 소나무 모습이 승천하기 위해 용트림하는 것 같다. 이 광경을 보면서 '적대적 공생'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하늘을 가리는 대나무가 얄미웠을 것이다. 대나무는 소나무의 생명력을 전투적으로 부추겼고, 소나무가 승천의 꿈을 꾸게 만들지 않았을까. 소나무와 대나무는 이제 둘도 없는 동반자가 된 듯싶다. 치열한 삶의 현장이 빚은 아름다운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