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에서 봄의 시작을 본다. 3월..... 대기에 봄 기운이 스며들 때, 그러나 아직 산 속은 겨울이다. 그늘진 곳에는 잔설이 남아 있고 새 생명의 싹은 보이지 않는다. 이 때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봄 소식을 전하는 첫 생명들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노루귀로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야생화이다. 나의 봄은 이 노루귀와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로 만나는 장소는 천마산과 소백산이다. 꽃의 크기라야 1-2cm 정도나 될까, 저렇게 여린 생명이 눈 속을 뚫고 올라오는 모습은 경이롭기만 하다. 꽃색은 흰색, 연보라색, 연분홍색 등이 있다. 색깔이 너무 곱다. 그리고 줄기에는 가는 솜털이 빽빽히 나 있는데 역광으로 보면 무척 아름답다. 이 가을의 끝에서 내년 봄을 그려보는 것이 행복하다. 사람만이 희망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