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山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모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너머는 평안도땅도 뵈인다는 이 山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白石의 이 시 한 구절 때문에 나는 어느 날 자작나무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 때까지 자작나무를 본 적도 없었지만 왠지 자작나무가 다정하게 다가온 것이다.
사진으로 본 새하얀 수피와 가을이면 노랗게 물드는 나뭇잎은 이름 그대로 그렇게 품위있고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자작나무의 남방 한계선 아래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 나무가 무척 귀한데 북쪽 지방에서는 땔감으로 사용한다니..... 불에 탈 때는 자작 자작하고 소리가 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자작나무 숲이 망망대해로 펼쳐져 있다는 북쪽 지방을 상상하면 가슴이 설레기도 했다.
자작나무는수피가 하얗고 종이처럼 얇게 벗겨지는 것이 특징이다.
가을이면 하얀 나무 줄기에 노란 나뭇잎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겨울이 되어 눈이 내린 흰 벌판에 하얀 자작나무가 도열해 있는 풍경은 또 얼마나 멋질 것인가.
드디어 나에게도 자작나무 숲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몇 년 전에 어머니를 모시고 백두산 여행을 갈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 나의 관심은 천지가 아니라 자작나무와 백두산 야생화였다. 연길에선가 부터 버스로 하루 내내 들어가던 길, 백두산 언저리에서 부터 시작되는 자작나무 숲을 길게도 달렸다.
비록 주마간산 격으로 훑어 본 것에 불과하지만 눈요기로나마 소원을 이룬 것이다. 사진도 몇 장 찍었는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찾지를 못하겠다.
나중에 다시 백두산에 갈 행운이 찾아 온다면 그 때는 낙엽지는 가을에갈 것이다. 그리고가을 자작나무 숲길을원없이 걸어보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자작나무를 만나기 힘들다.
잘은 모르지만 야생 상태에서 자라는 것이 거의 없는 듯 하다.
언젠가 서울 홍능 수목원에서 큰 나무를 보았는데 도심 가운데 있어서 그런지 자작나무의 맑은 기운이나 깔끔함을느낄 수는 없었다.
또 언젠가 봄에는 양재동 꽃 시장에서 자작나무 묘목을 파는 걸 보았다. 고작 길이가 십 여cm 정도 되는 아주 작은 것이었는데 진짜 자작나무 묘목인지도 의심이 되었고, 또 저게 언제나 자랄까 싶어 사지는 못했다.
자작나무는 내 마음 속 나무이다.
陶然明은 뜰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를 심어 놓고 五柳先生이라고 칭했다는데 나는 자작나무 한 그루라도 좋으니 옆에 두고 키워보고 싶다.
그러면 내 이름을 一樺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