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억새(2)

샌. 2003. 11. 10. 09:55

어느 해 가을, 억새를 보러 명성산에 갔다.
맑고 청명한 가을날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산에 오르는 동안 등산객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억새 사진을찍기 시작했을 때였다.
갑자기 천둥 소리가 나면서 포탄이 머리 위를 날아가서 터지기 시작했다.
탱크 수 십대가 포격을 하기 시작하고 비행기까지 날아와 폭탄을 터뜨렸다.
군인들이 기동 훈련하는 한 복판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온 산이 출입 통제되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혼자 산에 올랐던 것이다.
전투기 소리, 폭탄 터지는 소리, 온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에 혼비백산하여 도망쳐 내려왔다.
꼭 오발탄이라도 날아와 내 옆에서 터질 것 같았다.
전쟁이 나면 아마도 먼저 소리에 질려 버릴 것이다.

이 사진을 보면 황망히 도망치던 그때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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