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투표를 마치고 집에서 쉬고 있다.
나에게는 고마운 휴일이다. 숨 둘릴 사이도 없이 바쁜 나날 가운데에 이런 쉼표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기만 하다.
앨범을 들춰보니 제비꽃 사진이 몇 장 눈에 띈다.
제비꽃은봄에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꽃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냥 제비꽃으로 부르지만 그 종류는 무척 많다.
김태정 님이 지은 <한국의 자원식물>이라는 도감에 보면 우리 나라에서 자라는 제비꽃 종류가 무려 37종이나 나온다.
삼색제비꽃, 남산제비꽃, 단풍잎제비꽃, 화엄제비꽃, 태백제비꽃, 둥근털제비꽃, 잔털제비꽃, 서울제비꽃, 아욱제비꽃, 고깔제비꽃, 흰제비꽃, 제비꽃, 호제비꽃, 광릉제비꽃, 갑산제비꽃, 털제비꽃, 이시도야제비꽃, 금강제비꽃, 왜제비꽃, 흰젖제비꽃, 얇은제비꽃, 흰털제비꽃, 각시제비꽃, 알록제비꽃, 뫼제비꽃, 민둥뫼제비꽃, 왕제비꽃, 자주잎제비꽃, 섬제비꽃, 졸방제비꽃, 큰졸방제비꽃, 긴잎제비꽃, 낚시제비꽃, 노랑제비꽃, 콩제비꽃, 장백제비꽃, 미국제비꽃
제비꽃은 영어 이름이 violet으로 보통 보라색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흰 색의 제비꽃도 자주 볼 수 있다.
예전엔 이 꽃이 필 무렵이면 먹을 것을 약탈하려고 오랑캐들이 자주 쳐들어왔다고 해서 오랑캐꽃으로 불렸다고도 한다. 꽃 이름에도 서글픈 우리 역사가 서려 있다.
도감을 들고 다니며 제비꽃 종류를 구별해 보려고 했는데 이때껏 고작 너댓 종류밖에 찾지 못했다.
내 사는 동안 앞으로 몇 종류나 더 볼 수 있을런지......
늙어서도 작은 꽃 앞에서 가슴이 콩당 콩당 뛸 수 있는 그런 살아있는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