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현호색

샌. 2004. 4. 26. 14:09
비 내리는 월요일이다.
사람의 마음도 날씨따라 가라앉고 우울해진다.
이런 날은 기분 전환을 위해 깔깔 웃는 꽃인 현호색을 불러내 본다.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다.
8년전 어느 날 봄, 꽃을 좋아하는 분의 권유로 축령산으로 난생 처음 야생화를 보러 따라 나섰다.
그 날 맨 처음 만난 몇 가지 꽃들 중에 현호색이 있었다.
너무 작아서 대부분 무심코 지나치고 말보라색의 귀여운 모습이었다.
우리는 대개 앞만 바라보고 걷지만, 발 밑에도 이렇게 예쁜 보물이 있다는 걸 처음 깨우쳐준 꽃이었다.

그 뒤로 현호색에도 여러 가지 색깔이 있다는 걸 알았고, 많은 군락지들을 보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봄이면 주위에 엄청나게 많이 피어났다.
이렇게 많은 꽃을 그동안 전혀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 의아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많은 사람들 또한 다른 꽃들에 비해서 이 꽃은 잘 모르고 있었다.

현호색은 생긴 모양이 앙징스럽고 특이하다.
사람마다 연상되는 이미지가 다르겠지만, 나는 입을 방긋 벌리고 큰 소리로 노래하는 어린이 합창단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서 현호색이 무리지어 피어있는 곳에 가면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아니면 깔깔거리며 웃는 명랑한 웃음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그래서 오늘같이 비 와서 우울한 날에는 현호색 꽃밭을 마음 속에 그려본다.
햇볕 따스했던 그 어느 봄 날에, 현호색 꽃밭에 앉아 사랑하는 이와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행복했던 기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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