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825

화야산의 봄꽃

봄꽃을 보러 화야산 큰골을 찾아갔다. 화야산은 처음 가보는 산이다. 부근을 지나다니기는 했지만 산에 들어가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첫길이어선지 큰골입구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꽃을 보러 갈 때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그러나 요사이는 꽃이 피는 장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어서 나같이 개인적으로 다니는 사람들은 애로가 많다. 화야산에서 찍은 사진이 많이 올라오면 산 지도를 보고 그냥 계곡을 찾아가 보는 수밖에 없다. 희귀한 꽃이라면 보호 차원에서 비공개하는 것에 이의를 달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대체적인 장소를 밝혀줬으면 어떨까 싶다. 이번에는 큰골을 선택했는데 다행히도 많은 봄꽃을 볼 수 있었다. 제비꽃, 현호색, 얼레지, 처녀치마, ..

꽃들의향기 2006.04.06

주읍리 산수유마을

터에서 돌아오는 길에 개군면에 있는 산수유마을에 들리다. 양평군 개군면에서는 이번 주말에 산수유축제가 열리는데 내가 찾은 곳은 주읍리였다. 좁은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니 산수유꽃으로 둘러싸인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 전체가 노란 산수유꽃으로 덮여 있었다. 생각보다 꽃도 예쁘고 나무도 연륜이 오래 되었으며 규모도 컸다. 작은 디카를 들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았는데 마을 뒤편에 우뚝 솟아있는 산이 인상적이었다. 마당에 나와계신 할아버지에게 산 이름을 물었더니 해발 515m의 주읍산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나무 하러 저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셨다는 얘기도 해 주신다. 아직 축제 전 평일인데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는데 특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띄었다. 흘깃 눈길을 돌려보니 수채화로 그린 산수유마을 풍경이..

꽃들의향기 2006.04.05

돌단풍

풀을 보면 그들도 좋아하는 환경이 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햇빛을 좋아하는 놈, 응달을 좋아하는 놈, 습기 많은 땅을 좋아하는 놈, 건조한 곳을 좋아하는 놈 등 풀마다 각양각색이다. 인간의 눈에는 척박한 땅으로 보이건만 굳이 그런 땅을 자신의 터로 잡고 살아가는 풀도 있다. 환경이 좋아보이는 곳으로 옮겨주면 도리어 적응을 하지 못하고 시들어버린다.흔히 사람들이 산에 있는 꽃을 캐 와서 화단에 심는데 어쩌면 그건 인간의 소유욕일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자신의 자리에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돌단풍은 말 그대로 돌이나 바위 틈에서 자란다. 아마 그곳이 돌단풍에게는 가장 따스하고 편안한 보금자리일 것이다. 이른 봄에 돌단풍이 꽃몽우리를 달고 꽃대를 내미는 모습은 앙징스러우면서도 힘차다. 그리고는 곧 화..

꽃들의향기 2006.04.01

동강할미꽃

동강할미꽃은 동강 상류의 석회암 절벽 바위 틈에서 자라는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3월 중순에서 4월 초순 사이에 꽃이 피는데 개체수도 적고 절벽이라는 특이한 환경에서 자라는 탓에 가까이서 보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다른 할미꽃과달리 꽃이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서있는 것이 특징이다. 꽃 색깔은자주색을 많이 볼 수 있지만 흰색 등 여러가지가 있다. 아마 석회암 토양의 성질 차이에 따라 그런 차이가 생기는 것으로추측한다. 동강할미꽃은 십년 전쯤 한 사진가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주민들 얘기로는 그때는 강을 따라 동강할미꽃이 멀리서 보아도 붉게 보일 정도로 많이 피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강옆으로 도로를 만들고 포장을 하면서 자연이 훼손되고 동강할미꽃도 많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밖에 알려..

꽃들의향기 2006.03.29

참꽃마리

봄은 꽃마리와 함께 찾아온다. 3월 초순이면 꽃을 피기 시작하는데 우리 주변 어디서든지 흔히 볼 수 있다.다만 꽃의 크기가 워낙 작아 서 있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을 수가 있다. 허리를 굽히며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에게만 그 고운 모습을 보여 준다. 노란 루즈를 곱게 바른 듯한 하늘색 얼굴은 환하게 웃는 소녀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수많은 꽃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끌며 애착이 가는 꽃이 있는 법, 나에게는 꽃마리가 그런 꽃들 중의 하나이다. 어떤 종류는 꽃 크기가 좁쌀만하게 작다. 그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 보노라면 생명의 아름다움과 신비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은 꽃 안에 전 우주가 들어있는 것 같다. 꽃마리라는 이름은 꽃이 피는 꽃대가 돌돌 말려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도르르 말려있는 ..

꽃들의향기 2006.03.24

천마산에서 너도바람꽃을 보다

너도바람꽃을 만나러 아내와 같이 천마산을 찾다. 이맘 때쯤이면 천마산을 찾아가는 것이 이젠 연례행사로 되었다. 너도바람꽃은 천마산에서 가장 일찍 피는 꽃이다. 대략 3월 초순에서 시작해 하순경까지도 볼 수 있는데, 벌써 몇 해째 가고 있지만 만개하기 전 꽃이가장 아름답게 보일 때는 아직 맞추질 못했다. 너무 이르든가 아니면 너무 늦었는데, 이번에도 때가 늦어 꽃잎은 이미 시들고 퇴색되어 가고 있었다. 다시 내년을 기약해 보지만 솔직히 너도바람꽃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한량없이 기쁜 일이다. 일년에 한 번씩 이렇게 같은 장소에서 매번 귀하고 예쁜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작년에도 느낀 일이지만 천마산 입구인 호평동은몇 년사이에 너무나 많이 변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어수선하기 이를 데..

꽃들의향기 2006.03.19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은 1993년에 전북대학교 선병륜 교수님이 변산반도에서 발견해 한국 특산종으로 발표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변산반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제주도로부터 설악산까지 우리나라 전국에서 볼 수 있다. 다만 자라는 지역이 한정되어 있고 개체수도 적어서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보존 가치가 높은 꽃이다. 겨울이 지나고 봄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면 인터넷에는 남녘 제주도에서부터 변산바람꽃을 봤다는 소식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 꽃은 봄이 오며 가장 먼저 피는 꽃일 것이다. 사람들은 아리따운 변산 처녀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사뭇 사진으로만 접하다가 나도 올해는 직접 변산처녀와 해후를 했다. 수리산에도 변산바람꽃이 핀다는 정보를 접하고 무작정 찿았던 수리산에서 정말 우연히 등산로에서 만난 것이다. 그것도 예정했던 코스에서..

꽃들의향기 2006.03.17

수리산에서 변산바람꽃을 보다

변산바람꽃을 보기 위해Y 형과 같이 수리산을 찾았다. 사진으로만 접한 변산바람꽃이 너무나 예뻐서 지난 달에는 변산까지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했는데 다행히 서울에서 가까운 수리산에도 변산바람꽃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찾아간 것이다. 어제 과음을 한 탓에 몸 상태가 아주 좋지 않아서 높이가 500m에도 못 미치는 수리산을 오르는데 무척 힘이 들었다. 올들어 처음 황사가 나타났고, 안개까지 자욱하게 끼여 시정 또한 좋지 않았다. 슬기봉에 오른 뒤 동막골을 향해 내려가는 계곡길에서 정말 바람같이 나타난 변산바람꽃 군락지를 만날 수 있었다. 4시간여 산길을 걷는 동안 꽃이라고는 유일하게 만난 것이다. 어디서 피는지도 전혀 알지 못하고 찾은 산이었기에 더욱 기뻤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둘이서 악수를 나누며 환호 하였다...

꽃들의향기 2006.03.11

올해 첫 봄꽃을 보다

고창에 내려간 길에 내변산으로 변산바람꽃을 보러 갔다. 내소사 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그녀를 찾았지만 장소를 잘못 잡았는지, 아니면 때를 잘못 맞추었는지 그녀의 흔적도 만나지 못했다. 대신에 복수초와 노루귀만 풍성하게 만나고 왔다. 세봉 아래 산 중턱에는 복수초와 노루귀의 군락지라고 할 만큼 많은 수의 꽃이 피어 있었다. 노루귀는 평소에 서울 근교에서 보던 것과는 크기도 작고 아기자기했다. 아직 이른 철이었는지 꽃잎이 만개하지 못하고 대부분이 반쯤 열려 있었다. 산을 내려와서 곰소항에 들렀다. 전에 '포구기행'이라는 책에서 곰소항에 대해 읽었던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과거에는 번성했지만 지금은 쇠락한 한 쓸쓸한 포구를 연상하고 찾아갔지만 바닷가를 따라 밀집한 상가들과 횟집들에서 그런 분위기를 ..

꽃들의향기 2006.02.25

찔레꽃

찔레꽃을 보면 왜 그런지 그리움과 슬픔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나에게 찔레꽃에 관계된기억이라면어릴 때에 찔레꽃 새순을 꺾어서 껍질을 벗기면 나오는 하얀 속살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좋아했던 것 정도다. 맛을 탐했던 것은 꼭 배가 고파서였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런데 찔레꽃 하면 그 화사한 꽃 색깔과는 달리 그리움과 슬픔의 꽃으로 다가온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처음에는 이 노랫말이 잘못된 줄 알았지만 남쪽 지방에는 붉은색의 찔레꽃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보지를 못했다. 사람에 따라서 앞의 꽃이름을 무엇으로 하든 나름대로의 노래가 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찔레꽃이 주는 뭔가 애상적인 느낌을 대신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

꽃들의향기 2006.02.02

양지꽃

야생화를 좋아하게 된 초창기에는 베낭에는 항상 도감과 카메라가 들어 있었다. 처음 만난 꽃에 환호하고, 그리고 도감으로 이름을 확인하며 다시 기뻐하고, 또 나름대로 사진을 찍어보며 즐거워했다. 그때 도감을 보며 이름을 찾고 알게 된 제 1호 꽃이 바로 이 양지꽃이다. 이미 10년이 지났지만 첫 경험이어선지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다. 아마 4월 초쯤 되었을 것이다. 봄꽃을 구경하러 가자며 가족과 함께 남한산성에 올랐었다. 성벽 옆에 피어있던 환한 이 노란색 꽃을 발견하고 모두들 환호성을 올렸다. 관심이 없을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꽃이었다. 양지꽃이라는 이름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양지(陽地)꽃, 이름만 들어도 참 따스한 꽃이다. 말 그대로 따뜻한 양지 바른 곳에서 피어나는 우리나라의 대표..

꽃들의향기 2006.01.26

술패랭이꽃

패랭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종류는 많다. 흰패랭이, 수염패랭이, 갯패랭이, 난쟁이패랭이, 좀패랭이, 구름패랭이, 각시패랭이, 술패랭이.... 패랭이꽃과 함께 우리 산야에서 자주 만나는 꽃이 바로 이 술패랭이꽃이다. 술패랭이꽃은 패랭이보다 키도 크고, 꽃도 크다. 가장 큰 특징은 꽃잎 끝이 갈라져 있는 모양에 있다. 그래선지 활달하고 자유분방한 느낌이 든다.술패랭이라는 이름도 이런 모양에서 연유하여붙여졌을 것이다.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꽃을 쳐다본다 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 한편으론 잊혀지지 않는게 두..

꽃들의향기 2006.01.20

짚신나물

짚신나물은 여름이면 길가에서자주 볼 수 있는 풀이다. 길게 뻗어올라 피는 노란 꽃은 귀엽고 소담하다. 이름이 짚신나물인 것은 짚신처럼 흔해서일까, 아니면 길가에서 주로 피어나 짚신에 잘 밟히기 때문일까,그도 아니면 갈고리 달린 씨앗이 짚신에 잘 달라붙기 때문일까 궁금해진다. 내 생각으로는 이 모든 의미가 다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선조들이 이 이름을 붙인 것은 그만큼 친근하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대장금에 보면 이런 대화가 나온다. '궂은 날씨 속에서 음울하게 젖어 있던 나무들이 허물을 벗은 듯 파래졌다. 모처럼 햇빛을 본 꽃들이 진한 향기를 피워대는 통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층층이 핀 짚신나물 노란 꽃이 걸음마다 밟힐 정도로 주면에 흔했다. "흔하디 흔한 것이 짚신나물인데, 용아초(龍..

꽃들의향기 2005.12.22

여뀌

고향 마을의 뒷 산 너머에 있는 과수원에는 봄이면 여뀌로 보이는 풀이 발갛게 피어났다. 멀리서 보면 붉은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보였다.옆을 지나갈 때 그냥 무관심하게 지나칠 때가 많았겠지만 어떤 때는 아름답다고 느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마을 분들은 이 풀을 '여꾸'라고 불렀던 것 같다. 여뀌는 물을 좋아한다. 그래서 도랑이나 물가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밭이나메말라 보이는 산기슭에서도 잘 자란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잡초에 속하는 대표적인 풀이다. 그러나 잡초라는 명칭은 너무나 인간중심적인 냄새가 나서 싫다. 오직 인간적 유용성의 관점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여뀌는종류가 20여가지가 된다는데 사진으로 찍은 이 여뀌는 실제 이름이 무슨 여뀌인지 잘 구분하지 못하겠다. 도감을 찾아보니 ..

꽃들의향기 2005.12.17

초롱꽃

도감을 들고서 산과 들로 꽃을 찾아 다니던 때, 한강변 분원마을 부근 야산에서 초롱꽃을 처음 보았다. 그러나 첫 인상은 사진에서 본 것과는 달리 예쁘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꽃의 크기가 생각보다 컸고, 모양이나 색깔 또한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화단이나 정원같은 데서 이 초롱꽃을 가끔씩 만나지만 첫 인상이 결코 바꿔지지는 않는다. 초롱은 옛날에 밤길을 갈 때나 밖을 비출 때 등불을 넣어두던 것이다. 생김새에서 필히 이 꽃이름이 유래되었겠지만 그러나 초롱같이 생겼다기보다는 내 눈에는 종을 연상시킨다. 마치 딸랑딸랑하는 소리가 날 것도 같다. 실제 이 꽃에 얽힌 전설도 종과 연관되어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초롱꽃에는 자주초롱꽃, 섬초롱꽃, 금강초롱꽃 등이 있다는데앞으로 내가 꼭 만나고 싶은..

꽃들의향기 2005.12.10

패랭이꽃

남한의 국화는 무궁화이고, 북한의 국화는 함박꽃이다. 둘 다 나무꽃인데 만약 풀꽃 중에서 우리나라 국화로 적당한 것을 고르라면 개인적으로는 이 패랭이꽃을 추천하고 싶다. 우선 패랭이꽃은 제주도로부터 백두산까지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근한 꽃이다. 산이나 들, 길가 등 어떤 곳에서도 잘 자란다. 메마르고 척박한 땅도 가리지 않을 정도로 생명력도 강하다. 키가 작아 사람들 발길에 짓밟혀도 바로 줄기를 곧세운다. 작지만 강인한 꽃이다. 패랭이꽃은 수줍은듯 볼을 붉히고 있는 청순한 소녀를 연상시킨다. 꽃잎은 다섯장이고 끝은 톱니마냥 갈라져 있다. 그러나 작고 가녀린 모습 뒤에는 어떤 역경도 헤쳐나갈 것 같은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패랭이는 옛날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 쓰던 모자였다. 양..

꽃들의향기 2005.12.05

서양등골나물

초겨울에 접어든 이맘때에는 들이나 산에서 볼 수 있는 꽃은 거의 없다. 그런데 얼마 전 남산에 갔을 때 산책로를 따라 무리지어 피어있는서양등골나물을 보았다. 대부분의 풀들은 시들고 나무들도 잎을 떨어뜨려 겨울 준비를 하는 이 때, 홀로 환하게 하얀 꽃을 피우고 있는 이 풀의 강인한 생명력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서양등골나물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외래종이다.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도 이 풀은 우리 고유의 생태계를 파괴할 정도로 번식력이 좋아 환경부에서는 위해 식물로 분류를 해놓고 있다. 식물계의 황소개구리인 셈이다. 전에 자주 다녔던 대모산에서도 이 풀을많이 보았다. 어떤 곳에서는 계곡 전체가 서양등골나물에 점령되어 있었다. 그러나 흰색의 작은 송이들이 모여 피는 꽃은 밝고도 환하다...

꽃들의향기 2005.11.29

익모초

익모초는 높이 1m 정도로 자라는 두해살이풀로 여름이면 작은 붉은색 꽃이 층층으로 핀다. 그런데 꽃 보다는 두 갈래로 길게 갈라진 잎에 더 눈길이 간다. 활짝 양 팔을 뻗은 자태가 멋지다. 익모초(益母草)는 이름 그대로 부인들에게 유용한 약초로 알려져 있다. 한방보다는 민간요법으로 부인병을 다스리는데 이용된다고 한다. 풀 전체를 찧어서 즙을 낸 후 불에 달여서 엿처럼 만들어 먹거나, 환(丸)을 만들어 먹는다. 특히 유둣날(음력 6월 6일)에 익모초를 먹으면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속설도 있다. 또 더위에 입맛이 떨어졌을 때 쓴 익모초 생즙을 마시면 효과가 있다는 말도 있다. 익모초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중국에 있는 대고산 아래에 수랑이라는 마음씨 착한 소녀가 살고 있었다. 수랑은 나이가 ..

꽃들의향기 2005.11.18

요강나물

수도 없이 자주 만나게 되는 꽃도 있지만, 어떤 꽃은 한 번 본 뒤로 다시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꽃이 귀하거나 아니면 내가 부지런하지 못한 때문이겠지만 이 요강나물이 그러하다. 약 10년 전 광덕산에서 처음 보았는데 그 뒤로는 전혀 만나지 못했다. 그때 찍은 이 사진이 남아있지 않다면 꽃을 본 기억조차 사라졌을지 모른다. 요강나물은 색깔이 특이하다. 검은 색의 꽃은 이놈이 유일할 것 같다. 물론 완전한 검은색은 아니고 진한 갈색에 가깝지만 그래도 거의 검게 보인다. 다들 화려한 몸짓으로 자신을 드러내려 하는데 요강나물은 왜 이런 어두운 색깔을 택했는지 궁금해진다. 이름 또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먹는 나물에 하필 요강이라는말을 갖다 붙이다니. 그런데 이 요강나물은 유독성 식물로 식용으로 하기에..

꽃들의향기 2005.10.29

고마리(2)

가을이 되면 고향의 개울가와 들에는 고마리가 지천으로 피어났다. 고마리는 물을 좋아하는지 특히 물가에서 많이 자랐다. 동네에서 나오는 물이 흐르는 도랑은 이 고마리로 뒤덮였다. 얼마나 번식력이 좋았으면 '이젠 고만 자라거라'는 의미에서 고마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 풀을 잡초 취급하면서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흔하디 흔한 고마리가 가을이 되면 작은 꽃을 피운다. 한 송이에 많은 꽃송이가 다닥 다닥 달려있다. 꽃 색깔은 흰 색도 있고, 연한 분홍색도 있다. 군락으로 자라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작은 점들로 뒤덮인 꽃밭을 이룬다. 흰색 고마리 군락을 멀리서 보면 마치 메밀밭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고마리의 아름다움은 가까이 다가가서 봐야 한다. 꽃은 마치 보석을 깎아놓은 듯 맑고도 깔..

꽃들의향기 2005.10.25

남한산성의 가을꽃

명성산으로 억새 산행을 가는 동료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혼자 남한산성 길을 걷다. 가을산은 한 달쯤 계절이 빨리 오는 것 같다. 산길에는 벌써 낙엽이 땅을 덮고 있다. 지나가는 바람에 마른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금속이 닿은 것처럼 서늘하다. 산 위에서 고추를 안주로 막걸리 한 잔을 사 마신다. 가을 산길은 역시 혼자 걸어야 제 맛이 난다. 전에 남한산성 밑에서 살 때는 거의 매주 한 번씩 이 산을 찾았다. 크지 않은 산이지만 산의 구석 구석 모든 길이 발길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오랜 만에 찾으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나서 더욱 쓸쓸해진다. 여기는 현호색 군락이었고, 저기는 양지꽃이 예쁘게 피어있었었지. 또 산에 오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강제로 데리고오면 처음에는 투덜대다가 나중에는 얼굴이 밝아지곤 했었다. ..

꽃들의향기 2005.10.14

코스모스(2)

오늘 같은 날은 가을 햇살 화사한 코스모스 꽃길을 걷고 싶다. 눈을 감으면 내 초등학교 시절 마을 앞 신작로에 활짝 핀 그 꽃길이 보인다. 거기에는 우리들 키보다 더 컸던 코스모스가 가을 바람에 하늘거리며 눈 시리게 피어 있었다. 그 꽃들 사이에서 내보고 싶은 사람이 눈웃음 지으며 나올 것만 같다. 꽃길은 멀리 있는 읍까지 끝없이 이어지고, 꽃 사이로 숨었다 나왔다 장난치며 걷다 보면 벌써 집이 보였다. 학교에 오가는 길은 그렇게 꽃길이었다. 코스모스는 한참 동안 내가 가장 좋아했던 꽃이었다. 코스모스(cosmos)에 '질서 있는 우주'라는 뜻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안 뒤에는 이 꽃이 더욱 신비하게 느껴졌다. 조형미로 따진다면 더 완벽한 꽃들도 많은데 말이다. 하나의 꽃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잠재의..

꽃들의향기 2005.09.21

해바라기

집 앞에 해바라기가 피었다. 해바라기는 북미 원산의 한해살이풀인데 집과 들에 피어서 우리나라 초가을 정취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 빨간 고추를 말리는 마당 둘레의 돌담을 따라 피어있는 노란색 해바라기나,곡식이 익어가는 밭둑을 따라 피어있는 해바라기는 전형적인 한국의 가을 풍경이다. 해바라기는 해를 바라보고 핀다 하여 향일화(向日花)라고 했다. 어릴 때는 해바라기가 해를 따라 움직인다고 해서 그대로 믿었으나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살핀다면 그렇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꽃이 서쪽이나 북쪽을 향하고 있기도 하고, 해를 바라보기는 커녕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해바라기 / 해님 따라 / 동동 / 하늘 한 바퀴 / 파아란 / 강물 위에 / 물수레 되어 / 빙빙 /온종일 / 돌고만 있다' 아무리 동요의..

꽃들의향기 2005.09.15

무릇

이른 아침 오솔길에 무릇이 곱게 피어났다. 먼 산은 안개에 잠겨있는데 아침 이슬에 함초롬히 젖어있는 무릇은 마치 수줍게 웃고 있는 소녀 같다. 키가 늘씬한 청순한 소녀의 웃음은 맑고 깨끗하다. 무릇은 긴 꽃대를 따라 분홍색 작은 꽃들이 달리는 여러해살이 풀로, 늦여름이면 우리 산하 어디서든지 쉽게 만날 수 있다. 녹색의 풀들과 어울린 색깔이 무척 곱다. 봄에 나오는 무릇 잎은 나물로도 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 이름이 무릇일까? 세상살이가 고달플지라도 무릇 사람이란 희망을 잃지 말라고, 고운 꽃 한 송이씩 꼭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으라는 뜻이 그 이름 속에는 담겨있는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05.08.30

접시꽃

벌써 20년이 되었다. 암으로 아내를 떠나보낸 한 시인이 '접시꽃 당신'이라는 절절한 사부곡(思婦曲)을 내놓아 사람들을 감동시켰었다. 그때에 시집을 읽으며 눈물을 짓기도 했다. 그런데 아내와 사별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시인은 재혼을 했다. 지금은 그때의 뭔지 모르게 씁쓸하고 허전했던 기억도 남아있다. 또 최근에 경험한 일이다. 터의 이웃에서 정답게 살아가던 부부가 있었는데, 몇 달 전에 아내가 갑작스런 뇌출혈로 세상을 떴다. 40년 가까이 동고동락해 온 부부여서 남은 남편의 충격과 슬픔도 컸다. 그런데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새 여자가 생겼다는 소문이 마을에 돌고 있다. 같이 경운기를 타고 다닌다는 둥, 새 여자가 마음에 드냐고 물으면 예쁘다며 웃는다는 둥 마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

꽃들의향기 2005.08.25

연꽃

고창에서 해리로 가다 보면 길옆에 작은 연못이 있다. 지금 이곳은 연꽃이 만개하고 있어서 무심코 지나가는 나그네가 ‘아-’하고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올 정도로 아름답다. 안쪽에는 정자도 있고, 더 들어가면 산 아래에는 농촌 마을이 있는데 이 연꽃 연못으로 인하여 마을은 다른 곳과 달리 뭔가 예술적인 분위기가 난다. 저 마을에는 연꽃의 운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불교의 아름다운 설화인 염화시중(拈花示衆)의 이야기에 나오는 꽃은 아마 연꽃이었을 것이다. 부처님이 말없이 연꽃 한 송이를 들자, 가섭만이 그 뜻을 알고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또한 처염상정(處染常淨), 연꽃은 더러운 진흙탕 속에서 자라면서도 그 꽃만은 맑고 깨끗해서 번뇌에 물들지 않는 청정한 정신을 나타낸다. 그러나..

꽃들의향기 2005.08.05

노랑어리연꽃

노랑어리연꽃은 연꽃 중에서도 귀엽고 화사한 편에 속한다. 보통 연꽃이라고 하면 잎도 꽃도 큼지막하고, 색깔도 흰색이나 붉은색이 많은데 노랑어리연꽃은 작고 샛노란 색이 특이하다. 귀엽게 보이지만 어떤 때는 요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노랑어리연꽃이 연못에 무리를 지어 피어 있으면 사방이 다 환해지는 것 같다. 같은 모양이지만 흰색 꽃은 어리연꽃이라 부르고, 노란색은 노랑어리연꽃이라 부른다. 최근에 본 노랑어리연꽃으로는 봉선사(奉先寺)에 피어있는 것이 최고였다. 이번 주말에 연꽃 축제가 열린다는데 미리 가 본 봉선사 앞 연못에는 백련, 수련, 노랑어리연꽃이 잘 어울려 피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백미가 노랑어리연꽃이었다. 수련, 주변 수초들과 어울려 피어있는 광경은 참 아름다웠다. 그 감동을 사진으로 옮길..

꽃들의향기 2005.07.20

솔나리

나리는 여름 꽃이다. 나리는 종류가 많은데 다들 예쁜 이름들을 갖고 있다. 참나리, 노랑참나리, 솔나리, 흰솔나리, 검솔나리, 하늘나리, 날개하늘나리, 땅나리, 노랑땅나리, 중나리, 털중나리, 말나리, 섬말나리, 하늘말나리..... 죽기 전에 이 나리들을 다 만나볼 수 있다면 무척 행복하겠다. 나에게도 아직 가능성이 있으니까 기대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최근에 솔나리를 두 번이나 만났다. 강화도 전등사와 가평에 있는 '꽃무지 풀무지'라는 수목원에서였다. 솔나리는 나리 중에서도 아름답기가 으뜸이다. 옅은 분홍빛의 작은 꽃은 가여리고 청초한 분위기를 풍긴다. 또 순수하고 귀엽다. 잎이 솔잎처럼 가늘다고 해서 솔나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희귀식물로 지정된 종이어서인지 야생 상태로는 거의 보기가 힘들다...

꽃들의향기 2005.07.12

불두화

불두화(佛頭花)는 이름 그대로 '부처 머리를 닮은 꽃'이다. 흰 꽃이 둥글게 모여있는 모습을 조금 떨어져서 보면 곱습곱슬한 부처님 머리처럼 보이기도 해서 누군가가 이름을 재미있게 붙였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데 불두화는 무성화라고 한다. 식물들이 꽃을 피우는 것은 자손을 퍼뜨리기 위함이다. 그래서 꽃에는 암술과 수술이 있고, 곤충을 유혹하든 아니면바람이나 다른 자연의 힘을 빌리든 수분을 하고 씨를 맺는다. 꽃의 아름다운 색깔, 향기는 그들 생존의 한 방편인 것이다. 불두화는 꽃은 있지만 이런 생식기능이 없다. 그래서 분주나 삽목으로 번식을 한다. 아마도 사찰에 불두화를 많이 심은 것은 그 명칭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속세의 연을 끊고 수도의 길을 걸어가려는 마음과 이런 꽃의 성질과 닮아서이지 않을까 싶..

꽃들의향기 2005.06.28

작약

작약은 늘 모란과 비교되면서 얘기 된다. 그것은 작약과 모란은 겉으로 보기에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작약은 풀이고, 모란은 나무이기 때문에 사실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옛 사람들은 둘 중에서 모란을 더 아꼈던 것 같다. 모란은 화중왕(花中王)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작약에 대해서는 별로 그런 언급이 없다. 작약(芍藥)이라는 이름 그대로 꽃 보다는 약 쪽에서 더 귀히 여기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작약이 모란보다 훨씬 더 예쁘고 정감이 간다. 모란이 남성적이라면 작약은 여성적이다. 지난 번 강원도에 갔을 때, 아직도어느 집 뜰에피어 있는 작약을 만났다. 모란이 지고난 후 작약이 피는데, 그 작약도 이미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다. 강원도는 역시 기온이 낮은지 우연히 올해의 마지막 작약..

꽃들의향기 2005.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