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찔레꽃

샌. 2006. 2. 2. 12:31



찔레꽃을 보면 왜 그런지 그리움과 슬픔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나에게 찔레꽃에 관계된기억이라면어릴 때에 찔레꽃 새순을 꺾어서 껍질을 벗기면 나오는 하얀 속살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좋아했던 것 정도다. 맛을 탐했던 것은 꼭 배가 고파서였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런데 찔레꽃 하면 그 화사한 꽃 색깔과는 달리 그리움과 슬픔의 꽃으로 다가온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처음에는 이 노랫말이 잘못된 줄 알았지만 남쪽 지방에는 붉은색의 찔레꽃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보지를 못했다. 사람에 따라서 앞의 꽃이름을 무엇으로 하든 나름대로의 노래가 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찔레꽃이 주는 뭔가 애상적인 느낌을 대신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 고픈 날 하나씩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찔레꽃잎을 따먹으며 고픈 배를 채우고 일 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슬픈 노래처럼, 찔레꽃은 늘 가난과 이별 같은 아픈 과거를 연상시킨다. '고려 시대 때 몽고로 끌려간 처녀 찔레는 고향을 그리는 마음으로 늘 눈물에 젖어 살았다. 마음씨 좋은 주인은가족을 만나보고 오도록 찔레를 고향에 보내줬다. 그러나 고향집에서 그리운 가족을 만나지 못한 찔레는 몽고에 돌라가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고향집 근처에서 죽고 말았다. 그 후 찔레가 가족을 찾아 헤매던 골짜기나 개울가마다 흰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찔레꽃의 이미지는 아마도 이런 전설과 관계가 있는지 모른다. 찔레꽃은 봄이 되면 햇볕이 잘 드는 냇가나 골짜기에서 하얀색 꽃을 피우고, 가을이면 붉은 열매가 달린다. 찔레꽃은 어쩌면 가장 한국적인 꽃이면서, 우리의 어려웠던 옛날을 회상시켜주는 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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