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를 좋아하게 된 초창기에는 베낭에는 항상 도감과 카메라가 들어 있었다. 처음 만난 꽃에 환호하고, 그리고 도감으로 이름을 확인하며 다시 기뻐하고, 또 나름대로 사진을 찍어보며 즐거워했다.
그때 도감을 보며 이름을 찾고 알게 된 제 1호 꽃이 바로 이 양지꽃이다. 이미 10년이 지났지만 첫 경험이어선지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다. 아마 4월 초쯤 되었을 것이다. 봄꽃을 구경하러 가자며 가족과 함께 남한산성에 올랐었다. 성벽 옆에 피어있던 환한 이 노란색 꽃을 발견하고 모두들 환호성을 올렸다. 관심이 없을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꽃이었다. 양지꽃이라는 이름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양지(陽地)꽃, 이름만 들어도 참 따스한 꽃이다. 말 그대로 따뜻한 양지 바른 곳에서 피어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봄꽃이라고 할 수 있다. 봄기운을 전해주 듯 꽃은 곱고 화사하다. 특히 무더기로 모여 피어있으면 아주 아름답다. 꽃에 얽힌 예쁜 전설 하나쯤 가지고 있으련만 과문인지 몰라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어 또 양지꽃이구나 하고 요사이는 심드렁하게 지나치지만, 그럴 때마다 이 양지꽃을 처음 만났을 때의 떨렸던 마음을 되짚어보곤 한다. 비단 꽃만이 아닐 것이다. 대상이 사람이든 다른 그 무엇이든, 첫 마음을 지킬 수만 있다면 우리네 삶은 가슴 떨리는 감동들로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결코 지금처럼 지리해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