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고향의 개울가와 들에는 고마리가 지천으로 피어났다. 고마리는 물을 좋아하는지 특히 물가에서 많이 자랐다. 동네에서 나오는 물이 흐르는 도랑은 이 고마리로 뒤덮였다. 얼마나 번식력이 좋았으면 '이젠 고만 자라거라'는 의미에서 고마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 풀을 잡초 취급하면서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흔하디 흔한 고마리가 가을이 되면 작은 꽃을 피운다. 한 송이에 많은 꽃송이가 다닥 다닥 달려있다. 꽃 색깔은 흰 색도 있고, 연한 분홍색도 있다. 군락으로 자라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작은 점들로 뒤덮인 꽃밭을 이룬다. 흰색 고마리 군락을 멀리서 보면 마치 메밀밭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고마리의 아름다움은 가까이 다가가서 봐야 한다. 꽃은 마치 보석을 깎아놓은 듯 맑고도 깔끔하다. 특히 연분홍빛 농담의 변화는 너무나 아름답다. 이런 지저분한 땅에서 어떻게 이리 화사하고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는지 하늘의 조화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 추석에도 산소로 오르는 산길 주위에 고마리가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나무를 베고 새 길을 내느라 엉망이 되었는데고맙게도 고마리가 땅을 융단같이 덮어주고, 가을이 되니 환한 꽃으로 단장을 해 준 것이다.
쓸모 없고 하찮아 보이더라도 허리를 낮추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보석같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는 꽃, 그 꽃이 바로 고마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