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코스모스(2)

샌. 2005. 9. 21. 13:35


 

오늘 같은 날은 가을 햇살 화사한 코스모스 꽃길을 걷고 싶다. 눈을 감으면 내 초등학교 시절 마을 앞 신작로에 활짝 핀 그 꽃길이 보인다. 거기에는 우리들 키보다 더 컸던 코스모스가 가을 바람에 하늘거리며 눈 시리게 피어 있었다. 그 꽃들 사이에서 내보고 싶은 사람이 눈웃음 지으며 나올 것만 같다.

 

꽃길은 멀리 있는 읍까지 끝없이 이어지고, 꽃 사이로 숨었다 나왔다 장난치며 걷다 보면 벌써 집이 보였다. 학교에 오가는 길은 그렇게 꽃길이었다. 코스모스는 한참 동안 내가 가장 좋아했던 꽃이었다.

 

코스모스(cosmos)에 '질서 있는 우주'라는 뜻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안 뒤에는 이 꽃이 더욱 신비하게 느껴졌다. 조형미로 따진다면 더 완벽한 꽃들도 많은데 말이다. 하나의 꽃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잠재의식에 들어있는 세계가 꽃의 이미지를 빌려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코스모스, 그때의 나는 이 꽃을 보며 무엇을 그리워하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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