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산으로 억새 산행을 가는 동료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혼자 남한산성 길을 걷다.
가을산은 한 달쯤 계절이 빨리 오는 것 같다. 산길에는 벌써 낙엽이 땅을 덮고 있다. 지나가는 바람에 마른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금속이 닿은 것처럼 서늘하다. 산 위에서 고추를 안주로 막걸리 한 잔을 사 마신다. 가을 산길은 역시 혼자 걸어야 제 맛이 난다.
전에 남한산성 밑에서 살 때는 거의 매주 한 번씩 이 산을 찾았다. 크지 않은 산이지만 산의 구석 구석 모든 길이 발길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오랜 만에 찾으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나서 더욱 쓸쓸해진다. 여기는 현호색 군락이었고, 저기는 양지꽃이 예쁘게 피어있었었지. 또 산에 오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강제로 데리고오면 처음에는 투덜대다가 나중에는 얼굴이 밝아지곤 했었다.
산은 그때보다 나무가 훨씬 더 울창해졌다. 전망이 좋아 쉬었던 곳이 지금은 나무로 가려져 앞이 보이지 않는다. 두 시간 정도의 짧은 산길에서 몇 가지의 가을꽃을 만나다.
이미 생기는 바랬지만 그래도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아름답다. 이제 곧 꽃도 떨어지고 잎도 시들며 한 생을 마감할 것이다. 그리고 땅 속에서는 뒤를 이어갈 씨앗들이 내년 봄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참취>
<쑥부쟁이>
<쓴풀>
<이고들빼기>
<감국>
<여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