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825

좁쌀풀

노란 꽃들이 다닥다닥 달려있는 것이 멀리서 보면 꼭 좁쌀 무더기 같아서 좁쌀풀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그러나 꽃 자체는 그렇게 작은 편이 아니다. 좁쌀풀은 수수하다. 마치 시골 처녀를 보는 것 같다. 이 좁쌀풀이 들판에서 다른 풀들과 어울려 피어있는 모습은 소박해서 좋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다정한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좁쌀풀은 볕이 잘 드는 습지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늘 다른 풀들과함께 어울려 자란다. 그런 어울림과 수수함이 좁쌀풀의 매력이다. 아마 좁쌀풀 한 그루만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좁쌀풀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꽃이 그다지 많지 않은 여름의 초원에서 연노란 좁쌀풀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꽃들의향기 2007.07.25

돌양지꽃

관악산 정산 부근 바위 틈에서 이 돌양지꽃을 만났다. 양지꽃은 봄에 피는 꽃이지만, 돌양지꽃은 여름에 핀다. 그것도 높은 산 꼭대기의 바위에서꽃을 피운다. 등산을 하다가 암회색 바위 틈에서 노랗게 피어있는 이 꽃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흙이 있는 좋은 땅도 있건만 돌양지꽃은 이름 그대로 가장 척박한 곳을 찾아서 자란다. 굳이 그런 자리를 지키는 돌양지꽃이 인간의 눈에는 안타깝게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생각일 뿐, 돌양지꽃에게는 그곳이 가장 편안한 자리일 것이다. 올빼미에게는 밤이 낮이고, 지렁이에게는 흙 속이 갑갑하지 않은 법이다.

꽃들의향기 2007.07.19

노루오줌

노루오줌은 맑고 고운 연분홍 색깔로 시선을 끄는 꽃이다. 꼿꼿하게 솟아오른 꽃대에 촘촘히 달린 작은 꽃들은 금방 부서질듯 여리면서도 고와서 꼭 갓난아기의 맑은 얼굴을 보는 듯 하다. 노루오줌이라는 이름은 노루가 오줌 누는 곳에 핀다고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이 꽃이 습기를 좋아하므로 아마 노루가 물 마시러 왔다가 오줌을 누고하는 장소에 피어있었는가 보다. 그러므로 원조(?) 노루오줌은 깊은 산골 물가에 살았지 않았나 싶다. 어떤 사람은 꽃에서 노루오줌 냄새가 나서 그렇다고 하는데 여러 번 코를 가까이 대어보았지만 그런 냄새를 맡을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은 뿌리에서 그런 냄새가 난다는데 아직 캐어서까지 확인해 보지는 않았다. 봄꽃이 지고난 후 삭막해진 들판에서 만나게 되는 고운 노루오줌은 무척 반갑다. ..

꽃들의향기 2007.07.07

평강식물원에 다녀오다

사무실 동료 다섯 명이 평강식물원에 다녀왔다. 출발할 때는 장마비가 내렸는데 마침 식물원에 도착해서는 비가 그쳐서 원내를 돌아보는 데는지장이 없었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이 평강식물원(平康植物園)은 고층습지나 습원에 사는 식물들을 모아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18만 평에 이르는 넓은 면적에 12개의 테마별 정원이 꾸며져 있다. 관리에 정성이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는데 전체 분위기는 아담하고 정겹다. 그러나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자생화를 보기는 어렵고 처음 만나는 꽃이나 식물이 대부분이다. 색다른 식물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방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소중한 장소가 될 것이다. 일반인들이라면 안내원의 설명을 듣는 것이 좋겠다. 20명의 이상의 단체일 경우 해설사의 안내를 받을..

꽃들의향기 2007.07.05

끈끈이대나물

끈끈이대나물은 아마도 딱딱한 식물학자들이 붙인 이름인 것 같다. 줄기 윗부분에서 점액이 나와 파리나 곤충들이 잘 달라붙는다고 '끈끈이'이고, 줄기가 대나무처럼 곧게 선다고 '대나물'이라고 명명한 게 틀림없다. 이 식물의 외형적 특징은 잘 나타내었지만, 아쉽게도 꽃의 이미지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끈끈이대나물의 영어 이름은 'Catchfly'이고, 학명은 'Silene armeria L'인데 보통 씨레네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럽이 원산이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야생 상태로 퍼지고 있고, 화단에서도 기르는 걸 여름이면 가끔 볼 수 있다. 이 꽃은 군락으로 피어있을 때가 멋있다. 붉은 색의 꽃이 가지 끝에 빽빽이 달리는데, 꽃의 모양은 꽃잔디를 닮았다. 나는 이 꽃을 처음 보았을 때 바로 키 큰 ..

꽃들의향기 2007.06.27

할미밀망

할미밀망은 이름이 재미있다. 이 덩굴을 할미가 메는 망태로 쓴다는 뜻인데, 약한 덩굴이어서 아마도 할미가 쓰기에나 적당하다는 그런 뜻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꽃으로 사위질빵이 있는데 역시 의미는 비슷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할미밀망은 사위질빵에 비해 꽃이 크고, 꽃이 3개씩 달리는 게 특징이다. 할미밀망은 미나리아재비과의 덩굴식물로 6월 부근에 숲 가장자리에서 핀다. 이 때가 되면 흰색의 꽃들이 많은데 할미밀망도 녹색의 단조로운 숲을 밝게 장식해 주는 초여름꽃의 하나다. 이번에 만났을 때는 마치 만세를 부르듯 사방으로 활짝 팔을 벌린 수술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꽃들의향기 2007.06.19

꽃개회나무

지난 번 K 형과 같이 고대산에 올랐을 때 산 정상부에서 이 꽃개회나무를 발견하고 무척 기뻤다. 마침 꽃도 활짝 만개해서 그 아름다운 야생의 자태를맘껏 구경할 수 있었다. 비탈에서 자라고 있어 위험을 무릎쓰고 나무 가까이 가서 꽃향기도 맡아 보았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꽃개회인지 털개회인지 구분할 수 없었으나 뒤에 도감을 찾아보고 둘이서 꽃개회나무로 결론을 내렸다. 이 나무와 비슷한 것으로 털개회나무, 개회나무, 수수꽃다리가 있는데 이들을 합쳐 정향(丁香)나무로 부르기도 한다. 서양식 이름으로는 다들 라일락에 해당되는 나무들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미스킴라일락[Syringa patula Miss Kim]'에 관계된 아픈 사연이 있다. 해방 직후 미 군정에서 원예가로 일하던 미더 교수가 북한산을 오르다가 백..

꽃들의향기 2007.06.15

큰꽃으아리

산길을 걷다가 뒤에서 따라오던 K 형이 "와-"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얼른 뒤돌아가 보니 바로 이 큰꽃으아리를 발견한 것이었다. 내 입에서도 거의 같은 감탄사가 튀어 나왔다. 우리 둘 다 큰꽃으아리는 도감으로만 보다가 실물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큰꽃으아리는 으아리와 같은 덩굴식물이지만 꽃을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다. 더구나 이렇게 만개한 깨끗한 꽃을 만나기는 더욱 어렵다. 행운이 우리를 찾아준 것이다. 큰꽃으아리[Lilac Clematis]는 이름 그대로 꽃이 큼지막하고 시원시원하다. 그러면서도 헤푸지 않은 옥색의 청초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어떤 사람은 이 꽃을 숲속의 미인이라고 불렀는데 정말 그렇다. 나는 이 꽃을 보면서 보름달 같이 환하고 아름다운 미인이 연상되었다. 마침 이 꽃을 제목으로 하..

꽃들의향기 2007.06.13

으아리

으아리는 미나리아재비과의 덩굴식물이다.초여름 산길을 걸을 때 자주 만나는데 하얀 꽃이 깨끗하면서 수수해서 쉽게 친근감이 든다. 으아리 전체 모습은 뭔가 정리되지 않은 듯촌스럽게 느껴지지만 꽃과 함께 그것이 도리어 정겨움을 준다. 꽃잎은 가늘고 긴데 대개 4 - 5 장이다. 그러나 꽃잎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은 꽃받침이라고 한다. 꽃잎이 워낙 작으니 꽃받침이 꽃잎 역할을 하는 것이다. 허나 그런 분류는 생물학자들 몫이고, 우리는 그냥 꽃잎이라 불러도 괜찮다고 본다. 꽃을 보다보면 늘 꽃이름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유추하게 되는데 이 으아리는 도무지 단서를 잡을 수가 없다. 으아리와 비슷한 다른 덩굴식물들은 대개 직설적인 작명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으아리에 대해서는 꼭 추상화를 대하는 것 같다. 으아리가 무엇..

꽃들의향기 2007.06.12

산딸나무

산딸나무는 단아하고 품위가 있다. 지금 흰꽃이 피고 있는데 이 꽃을 보면 목련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나무에서나 꽃에서나 순백의 기품이 느껴진다. 그런데 희게 보이는 부분은 사실은 꽃잎이 아니고 꽃받침에 해당하는 '포'다. 꽃은 가운데에 있는 동그랗게 보이는 데서 조그만하게 핀다. 나중에 열매가 맺히면 마치 딸기 같다고 해서 나무 이름이 산딸나무라고 부른다. 이 산딸나무는 기독교 국가들인 서양 사람들이 특별히 좋아한다고 한다. 꽃잎(?)의 모양이 십자가를 닮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산딸나무를 보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멋진 나무가 왜 널리 퍼지지 않고 있는지 무척 이상한데, 내가 보기에 정원수로는 최고의 나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특히 교회 같은 데서 이 나무를 많이 심으면 종교적 의미와..

꽃들의향기 2007.06.08

광릉골무꽃

전주수목원에 들렀다가 이 광릉골무꽃을 만났다. 이런 모양을 한 꽃은 자주 볼 수 있는데 크기나 색깔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재미있고 귀엽게 생겼다. 옆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이 전형적으로 벌을 유혹하는 생김새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꽃의 모양이 무엇을 닮았는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르다. 이 꽃 이름으로 봐서 옛사람들은 골무를 닮았다고 연상했던 것 같다. 골무는 여자들이 바느질할 때 바늘에 찔리지 않도록 손가락에 끼는 도구인데, 글쎄, 이 꽃의 어디가 골무와 닮았는지 나로서는찾기가 어렵다. 또 이름에 광릉이 붙어있는 것은 이 꽃이 처음 광릉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광릉이라는 이름이 붙은 꽃은 이외에도 여럿 있다. 봄꽃이 지고 아직 여름꽃이 나오지 않은 지금은 들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꽃들이 반..

꽃들의향기 2007.06.01

아까시꽃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하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꽃 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쌩긋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 길' 이 노래에나오는 아카시아는 아까시가 바른 이름이다. 아카시아는 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로 우리나라에서는 온실이 아니면 보기가 어렵다. 그러나 아카시아라는 말이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반복적으로 사용해 온 언어가 우리에게 주는 정서적 효과라 할 수 있다. 아까시꽃은 어린 시절의 향수에 젖게 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고향 마을 뒤 산자락에는 아까시나무가 죽 둘러서 자라고 있었다. 그곳이 우리들의 놀이터 중의 하나였는데 봄이 되면 하얀 아까시꽃이 피어나고 그 향기에 취한 듯 우리들은 꽃을 따먹으..

꽃들의향기 2007.05.29

조팝나무

우리나라 봄풍경을 대표하는꽃 중의 하나가 조팝나무다. 화사한 흰색의 조팝나무꽃은 멀리서도 눈에 잘 띄면서 봄기운을 잔뜩 북돋워준다. 꽃망울을 잔뜩 달고 환하게 웃는 듯한 조팝나무꽃은 그러나 색깔이 튀지 않고 소박해서 우리네 정서와도 잘 맞는다. 요사이는 조팝나무를 들에서 자주 만나지만 예전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조팝나무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아마 조팝나무는 근래에 들어 많이 심게 되지 않았나 내 나름대로 추정할 뿐이다. 조팝나무 줄기는 생긴 것이 개나리와 비슷하고 생명력이 질긴 것도 서로 닮았다. 노란 색의 개나리와 함께 흰색의 조팝나무는 우리나라 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조팝나무는 원래 조밥나무로 불리었는데 그 이름이 자연스럽게 조팝으로 변했다고 한다. 이 꽃이 피는 시기..

꽃들의향기 2007.05.15

흰제비꽃

제비꽃의 색깔은 보라색, 노란색, 흰색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원예종으로 개량된 것들 중에는 알록달록한 무늬를 가진 것도 있다. 흰색을 가진 제비꽃도 여러 종류가 있어, 꽃이 희다고 전부 흰제비꽃은 아니다. 이 흰제비꽃은 보라색의 제비꽃과 잎의 모양이같다. 꽃의 밝고 환한 흰색에서는 청순하고 깨끗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꽃말도 '순진무구한 사랑'인가 보다. 그러나 꽃을 바라보는 마음은 사람에 따라다를 것이다. 또 같은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시인은 흰제비꽃을 보며 이름 불려지지 않은 존재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이렇게 담고 있다. 봄날은 흰제비꽃 시선 하나에도 발부리가 걸려 오래오래 아프다 잊혀져 불려지지 않은 이름들이 흰제비꽃으로 피었나 제비꽃은 지가 꽃피는 게 일이라서 ..

꽃들의향기 2007.05.03

말냉이

냉이 종류가 무척 많은데 그들 사이를 구분하기가 만만치 않다. 전문가의 설명을 듣지 않고 도감만으로 확인하려니 더욱 그렇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대부분을 그냥 냉이라고 부르며 두리뭉실 넘어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말냉이는 특히 그 크기로 인해 쉽게 구별된다. 이게 냉이가 맞아 하고 의심이 들 정도로 다른 냉이류에 비해 두 배 이상 키가 크다. '말'이라는 말이 원래 크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말' 자가 붙으면 다른 류에 비해 큰 놈이라는 뜻이다. 말벌이라는 이름이 비근한 예다. 그런 점에서 말냉이는 쉽게 기억할 수 있다고 본다. 꽃의 이름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주로 도감을 보며 스스로 확인하고 있으니 오류가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쉽게 알게 되면 쉽게 잊는..

꽃들의향기 2007.05.02

족두리풀

족두리풀은 그늘진 응달을 좋아한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꽃이 거의 땅에 붙을 정도로 아래쪽에 핀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아마 이 꽃이 벌이나 나비를 부르기 보다는 개미 같은곤충을 유혹하기 위해서라고 생각된다. 같은 충매화라도 그 대상에 따라 꽃의 위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족도리풀은 사진 찍기도 어렵다. 꽃 자체가 어두운 색깔인데다 광량도 부족하다. 더구나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완전히 엎드려야 되니 무척 불편하다. 산길을 걷다가 특이하게 바위 틈에 피어 있는 족두리풀을 만났다. 거의 내 눈 높이 정도에서 세 자매가 나란히 피어 있었다. 서서 족두리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은밀하게 숨어 있는 족두리풀만 보다가 이렇게 환히 드러난 족두리풀은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족두리풀이..

꽃들의향기 2007.04.25

고려산 진달래

고려산(436m)은 강화도에 있는 산이다. 고구려와 관계된 전설이 있어 최근에 부는 고구려 열풍을 따라 주목을 받고 있다. 고구려 장수왕 때에 천축국 스님이 고려산에 올라 다섯 색이 연꽃이 피어 있는 오련지를 발견하고 다섯 송이의 연꽃을 날려 그 연꽃이 떨어진 곳에 적, 백, 청, 황, 흑련사로 이름 붙인 절을 세웠다고 한다. 지금도 적련사(적석사), 청련사, 백련사가 산의 서, 남,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고려산은 적당한 높이에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산이다. 아직 걸어보지는 못했지만 동서로 이어진 능선길이 참 좋을 것 같다. 고려산은 뭐니뭐니해도 봄의 진달래로 유명하다. 고려산의 진달래가 부르는 소리에 노심초사하다가 드디어 어제 오후에 시간을 내어 찾아갔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몰리는 사람들로 인..

꽃들의향기 2007.04.20

제비꽃(2)

이곳 뒷산에는 제비꽃이 많다. 산책로를 따라 보라색 제비꽃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다. 흔하고 흔한 제비꽃도 여기에서보니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제비꽃은 제비가 올 무렵에 피어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사이는 찾아오는 제비도 보기 힘들어졌다. 그래도 다행히 제비꽃은 없어지지 않고 끈질기게 피어난다. 제비꽃만큼 생명력이 강한 식물도 없을 것이다. 사람이 다니는 길 한복판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기어이 꽃을 피운다. 한 녀석이 산책로 한가운데 있는 돌 옆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이 밟는 위치에서 살짝 비켜앉은 탓인지 모양도 튼실하고 꽃도 당당하게 피워냈다. 주변은 온통 단단하게 다져진 흙길인데 독야청청 꽃을 피운 모습이 안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제비꽃 종류 중에서도 이 제비꽃이 ..

꽃들의향기 2007.04.18

남산제비꽃(2)

남산제비꽃은 다른 제비꽃에 비해 구별이 쉽다. 잎이 가늘게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비숫한 것으로 단풍잎제비꽃이 있지만 잎이 갈라진 정도를 통해 그 둘도 어느 정도 구별이 가능하다. 그래서 남산제비꽃은 무척 친근하게 다가오는 꽃이다. 남산제비꽃은 서울 남산에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예전의 남산은 지금의 남산 이미지와는 영 달랐던 듯 싶다. 애국가에 나오는 남산 위의 저 소나무를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듯이 야생화의 자생지로 남산을 상상하는 것 역시 어렵다. 비록 이름에는 남산이 붙어 있지만 지금은 서울경기 지역 어디서나 쉽게 이 꽃을 만날 수 있다. 더 남쪽으로 내려가도 볼 수 있는지는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이번에 그런대로 마음에 드는 남산제비꽃 사진을 한 장 얻었다. 수리산 ..

꽃들의향기 2007.04.17

잔털제비꽃

올 봄에 새로 만난 제비꽃 한 종류가 추가되었다. 잔털제비꽃이다. 그동안 못 보았을 리가 없었겠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으니 그 이름을 몰랐을 것이다. 잔털제비꽃은 꽃의 모양은 여느 제비꽃과 다르지 않다. 잎이 하트형으로 생겼고 넓은데, 가장 큰 특징은 이름 그대로 잎에잔털이 가득 나 있다. 특히 잎 뒷면에 털이 많이 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길을 잘못 들어 간 절개지 한 쪽에 이 잔털제비꽃 한 가족이 오순도순 자라고 있었다. 무엇을 계획하고 찾아갈 때보다는 이렇게 뜻하지 않게 새 꽃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예기치 못한 일이 우리를 찾아준다는 것이 인생살이의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

꽃들의향기 2007.04.16

수리산에서 봄꽃과 만나다

올 봄은 유난히 바쁘게 지나가고 있다. 집 안팎으로 몇 가지 변화가 겹쳤기 때문이다. 4월 둘째주가 되어서야 겨우 바깥 나들이를 할 짬이 생긴다. 원래는 Y 형과 천마산에 갈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형의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혼자 수리산을 찾았다. 수리산은 이른 봄에 변산바람꽃을 보러 찾아갔던 산이다. 계곡을 중심으로 왠지 많은 봄꽃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산이다. 역시 기대되로 꽃이 많이피어 있다. 주종은 현호색과 개별꽃이다. 그중에서도 현호색은 지천으로자라고 있다. 수리산을 현호색의 산이라 이름 붙여도 좋을 것 같다. 아침 일찍 도착했으므로 아직 햇살이 들어오지 않는 계곡의 꽃들은 이슬을 달고 있다. 제비꽃 두 종류를 보다. 특이하게 바위 틈에서 자라는 미치광이풀도 보다. 큰괭이밥이다. 현호..

꽃들의향기 2007.04.14

명자꽃

10년 전에 살던 곳 화단에 명자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그 명자나무는 유난히도 붉은 꽃송이를 탐스럽게 피웠다. 따스한 봄햇살 아래 온통 붉게 뒤덮인 나무는 마치 훨훨 타오르는 불꽃 같았다. 가까이 접근하기에 두려울 정도로 눈부시게 빛났다. 활짝 핀 명자꽃은 화려하게 성장을 한 여인네를 연상시킨다. 그것은 꽃 이름이 사람 이름을 닮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명자야'라고 가만히 불러오면 왠지 정겨운 어릴 적 동무가 떠오를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색깔이 너무 짙고 화려해서쉬이 다가가기 어렵기도 하다. 명자나무는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서로 겹칠 정도로 많은 꽃을 매달고 있다. 어떤 때는 처연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명자꽃은 깊은 슬픔과 애조를띄고 있다. 명자꽃 옆에 있으면 괜스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꽃들의향기 2007.04.10

살구꽃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살구꽃은 우리나라 시골 마을의 봄 풍경을 대표하는 꽃이다. 살구꽃을 비롯한 온갖 꽃들에 파묻힌 농촌 마을은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추억의 고향 모습으로 뇌리에 박혀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살구꽃은 연분홍 꽃잎의 색깔이 봄기운을 더해주고 그 요염함으로 춘정(春情)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살구꽃을 요부(妖婦)나 기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옛사람의 시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는 살구꽃이 지금보다도 더 많았던 것 같다. 大抵王城十萬戶 대저 왕성은 십만 호 가까운데 春來都是杏花村 봄이 오니 온 고을이 살구꽃 천지로다 여..

꽃들의향기 2007.04.06

무스카리

화단에 난생 처음 보는 꽃이 피었다. 난처럼 생긴 가늘고 긴 잎에 보라색의 작은 꽃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양이 특이한 꽃이었다. 꽃을 좋아하는 터라 새로운 꽃을 만나면 그 이름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도감이나 인터넷 자료를 뒤져도 꽃이름을 알 수 없었다. 우리 야생화가 아닌 것은 확실한데 그러니 더욱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차에 옆의 동료가 '인디카'라는 야생화 사이트에 문의해서 힘들게 그 이름을 알게 되었다. 무스카리라는 꽃이었다. 무스카리(Muscari)는 지중해 원산의 백합과 식물이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관상용으로 잘 심는데 최근에 우리나라에도 들어온 것 같다. 영어 이름은 'grape hyacinth'라고 하는데 이름으로 보아서 히야신스와 가까운 종으로 보인다. 그리고 보라색 ..

꽃들의향기 2007.04.05

매화

우리 조상들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은 꽃은 매화일 것이다. 특히 선비들이 매화를 숭상하고 귀하게 여겼다. 다른 꽃들이 피기 전에 맨 먼저 피어나서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매화는 선비정신의 표상이 되어 정원에 심어 완상하였으며 시나 그림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였다. 매화는 난(蘭), 국(菊), 죽(竹)과 더불어 사군자(四君子)로, 연꽃을 보태 오우(五友)로 불리기도 한다. 매화의 원산지는 중국 사천성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에서 고구려 대무신왕 24년(41년) 8월에 ‘매화꽃이 피었다’는 기록이라고 한다. 일본에는 백제 사람 왕인(王仁)이 매화를 약용으로 일본에 가져갔다는 설이 있다. 매화나무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동지 전에 피는..

꽃들의향기 2007.03.30

중의무릇

무릇이라는 꽃이 있지만 중의무릇과는 피는 때나 생김새에서 아무 연관도 없다. 또한 무릇은 백합과인데, 중의무릇은 미나리아재비과이다. 그래서 이 꽃을 볼 때면 만들어진 이름의 연유가 궁금하다. 더구나 앞에 붙은 '중'이라는 말이 절의 스님을 나타내는 것 같은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아직 그럴 듯한 설명을 듣지는 못했다. 봄이 오는 산에서 이 꽃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어디 반갑지 않은 꽃이 있으랴마는 꽃의 세계에서도 희소성의 법칙이 적용되어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은 아무래도 그 반가움의 정도가 덜하다. 중의무릇은 쉽게 만날 수 있는 꽃이 아니고 그리고 군락을 이루지도 않는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귀하게 여겨진다는 뜻이다. 연속으로 주말의 날씨가 궂다. 올해는 봄 꽃산행의 발길 횟수가 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07.03.23

큰개불알풀(2)

어느 해에는 1월달에 고창 들녘에서 큰개불알풀이 밭에 가득핀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꽃이 작아서 신경을 쓰지 않으면 꽃이 피었는지도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지만,군청색의 큰개불알풀이 오밀조밀 피어있는 모습은 마치 밤하늘의 별들이 반짝이는 것 같이 아름답다. 봄이 되면 매화나 산수유, 벚꽃 구경을 가는 인파로 길이 막히지만 사람 없는 조용한 들녘에 피어있는 큰개불알풀을 만나는 기쁨도 나에게는 그에 못지 않다. 그런데 개불알풀이나 큰개불알풀이라는 이름은 꽃이 지고난 뒤 달리는 열매가 개불알을 닮아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유감스럽게도 그 열매를 직접 보지는 못하고 사진으로만 보았지만그 열매의 생긴 모양이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쌍방울의 생김새하며 둘레에 송송 털이 난 모양까지 강아지의 그것과 쏙 빼닮..

꽃들의향기 2007.03.17

산자고

산자고는 이른 봄에 피는 꽃인데 그 모양새가 다른 꽃에 비해 파격적이다. 이른 봄에 피는 대개의 꽃은 작고 앙증맞으며 무리를 이루는 게 많다. 그러나 산자고는 꽃이 크고 하늘을 향해 활짝 연 기상이 씩씩하다. 동시에 꽃잎의 흰색에서는 범접하기 어려운 청초함과 고고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직 가을의 낙엽이 숲을 덮고 있는 때에 이 산자고를 만난다면기대도 하지 않았던횡재를 한 듯 놀라게 될 것이다. 어느 봄 날 선운사 산기슭에서 이 산자고를 만났을 때 역시 그랬다.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산자고는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름이 산자고(山慈姑)일까? 한자를 풀이하면 '산에 있는 인자한 시어머니'란 뜻인데 분명히 이 꽃에도 선인들의 삶에 관계된 전설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곳 저곳 찾아보아도 산..

꽃들의향기 2007.03.12

변산 아가씨와 데이트를 하다

내 한 해는 변산 아가씨와의 데이트로 시작된다. 변산 아가씨는 통상 변산바람꽃을 부르는 애칭이다. 오늘도 Y 형과 같이그녀와의 수리산 속 밀회 장소로 나갔다. 작년보다는 10여 일 정도 빠른 편이다. 이미이곳도 소문이 난 탓인지 여러 사람들이 그녀와의 눈맞춤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녀의 고운 맵시는 여전했다. 그러나 왜 하필 등산로 바로 옆에 터를 잡았는지 오가는 사람들의 등쌀에 그녀의 모습이 올해는 더욱피곤해 보였다. 옆에서 Y 형이 꽃잎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꽃받침이라고 일러주었다. 꽃잎은 보일락 말락하며 따로 달려있다. 꽃을 심미적으로 감상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제대로 아는 것도 이젠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를 담으려는 사람들의 욕심이 대단하다. 예쁜 꽃이 있으면 좀체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다..

꽃들의향기 2007.03.01

감자꽃

작은 텃밭에다 감자를 심고 때가 되어 감자꽃이 피었을 때 무척 기뻤다. 내가 직접심은 것이 싹이 나고 꽃을 피우는 것을 보게 되는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한 송이 감자꽃은 볼품 없을지 몰라도 감자를 키우는 농부에게는 아마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일 것이다. 밭 작물로 이용되는 식물들은 인간의 사랑을 제일 많이 받는다. 그 대신에 사랑을 받는 그만큼수난을 받아야 한다. 고향에서는 사과나무를 많이 키우는데 제대로 키가 크지 못하고 온통 농약 범벅이 된 채 난장이 나무를 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인간의 손길을 타는 만큼 하늘이 준 순리대로의 성장을 하지는 못한다. 감자꽃이 피니까 이웃 아주머니가 감자꽃을 따주어야 감자 열매가 영근다며 꽃을 꺾어주라고 했다. 인간이 원하는 것은 오직 땅 속의 열매인 것이..

꽃들의향기 2007.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