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조팝나무

샌. 2007. 5. 15. 15:33





우리나라 봄풍경을 대표하는꽃 중의 하나가 조팝나무다. 화사한 흰색의 조팝나무꽃은 멀리서도 눈에 잘 띄면서 봄기운을 잔뜩 북돋워준다. 꽃망울을 잔뜩 달고 환하게 웃는 듯한 조팝나무꽃은 그러나 색깔이 튀지 않고 소박해서 우리네 정서와도 잘 맞는다.

 

요사이는 조팝나무를 들에서 자주 만나지만 예전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조팝나무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아마 조팝나무는 근래에 들어 많이 심게 되지 않았나 내 나름대로 추정할 뿐이다. 조팝나무 줄기는 생긴 것이 개나리와 비슷하고 생명력이 질긴 것도 서로 닮았다. 노란 색의 개나리와 함께 흰색의 조팝나무는 우리나라 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조팝나무는 원래 조밥나무로 불리었는데 그 이름이 자연스럽게 조팝으로 변했다고 한다. 이 꽃이 피는 시기가 보릿고개와 겹치는 탓인지선조들은 이 꽃을 보며 식량을 연상했던 것 같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꽃을 보며 조밥을 연상했을 것인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다만 나도 어릴 때 조밥을많이 먹었지만 연노란색의 조밥 색깔과 꽃의 색깔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이 의아하게 생각된다. 그리고 조팝나무의 다른 이름으로는 설류화가 있다. 이는 하얀 눈이 쌓이듯 마치 눈으로 덮인 듯한 모습에서 지어진 이름일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이 조팝나무를 통해 이루어질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화사한 꽃 뒤에는 꼭 애절한 사연이나 전설이 숨어 있다. 극진한 아름다움은 늘 이렇게 반대편과 통하는가 보다.

 

우리 사랑 이 세상에선 이루어질 수 없어

물가의 수선화처럼 너 적막하게 꽃 피어 있을 때

나 또한 그 곁에 창백한 조팝나무처럼

꼼짝 못하고 서서

제가 내린 제 숙명에 뿌리에 몸이 묶인 채

한평생 바라보다가 갈 것만 같은데

오늘은 바람 이렇게 불어

내 허리에 기대 네 꽃잎을 만지다가도 아프고

네 살에 스쳤던 내 살을 만지다가도 아프다

네 잎새 하나씩 찢어 내 있는 쪽으로 던져야

내게 올 수 있고

가지 부러지는 아픔을 견뎌야

네게 갈 수 있다 해도

사랑은 아픔이라고 사랑하는 것은

아픔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너를 사랑할 때마다 깨닫고 또 깨달아도

그보다 더 아픈 것은

우리 사랑 이 세상에선 이루어질 수 없는 것

내 마음의 십 분의 일 내 몸의

백 분의 일도 네게 주지 못한 것 같은데

너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괴로워하다

돌아서야 하는 것

바람은 불어 나 노을 속에 이렇게 서서 나부끼고

바람은 불어 나 물살에 얼굴 묻고

너 돌아서 있어야 하는 것

 

- 수선화와 조팝나무의 사랑 이야기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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