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두리풀은 그늘진 응달을 좋아한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꽃이 거의 땅에 붙을 정도로 아래쪽에 핀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아마 이 꽃이 벌이나 나비를 부르기 보다는 개미 같은곤충을 유혹하기 위해서라고 생각된다. 같은 충매화라도 그 대상에 따라 꽃의 위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족도리풀은 사진 찍기도 어렵다. 꽃 자체가 어두운 색깔인데다 광량도 부족하다. 더구나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완전히 엎드려야 되니 무척 불편하다.
산길을 걷다가 특이하게 바위 틈에 피어 있는 족두리풀을 만났다. 거의 내 눈 높이 정도에서 세 자매가 나란히 피어 있었다. 서서 족두리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은밀하게 숨어 있는 족두리풀만 보다가 이렇게 환히 드러난 족두리풀은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족두리풀이라는 이름은 꽃의 생긴 모양이 족두리를 닮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옛날 여자들이 머리 장식으로쓴 칠보 장식이 화려한 족두리가 이 꽃 모양에서 연상이 되었나 보다. 모양의 일치 여부를 떠나서 뭔가 곱고 귀하게 느껴지는 점은 공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산에서 뜻하지 않게 족두리풀을 만나게 되면 무척 반갑다. 족두리풀의 뿌리는 한약재로 쓰이는데 '세신(細辛)'이라고 부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