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뒷산에는 제비꽃이 많다. 산책로를 따라 보라색 제비꽃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다. 흔하고 흔한 제비꽃도 여기에서보니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제비꽃은 제비가 올 무렵에 피어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사이는 찾아오는 제비도 보기 힘들어졌다. 그래도 다행히 제비꽃은 없어지지 않고 끈질기게 피어난다. 제비꽃만큼 생명력이 강한 식물도 없을 것이다. 사람이 다니는 길 한복판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기어이 꽃을 피운다.
한 녀석이 산책로 한가운데 있는 돌 옆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이 밟는 위치에서 살짝 비켜앉은 탓인지 모양도 튼실하고 꽃도 당당하게 피워냈다. 주변은 온통 단단하게 다져진 흙길인데 독야청청 꽃을 피운 모습이 안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제비꽃 종류 중에서도 이 제비꽃이 가장 야성적인 것 같다. 밟혀도 밟혀도 굴하지 않고 다시 줄기를 세우는 모습이 민중의 얼을 닮은 듯하여 영 대견한 게 아니다.
내 어린 시절에 꽃에 대해서 무슨 관심이 있었으랴마는 그래도 가장 가까웠던 꽃을 고르라면 아마 이 제비꽃일 것이다. 아무데서나 잘 자라고 아무데서나 쉽게 볼 수 있었던 꽃, 그래서 잡초 취급을 받으며누구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던 제비꽃. 이제는 그 제비꽃에 자꾸만 애착이 간다. 그 단순소박한 아름다움이 자꾸만 좋아진다.